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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침체와 과잉공급 우려가 지속하면서 1분기 수도권에서 분양된 단지들 중 절반이 순위 내 마감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부터 본격적인 '벚꽃 분양'의 막이 오르면서 전국 분양 예정물량의 33%가량이 공급돼 '소화불량'이 우려된다. 일각에서는 대출규제를 선별적으로 완화해줘야 할 시기라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에서 공급된 단지는 모두 21곳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13곳, 인천이 8곳이다. 이 가운데 경기 지역에서는 13곳 중 8곳이 순위 내 마감에 실패했다. 인천에서 분양된 8개 단지 중에서도 4곳만 순위 내 마감에 성공했다. 전체 21곳 중 12곳이 순위 내 마감에 실패했다. 절반 이상의 사업지가 고배를 마신 셈이다.
순위 내 마감에 실패한 곳은 △화성시 △의정부시 △평택시 △용인시 △시흥시 등이다. 인천의 경우 검단신도시가 위치한 서구·부평구 등에서 흥행몰이에 실패한 단지가 나왔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경기 지역은 평균 13.3대 1의 경쟁률로, 전국 시·도 중 7위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최근에는 아파트 분양가 상승, 지역 내 양극화 심화 등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시장은 정부 규제와 잇따른 주택시장 악재로 매수심리가 얼어붙어 거래절벽이 장기화되고 있다. 그나마 선방하던 청약시장도 대출·청약규제 강화 영향으로 서울과 그 인접 지역을 제외하고는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록적인 아파트 입주·분양물량이 예정돼 있어 과잉공급 우려도 커진 상태다.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은 역대 최고급인 22만가구였고, 올해도 그에 못지않은 19만가구 입주가 예정됐다. 이에 더해 건설사들은 올해 수도권에서 22만가구를 새로 분양할 계획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분양시장의 주 수요층이 무주택자 위주로 재편되다보니 까다로워진 청약조건 하에서 청약대기자들이 청약통장 사용에 상당히 신중해진 모습"이라며 "반대로 매수심리 위축과 과잉공급으로 주택시장에 매물이 많아져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새 집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순위 내 마감에 실패한 단지가 있는 지역의 경우 수도권에서도 과잉공급으로 빨간불이 켜진 곳이다. 또 아파트 시공업체도 대부분 중소형 건설사이기 때문에 네임밸류도 약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 1월 선보인 '위례 포레 자이'의 경우 평균 130대 1의 경쟁률로 1분기 경기 지역 분양단지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된 평택시와 인천 서구에서 공급된 '평택 뉴비전 엘크루'와 '인천불로 대광로제비앙' 등은 2순위 접수 이후에도 수백가구가 주인을 찾기 못한 단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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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선호도가 높은 대형건설사의 분양 단지가 많지 않았다는 점도 원인이다.
분양시장 한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분양을 봄 이후로 미루면서 1분기에는 상대적으로 중소형 건설사들의 분양단지가 많았다"며 '분양을 기다리는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좀 더 기다려보자'는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분양된 8개 사업지 중 10대 건설사 물량은 대우건설의 '검단 센트럴 푸르지오' 1곳에 그쳤으며, 경기 지역 역시 13곳 중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의 4곳만 10대 건설사 사업지였다.
다만 이달부터 분양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청약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114 집계를 보면 이달 전국 아파트 분양물량은 모두 5만5807가구로, 이 중 임대아파트를 제외한 4만6959가구가 분양될 전망이다. 이는 부동산114 조사 기준으로, 5월 4만8775가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물량이다.
이달 물량이 급증한 것은 당초 3월 예정됐던 물량 다수가 4~5월로 이월된 영향이다. 당초 3만가구에 육박했던 3월 물량이 1만6000가구로 줄어드는 대신 4월 이후 분양이 늘어난 것이다.
4~5월 예정물량까지 더하면 10만가구에 육박해 올해 분양물량 총 29만가구 가운데 32.5%가 집중되는 셈이다.
이달 물량 중에는 경기 지역이 1만8099가구로 가장 많고, 서울은 7703가구로 두 번째를 차지한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과거처럼 뚜껑만 열면 분양이 잘 되던 시기는 지났다"며 "청약 대기자들도 분양가와 입지 여건, 대출 가능 여부 등을 따져보고 분양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장재현 본부장은 "올해도 물량이 많아 개별 사업장의 입지 조건과 분양가 등의 컨디션에 따른 옥석 고르기와 인기 지역의 청약 쏠림, 경쟁률 양극화는 극심할 전망"이라며 "건설사들도 어려움을 겪지 않으려면 시장 분위기를 세밀하게 모니터링 해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획일적인 대출규제보다 실수요자들을 위한 대출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2분기부터 제2금융권에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도입해 젊은 신혼부부들이나 청년들이 자금을 마련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라며 "꼭 필요한 계층들이 집을 마련하고 안정적으로 거주권을 확보하는 방안은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집값에 대한 부담으로 대출규제를 강하게 하는 심정은 공감이 가지만, 이 과정에서 청년층과 서민층의 자산축적 성장 사다리를 걷어차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