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3개 점포 중 서초·강남·송파에만 13개 몰려오후 5시·7시 영업종료…점포 운영 은행도 한정적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서울 영등포구로 직장을 다니는 A(30) 씨는 퇴근 후 대출 업무를 위해 늦은 시간까지 하는 은행을 찾았지만 영등포구에 있는 탄력점포는 오후 6시에 영업이 끝났고 오후 7시까지 하는 점포는 대부분 강남 3구에 있어 결국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근처 은행을 들렸다.

    #경기도 오산으로 직장을 다니는 B(36) 씨는 상담 업무를 보기 위해 퇴근 후 은행을 방문하고 싶었지만 직장 근처에는 탄력점포가 없을뿐더러 경기도권에는 오후 6시 이후까지 영업하는 은행이 몇 곳 없어 결국 반차를 내고 은행을 방문했다.

    대부분의 금융 업무가 모바일뱅킹으로 가능해지면서 일반 영업점은 줄고 저녁까지 하는 탄력점포는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수도권, 특히 강남 3구에 몰려있는 탄력점포의 물리적인 위치와 영업시간에 불편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27일 본지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퇴근 후 은행 업무에 특화된 수도권 상가 및 오피스 인근의 시중은행 탄력점포는 총 40개로 집계됐다.

    전체 은행의 전국 상가 및 오피스 인근 탄력점포는 총 87개로 46%가량이 수도권에 몰려있는 셈이다. 

    탄력점포는 오전 9시에서 오후 4시까지 영업하는 일반적인 지점과 달리 저녁이나 주말에도 운영하는 점포를 말한다.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에 23개 탄력점포가 집중돼 있다. 특히 서울 행정구역 25곳 중 15곳에는 탄력점포가 없고,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에만 13개 점포가 몰려있다. 

    강남 3구에는 탄력점포뿐만 아니라 시중은행 전체 영업점의 30%가량이 집중돼 있기도 하다. 은행들이 비대면 영업 강화와 수익성을 이유로 점포 통폐합을 진행하고 있지만 서울 쏠림은 더 심화하는 모습이다.

    은행들이 탄력점포를 늘리는 것은 고객 편의를 제공하고 주변 상권이나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운영을 통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특정 지역의 점포 쏠림 현상과 영업시간의 제약으로 직장인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들의 불편함은 커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보다 지방 지역 고객의 편의성과 접근성은 더 떨어지는 실정이다.

    탄력점포를 운영하는 은행이 한정적인 것도 불편을 일으키는 요소다. 수도권 탄력점포 40개 중 29개가 국민은행 지점이다.

    이렇기에 탄력점포가 없는 지역에 근무하는 직장인이나 강남 3구 인근 직장인도 퇴근 후 은행 업무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탄력점포가 가장 많은 강남구(6개)에는 국민은행 지점이 유일하다.

    서울 탄력점포의 영업시간도 제각각이다. 보통 오후 5시나 7시까지 영업하는 점포가 가장 많고, 사실상 오후 8시까지 영업하는 점포는 없다.

    외국인 근로자 특화점포의 수도권 쏠림은 더 심하다. 전체 은행의 전국 외국인 근로자 탄력점포는 40개로, 이 중 시중은행의 탄력점포는 수도권에만 31개가 몰려있다.

    다만, 외국인 근로자 특화점포는 오피스 인근 탄력점포와 달리 공단과 공장 등이 많은 경기도(18개)에 밀집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11개)에는 중구, 영등포구에 7개가 몰려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비대면 영업이 확대됐다고 해도 대출 서비스나 상품 상담을 위해 지점에서 업무를 처리하려는 니즈도 여전히 많다"며 "은행 탄력점포가 야간 업무를 확대하는 등 시간 조정을 하지 않는 이상 직장인들의 불편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