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지역본부 설립도 검토…아시아 금융 벨트 구축 박차7~8월 IBK인도네시아은행 출범 예고…은행 최초 M&A 사례김도진 은행장, 보폭 확장하며 다양한 글로벌 사업 계획
  • ▲ IBK기업은행 본점. ⓒ뉴데일리DB
    ▲ IBK기업은행 본점. ⓒ뉴데일리DB

    기업은행이 20여 년만에 다시 싱가포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아울러 동남아 지역본부도 구상 중이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이 취임 초기부터 강조해온 것이 글로벌 시장 진출인 만큼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1998년 IMF 외환위기 직후 철수한 싱가포르 지점의 재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싱가포르 지점은 1994년 기업은행의 다섯 번째 해외 영업점으로 개소했지만 5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번 재진출은 구상 초기 단계로, 현재 전략적으로 진행 중인 IBK인도네시아은행 출범과 미얀마·베트남 현지법인 전환이 자리를 잡으면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향후 싱가포르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오면 기존처럼 지점 방식의 설립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기업은행은 또 동남아 지역본부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만큼 거점 본부 역할에 대한 필요성이 인식된 데 따른 것이다.

    지역본부는 각 거점 지역에 있는 점포를 총괄하는 곳을 의미한다. 시중은행마다 지역본부가 있고, 그곳을 담당하는 지역본부장이 존재한다.

    기업은행의 동남아 진출 전략은 김도진 은행장의 의지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데 따른다. 그는 해외 점포를 직접 방문해 영업 현황을 점검하는 등 글로벌 사업을 공격적으로 지휘하고 있다.  

    김 행장은 취임 직후 '동아시아 금융 벨트' 구축을 주요 경영전략으로 내걸며 해외 진출 의지를 피력해왔다.

    당시 해외 진출 방법으로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의 현지 은행 M&A(인수·합병)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오는 7~8월이면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을 합병한 IBK인도네시아은행이 출범한다. 현재 기업은행은 현지 금융당국의 공식 인가를 위해 막바지 절차를 밟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1996년 사무소 형태로 진출했다가 1998년 IMF 직후 철수했고, 이후 현지 당국이 신규 진입 규제를 강화하면서 M&A를 추진하게 됐다.

    기업은행은 그동안 인도네시아 진출 TF팀을 꾸리며 집중적인 작업을 펼쳐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인도네시아 아그리스 은행과 미트라니아가 은행의 인수를 완료했으며, 합병 관련 공시를 마친 상태다.

    특히 IBK인도네시아은행은 창립 58주년을 앞둔 기업은행 최초의 해외 은행 인수합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IBK인도네시아은행이 출범하면 국내 은행 간 경쟁도 예상된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우리은행의 우리소다라은행, 신한은행의 신한인도네시아은행 등이 현지 은행의 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김도진 행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현지 당국의 공식 인가를 따내 이르면 7~8월 IBK인도네시아은행이 출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동남아 시장의 거점 형성을 위해 다양한 글로벌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중장기적으로 미얀마 양곤사무소와 베트남 호치민·하노이지점의 현지법인 전환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미얀마의 경우 현지 은행시장 개방이 하반기에 예상돼 인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할지, 법인으로 전환할지는 미정이다. 현지 당국이 정해준 지침에 따라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올 하반기 미얀마 인가 신청을 완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베트남은 내년 법인 전환을 목표로 두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2017년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베트남 당국은 현지 은행 구조조정 등이 선결돼야 한다는 이유로 신규 인가에 제한을 둬 진행이 더딘 상태"라며 "현지 당국의 인가 신청서 갱신 요청에 부응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업은행은 해외 주재원에 대한 보상체계도 개선한다. 장기간 해외 체류를 유도하고 핵심 인재들이 자발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한편 현지 전문가를 키워 해외시장 진출을 더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