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창업주 잇단 퇴장으로 세대교체 활발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깜짝 퇴진… 차남 김남정 부회장 이끌어사조·농심 등 3세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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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최근 조양호 회장 사망으로 한진家 '2세 경영'이 막을 내린 가운데, 동원그룹은 김재철 회장이 창립 50년만에 회장직을 내려놓으며 2세 경영의 막이 올랐다. 재계에서 2세 경영은 '명과 암'을 모두 가진 화젯거리다. 창업주가 아무것도 없는 밑바닥에서 시작해, 국민들 대다수가 아는 기업으로 키워놓은 다음 단계는 대부분 '경영권 승계'다. 식품업계 역시 2세 경영자가 많다. 2세 경영자는 경영권 승계 전부터 주목받는다. 경영능력이 비판 도마에 오르기도 하고, 상속세 등 각종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뉴데일리경제는 식품업계 2세경영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짚어본다.식품업계에 2~3세들의 경영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 창업주나 오너가 직접 경영에 나서는 식품업계의 특성상 과거 2~3세들은 부모를 의식해 노출을 꺼려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영 수업을 받거나 회사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이다. 창업주에게 물려받은 DNA는 물론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이들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진행된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깜짝 퇴진 의사를 밝혔다 1969년 동원그룹을 창업하고 키운 지 50년 만의 퇴장이다.
김 회장의 퇴진으로 동원그룹은 차남인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겸 동원엔터프라이즈 부회장의 그룹을 이끈다. 그는 그룹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 67.98%를 보유한 상태다. 이 때문에 김 부회장이 부회장직에 올라선 2014년 당시부터 2세 경영체제가 사실상 확립됐다는 업계 분석도 나온 바 있다.
김 부회장 1973년생으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나와 1996년 동원산업 생산직으로 입사해 영업부, 기획실, 마케팅실 등을 고루 거쳤다.
이후 2003년 미국 미시간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동원에프앤비(F&B) 마케팅전략팀장,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 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실장, 동원엔터프라이즈 부사장, 스타키스트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동원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근무해왔다.
풀무원 창업주인 남승우 총괄 대표도 65세가 되던 지난해 1월1일 경영퇴진을 선언했다. 동원이 2세 경영 체제를 본격화 한 것과 달리 풀무원은 창업주가 2세에게 경영권을 넘기지 않고 함께 회사를 성장시켜온 사원 1호 이효율 신임 총괄에게 맡겼다. 가족 경영이 일반화한 국내 기업 환경에서는 이례적인 일로 평가됐다.
창업자의 2세뿐 아니라 손자인 3세 경영인이 전면에 나서 회사를 이끌거나 경영 전반에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사조그룹 3세인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도 경영승계 수업 중이다. 창업주인 주인용 회장의 손자이자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장남인 주지홍 상무는 지난 2006년 사조인터내셔날을 통해 그룹에 입사해 사조해표 기획 실장·경영본부장을 거쳤다.
농심 역시 3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신동원 농심 부회장의 장남 신상열씨는 지난 3월부터 농심 본사로 출근했다. 신상열씨는 농심가의 3세로 신춘호 회장의 장남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의 아들이다. 1993년생으로 지난해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했다.
이처럼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는 식품업계는 2~3세들의 경영참여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단순한 경영 승계를 넘어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에 따른 소비 침체로 국내 식품 시장은 최근 몇 년 간 정체에 늪에 빠져 있다"며 "2~3세들이 직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만큼 새로운 콘셉트 제품을 선보이며 경영 능력을 본격적으로 시험하다 보면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