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이어 재개발도 규제 강화서울, 수도권 의무비율, '최대 30%' 상향건설사 일감 축소 넘어 '수급불균형 심화' 역효과도
  • ▲ 자료사진.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공사 현장.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공사 현장. ⓒ성재용 기자

    정부가 주택정비사업에 대한 고삐를 한 번 더 조였다. 정부가 임대주택을 확보하기 위해 재개발 사업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상향시킨 것. 재건축보다 상대적으로 여건이 나았던 재개발마저 '족쇄'가 채워지면서 건설사의 일감 축소는 물론, 나아가 수급불균형 심화라는 역효과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26일 '2019년 주거종합계획'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올 하반기에 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날 수 있도록 도시·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을 통해 재개발 사업의 임대비율 비중을 높일 방침이다.

    재개발 주택의 임대 의무비율은 도시·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에 맞춰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법 시행령에는 서울의 재개발 임대 의무비율을 10~15%, 경기·인천은 5~15%로 제시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를 서울 10~20%, 경기·인천 5~20%로 개정할 계획이다. 여기에 지자체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는 추가 부과 범위도 5%p에서 10%p로 높일 예정으로, 지자체 판단에 따라 서울과 수도권의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은 최고 30%까지 높아질 수 있는 셈이다. 지방은 현행 5~12%가 유지된다.

    국토부 측은 "관련법상으로는 임대주택 의무비율이 30%까지 가능한데, 시행령상 15%로 돼 있었다"며 "시행령 개정 시점에 사업시행 인가를 아직 받지 않은 재개발부터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입법예고, 심사 등을 거쳐 하반기 개정된 시행령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아직 사업시행 인가를 받지 못한 △용산구 한남뉴타운 2·4·5구역 △강북구 미아뉴타운 2·3구역 △동작구 흑석뉴타운 11구역 △송파구 마천4구역 등 서울시내 36개 구역이 의무비율 상향 조정 가능 대상이다.

    그러면서 건설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대 의무비율이 높아지면 사업 지연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재개발 임대주택의 경우 공공이 표준건축비로 매입하는 만큼 일반분양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 임대주택 수를 늘리는 만큼 매입비를 현실화한다던가, 용적률 완화와 같은 부가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재개발 사업 위축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재개발은 일반분양을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인데, 임대를 늘리면 일반분양 물량이 줄어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추진 동기가 사라지는 만큼 사업을 포기하는 구역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마포·용산·성동 등 일부 도심 인기 지역을 제외하고는 지금도 수익성 문제로 사업 추진이 어려운 곳이 적지 않다"며 "임대주택 의무비율이 상향되면 사업성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조합들도 반발하고 있다.

    용산구 한 재개발구역 조합 관계자는 "이미 임대비율 15%로 사업계획을 다 짜놨는데, 새 규정에 맞춰 다시 짜려면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앞서 재개발을 진행한 다른 구역과의 형평성을 무시한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작구의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임대비율 상향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 정부는 이에 상승하는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주민들의 재산상 피해가 발생할 경우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 개선(안). 자료=국토교통부. ⓒ뉴데일리경제
    ▲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 개선(안). 자료=국토교통부. ⓒ뉴데일리경제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로 정비사업의 또 다른 축인 재건축 사업은 상황은 이미 악화일로다. 정부의 각종 규제에 묶여 '무기한 보류'를 택한 단지도 적지 않다.

    앞서 정부는 2017년 8·2대책을 통해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재당첨 제한 등으로 재건축 사업을 한 차례 옥죈 데 이어 지난해에는 초과이익 환수제와 안전진단 강화로 사업 자체의 추진동력마저 떨어뜨렸다.

    게다가 최근에는 서울시가 집값 안정화와 투기수요 차단을 위해 인·허가 절차도 늦추면서 사실상 서울 내 재건축 사업은 '올 스톱'된 상태다.

    올 들어서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도중에도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가 동의하면 추진위원회 구성 이후 지자체가 직권 해제할 수 있는 조항이 생겼다. 현재 서울시장이 사업성 분석을 통해 직권 해제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데도 주민간 의견충돌 등으로 사업 추진이 부진한 정비구역을 지자체가 직권 해제할 수 있는 근거가 또 하나 만들어진 셈이다.

    여기에 내년 3월에는 정비사업 일몰제까지 부활한다. 일몰제에 따르면 정비구역으로 지정한 뒤 2년 안에 추진위를 설립하지 못하거나 추진위 설립 이후 2년 내에 조합을 설립하지 못하면 시·도지사가 직권으로 정비구역에서 해제할 수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서울 내 주택공급을 마비시켜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이 서울 주택공급의 유일한 수단인데, 이들 사업이 위축될 경우 공급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부족해진 공급과 달리 수요는 서울 집값 상승을 부추기기엔 충분한 요소다.

    이미 정부도 서울시내 주택공급 부족 문제를 자각하고 엄중히 다뤄왔다. 정부가 펼쳐온 수요 억제책이 오히려 공급 억제로 서울 집값 상승을 부추기자 급하게 '공급카드'를 꺼내들기도 했다.

    지난해 말 경기 남양주시, 하남시, 과천시, 인천 계양에 '3기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는 서울과 인접한 곳에 대규모 주거단지 및 복합시설을 조성, 서울 집값 안정화를 꾀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당시 서울 내 신도시 부지 선정도 불발됐으며 서울의 수요를 끌어들일만한 매력적인 부지를 찾지 못해 미봉책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문가들을 서울 집값 상승 압력은 그대로인데 이를 규제로 억누르면 시장 왜곡으로 주택시장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는 "공공택지가 부족한 서울은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 확대를 하는데, 정부 차원에서 공급에 규제를 가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공급량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면서 주택시장의 안정화를 꾀해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공공임대 확대로는 주택수요를 충족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어 수급불균형을 일으킬 것"이라며 "재개발 사업이 줄줄이 무산될 경우에는 불균형을 더 심화시켜 집값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가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