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피봇 시작… 씨티 "연내 추가 빅컷 가능성"유럽‧영국‧캐나다 등 줄줄이 추가 인하 나설듯글로벌 통화정책 중심 이동… '물가 안정'→'경기 대응'한은, 물가만 보면 인하 가능… 9~10월 집값·가계대출 관건 한은 "가곗빚 안잡히면 금리인하 통한 경기진작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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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DB.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 피봇(정책전환)에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글로벌 금리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는 양상이다. 유럽연합과 영국, 캐나다 등 주요국들은 이미 금리를 낮추기 시작했고 카타르, 사우디, 바레인 등 중동 국가들은 미국을 따라 곧장 금리를 인하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지만, 가계부채 급증과 수도권 집값 과열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 美 연준, 기준금리 0.5%p 인하… '긴축 시대' 종료

    미 연준은 현지시간으로 17∼18일 열린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에서 4.75∼5.0%로 0.5%포인트 낮췄다.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코로나 19 팬데믹 당시였던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에 처음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인하 배경에 대해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이 줄었지만 실업률 상방 위험은 커졌다"며 "노동시장이 확실히 냉각됐다"고 설명했다. 통화정책 운용의 초점이 인플레이션에서 경기침체 대응으로 전환됐다는 의미다.

    특히 FOMC는 이날 공개한 새 점도표를 통해 연말까지 0.5%포인트 추가 인하를 예고했다. 점도표는 19명의 FOMC 위원들이 각자 전망하는 금리 수준을 나타내는 도표로 분기마다 한번씩 발표된다.  

    점도표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은 올해 말 기준금리를 이번에 인하된 금리보다 0.5%포인트 더 낮은 수준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고용시장 냉각을 근거로 연말까지 연준의 금리인하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씨티그룹은 FOMC 회의 이후 “연준이 앞으로 고용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임을 예고했다”고 평가하면서 “연준의 전망보다 고용시장이 더 약화될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연내 125bp(1.25%포인트) 인하(최소 1회 추가 빅컷 필요) 전망을 고수한다”고 밝혔다.

    미국에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해 10대 선진국 중앙은행 중 6곳은 이미 통화정책 완화에 나서고 있다.

    ECB는 지난 6월과 이달 두차례에 걸쳐 정책금리를 0.5%포인트 낮췄다. 금융시장에선 ECB가 연내 추가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와 경기 전망을 종합하면 ECB가 연내 추가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장 강한 경기 부양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다음달보다는 12월 25bp(0.25%포인트)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영국, 캐나다, 스위스, 스웨덴, 뉴질랜드 등 이미 금리인하를 시작한 국가들이 이달 혹은 연말까지 추가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데일리 DB.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데일리 DB.
    ◇ 한은 “영끌 알고도 금리 낮추면 부작용만”

    글로벌 통화정책 운용의 무게중심이 ‘물가 안정’에서 ‘경기침체 대응’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를 경계하며 최근까지 ‘인하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에 진입한데 이어 이달 국제유가 급락의 영향으로 1%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미국마저 경기침체 대응을 위한 금리인하에 나선만큼 한국도 선제적으로 내수부진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은은 가계부채 상승을 동반한 집값 상승이 금융안정과 경제성장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여전히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경기 대응을 위해 금리를 낮춘다 해도 자금 흐름이 부동산 시장 집중되는 상황에서는 경기진작 효과가 제한적일 뿐 아니라 높은 가계부채 비율이 소비를 제약하는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종우 한은 통화정책·시장 담당 부총재보는 지난 12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설명회에서 "피봇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금융안정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결정할 것"이리면서 "연내 금리를 내린다면 정부 (가계대출)정책이 효과를 분명히 내는 상황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창용 총재 역시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직후 "통화정책은 금융안정을 위한 것인데 금융 안정의 중요 요인이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라면서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적어도 2개월 내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였다는 신호가 확인돼야 다음달이나 올해 마지막인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인 셈이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이달부터 금융당국이 규제를 강화하고 은행권이 자체적인 제한 조치를 시행함에 따라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12일까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570조8388억원으로 지난달 말(568조6616억원)보다 2조1772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일 기준 하루 평균 2419억원씩 증가한 것인데 이는 전달(4244억원)과 비교해 약 43% 줄어든 것이다.

    다만 비교 대상인 8월 주담대 증가폭(8조9115억원)은 유례 없는 수준이었고, 이달 초 규제 강화 등 대출환경 변화를 관망하던 수요가 다시 고개를 들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달 첫주 4영업일 동안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8835억원 증가했는데 둘째주에는 4영업일 동안 1조2937억원으로 불어났다.

    추석 이후 가을 이사철이 본격 시작되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국토교통부의 실거래 공개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9518건으로 전달(6150건)대비 5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으로는 같은 기간 26.4% 늘었다. 

    국토부 실거래 공개 시스템의 주택 거래 통계는 계약일 기준이기 때문에 잔금일에 실행되는 은행 대출과는 두세 달의 시차가 존재한다. 따라서 7월 이후 증가한 아파트 거래는 다음달부터 주담대 수요로 나타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