주택시장 침체 영향 '일감 확보' 어려움 가중재건축, 재개발 사업, 규모 상관 없이 공격 앞으로'강서구 등촌1구역', '반도-현대-한화-STX' 건설 '4파전' 이례적
  • ▲ 자료사진.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성재용 기자

    올 들어 주택시장이 침체하면서 일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형건설사들이 재건축·재개발시장에서 사업 규모를 가리지 않고 수주전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히 중견건설사들의 텃밭으로 자리 잡은 수도권과 지방 알짜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의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대기업들이 맞불 작전을 펼치고 있다. 예전만 하더라도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대형사들이 수주에 유리했지만, 최근 들어 저렴한 공사비와 특화설계 등을 장착한 중견사도 수주전에서 밀리지 않는 다는 것이 업계 진단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소 규모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던 대형사들이 올 들어 잇따라 입찰경쟁에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서울 강서구 등촌1구역 재건축이다. 이곳에는 현재 중견사인 반도건설과 현대건설, 한화건설, STX건설이 입찰, 4파전을 예고한 상태다.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4파전은 보기 드문 케이스다. 대개 대형사 입찰이 예고되면 중견사들이 입찰에서 후퇴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견사들도 알짜 사업지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수주전에 참여, 대형사와 입찰 경쟁을 마다않고 있다.

    이 구역은 2009년 조합설립인가, 2013년 사업시행인가를 거쳐 대림산업·반도건설·쌍용건설 등을 시공자로 선정했지만, 사업성 문제 및 시공자 선정 무효 등으로 본계약 체결이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조합은 이번 시공자 입찰 과정에서 부실업체 차단 및 사업 참여 의지가 높은 건설사를 선별하기 위해 입찰보증금 15억원 중 현금 1억원을 현장설명회 전 납부하도록 했다.

    입찰 결과 반도건설이 재도전에 나섰고, 현대건설과 한화건설, STX건설 등 3개사가 새롭게 도전장을 제출하면서 다시 한 번 사업 추진에 고삐를 당기게 됐다.

    조합은 30일 시공사 선정총회를 개최한다. 사업이 완료되면 등촌동 366-24번지 일대에는 지하 4층~지상 15층, 12개동 규모의 아파트 541가구와 부대 복리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지난달 현장설명회를 가진 강서구 방화6구역 재건축 사업에도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현대엔지니어링 등 14개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방화동 608-97번지 일대에 532가구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복리시설을 신축하는 공사로, 시공자 입찰은 4월12일 예정이다.

    지난 5일 현장설명회를 연 경기 김포시 북변5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에도 GS건설, 한화건설, 호반건설 등 중대형 20개 건설사가 참여, 흥행을 예고했다. 시공자 입찰은 26일 예정이며 정비사업이 완료되면 북변동 380-8번지 일대에 지하 4층~지상 40층 규모의 아파트 1968가구, 도시형생활주택 202가구, 오피스텔 1567실 등이 들어선다.

    지난달 28일 열린 인천 중구 경동율목 재개발 사업 현장설명회에도 대림산업과 한화건설 등 중대형건설사 14개사가 참석해 성황을 이뤘으며 지난 21일 입찰 마감 결과 한화건설과 계룡건설산업-한진중공업 컨소시엄이 참여해 유효 입찰이 성사됐다.

  • ▲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시공사 선정총회.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시공사 선정총회. ⓒ성재용 기자

    지방 재건축·재개발 사업 수주경쟁도 치열하다.

    대전 중앙1구역 재개발 사업 역시 시공권을 두고 대형사 SK건설과 중견사 계룡건설이 입찰을 저울질하던 곳이다.

    지난 1차 입찰 마감에는 SK건설만 입찰해 유찰됐지만, 두 번째 입찰에는 지역건설사인 계룡건설이 도전장 제출을 예고하면서 수주 결과가 예측 불가로 흘러갔다.

    그러나 지난 19일 마감된 두 번째 입찰에도 SK건설만 참여해 이 구역은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합 측은 "대전 지역 건설사인 계룡건설이 지역 업체 인센티브를 적용받아 일반분양 가구 수를 더 늘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지만, 대형사 입찰 부담감 때문인지 결국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대구에서는 소규모 사업인 태평아파트 재건축 사업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과 동부건설, 효성중공업 등 12개 건설사가 참여, 도시정비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소규모 사업에서도 적지 않은 건설사들이 관심을 내비치면서 수주전이 가열되고 있다.

    서울 금천구 대도연립 재건축 시공사 선정 현장설명회에는 호반건설, KCC건설, 동부건설 등 12개 건설사가 몰렸다. 이 사업은 금천구 시흥동 983-13번지 일대에 지하 2층~지상 20층, 3개동, 199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신축하는 것이다.

    구로구 경남구로연립과 동양연립도 각각 122가구, 160가구짜리 소규모 재건축인데도 복수의 중대형건설사가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소규모 재건축은 아파트보다 몸집이 작아 사업 추진이 빠른 편"이라며 "수익성이 좋은 단지의 경우 중견사뿐만 아니라 대형사까지 몰려 수주 경쟁도 치열하다"고 말했다.

  • ▲ 자료사진. 서울 중구 한 재건축 사업지.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서울 중구 한 재건축 사업지. ⓒ성재용 기자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관련 처벌 기준을 강화하면서 대형사들이 수주 경쟁에서 위축됐고, 중견사들은 저렴한 공사비와 특화설계를 앞세워 수주에 박차를 가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올해 초까지 이어지면서 대형사들은 수주전에서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1분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분위기가 180도 달라지고 있다. '마수걸이' 수주조차 하지 못한 현실을 고려, 전방위적인 수주전이 본격화됐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실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대형사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아직 올해 첫 수주실적을 확보하지 못했다.

    현대건설은 2579억원 규모의 경기 과천시 주암장군마을 재개발 사업을, 포스코건설은 3160억원 규모의 대구 중리지구 재건축 사업을, GS건설은 2065억원 규모의 서울 봉천4-1-3구역 재개발 사업을 각각 수주했지만, 나머지는 수주 낭보가 아직이다.

    이 때문에 중견사가 입지를 굳힌 지역은 물론, 소규모 사업까지 대형사들의 진출이 본격화됐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올해 초만 해도 잠잠하던 대기업들이 최근 서울은 물론 지방, 대규모와 소규모 사업을 가리지 않고 수주전에 뛰어들고 있다"며 "예전에는 대형사와 경쟁을 꺼렸지만, 최근에는 대형사의 입찰 여부와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입찰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지난해 말까지 중견사들이 입지 선점과 저렴한 공사비 등을 앞세워 수주전을 진행했지만, 1분기를 기점으로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대형사들이 수주 실적 확보를 목표로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시장 수주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라며 "중견사 입장에서는 자칫 '고래싸움에 새우'가 될 수 있는 만큼 전략적 요충지에 집중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