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4억 순이익 낸 씨티…배당성향 303.9%SC 순이익 19.1% 감소 불구 6120억 배당한국 철수설·국부유출 논란 다시 불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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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계 은행 경쟁 상대인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이 상반된 성적을 내놨다.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은 엇갈렸지만 두 은행 모두 천문학적인 배당 잔치를 벌여 질타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씨티은행은 전년 대비 26.1% 증가한 3074억원을, SC제일은행은 19.1% 감소한 221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성적표를 보면 씨티은행의 압승이다. 2016년과 2017년 SC제일은행보다 못한 이익을 내다가 선방한 셈이다.

    영업이익도 씨티은행은 전년 대비 29.4% 증가한 3654억원을 기록했지만, SC제일은행은 2956억원으로 20.2% 감소했다.

    SC제일은행 실적이 부진했던 것은 이자수익의 지속적인 상승에도 불구하고 일반관리비용과 충당금 규모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반면 씨티은행은 이자수익(9926억원)이 전년 대비 6.4% 감소했지만, 비이자수익은 47.7% 증가한 2360억원을 내며 순이익 증가를 견인했다. 비이자수익이 급증한 것은 카드관련 지급수수료에 대한 회계처리 변경 탓이다.

    이렇듯 순이익 부분에서는 희비가 엇갈렸지만 매년 지적을 받아온 고액 배당 행태는 여전했다. 특히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의 배당을 늘려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9341억원을 배당했으며, 배당성향은 무려 303.9%다. SC제일은행도 6120억원을 배당했으며, 배당성향은 272.7%다.

    배당성향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국내에서 거둔 이익 이상의 돈이 고스란히 외국으로 빠져나간다는 뜻이다. 두 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이 총 5288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3배에 육박하는 1조5461억원을 본사로 지급한 것이다.

    특히 씨티은행의 경우 지난해 1조원에 가까운 액수로 배당액을 올려 그동안 고배당 책정으로 불거졌던 한국시장 철수설이나 국부유출 논란 등 이슈를 다시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지난 5년간 씨티은행의 평균 배당성향은 118.6%다. 앞서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매년 순이익에 절반 수준의 배당액을 유지해 배당성향이 47% 수준이었다.

    2014년에는 순이익 1156억원 중 509억원을, 2015년에는 2257억원 중 1162억원을, 2016년에는 2121억원 중 1146억원을 본사로 송금했다.  

    2017년에는 70%에 달하는 영업점 통폐합과 연속 고배당으로 논란이 커지자 배당 유보의 긍정적 검토와 한국시장 투자를 늘리겠다는 행동을 취한 바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엎어졌고, 2017년 순이익 2437억원 중 939억원을 배당했다.

    씨티은행은 매년 고배당을 책정할 때마다 기대 이상의 실적 호조와 더불어 자기자본이익률(ROE) 상향을 통한 자본 효율화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작년 중간배당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본사로부터 확충한 8억달러(1조300억원) 상당액에 대해 자본효율화 전략 차원에서 자본규모를 적정수준으로 만들기 위한 일회적 조치"라며 "자본건전성을 나타내는 BIS비율은 지난해 기준 18.9%로 시중은행보다 높은 자본비율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씨티은행의 최대주주는 미국 기업인 '씨티뱅크 오버씨즈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COIC)'으로, 지분 99.98%를 보유하고 있다. SC제일은행도 영국에 본사를 둔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북동아시아 법인(SC NEA)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의 경우 2014년과 2015년 각각 -99억원, -269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을 때 1500억원, 5000억원의 고배당을 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2016년에는 순이익 2236억원 중 800억원을, 2017년에는 2770억원 중 1250억원을 본사로 송금했다. 이렇듯 순손실에도 고배당을 실시한 탓에 지난 5년간 평균 배당성향은 무려 329.2%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성향은 2017년 기준 16.02%다. 국내 회사의 경우 배당성향이 높아도 기업 이익이 주주들에게 환원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외국계 은행은 외국인 주주들의 이익만 우선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해외 사례를 보면 호주 은행의 경우 순이익을 초과하는 배당에 사전 승인이 필요하고, 미국 등 주요국도 배당 규제 정책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에 관한 규정만 존재하고 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최근 씨티은행에 대한 경영실태평가에 착수했다. 배당 과정의 적정성과 관련된 건전성 검사와 소비자보호 등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집중적인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최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배당은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게 맞지만, 두 은행의 배당액은 과했다"며 "시장의 불안정성과 불안감을 초래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