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선박 누적 발주량 전년 동기 38% 감소현대중공업그룹 올해 수주 목표 20%도 못 채워선주들 관망세 유지, 유럽은행 선박금융도 소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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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규제를 앞두고 기대에 가득찼던 조선업계에 예상 밖의 고민거리가 생겼다. 환경규제 수혜로 신규 선박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히려 세계 선박 발주량이 부진한 탓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선박 발주량 부진은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가 시행되는 내년까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배를 발주하는 선주사들이 새로운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어떤 기술을 택할지 정하지 못하고 관망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들어 5월까지 전세계 선박 누적 발주량은 941만CGT로 전년 동기(1522만CGT) 보다 38% 감소했다. 지난달 발주량은 106만CGT로, 지난 4월(121만CGT)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 사정도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그룹(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포함)은 올해 수주 목표 159억 달러 중 약 15%인 25억 달러를 달성한 상태다. 전년보다 수주 목표를 20% 올려 잡았지만, 상반기까지 올해 수주 목표의 20%도 채우지 못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83억7000만달러의 수주 목표 대비 약 26억9000만달러(총15척)의 일감을 따내며 32%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은 78억달러 중 30억 달러를 수주, 전체 목표의 38%를 달성하면서 가장 높은 수주 목표 달성률을 나타냈다.

    수주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한 이유는 선주들이 환경규제를 앞두고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IMO의 환경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LNG추진선을 건조하거나 기존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방안이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IMO 2020은 세계 모든 바다에서 선박용 연료의 황 함유량 기준을 3.5%에서 0.5%로 강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시행까지 6개월 남짓한 시간을 남겨두고 있지만, 선주들은 선택지별 가성비를 따지면서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 일부 국가는 스크러버 사용까지 금하고 있어 선주들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면서 "이같은 관망세는 규제 시행 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악재도 있다. 해운업계 대출시장의 '큰손'으로 통하던 유럽 은행들이 선박 금융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과잉 선복량으로 인해 화물운임이 계속 하락하는 등 해운 산업이 침체되자 유럽 은행들이 해운 대출에서 발을 빼고 있는 분위기다.

    그나마 국내 조선업계의 강점인 액화천연가스(LNG)선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수주 불균형에 따른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 LNG선은 다른 선종보다 건조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돼 도크 회전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올해 전세계에서 14만㎥급 LNG선은 총 21척, 181만CGT가 발주됐다. 이는 지난해 21척(182만CGT)과 거의 동일한 규모다.

    이같은 상황으로 업계 부활도 늦춰질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반기 대형 LNG프로젝트와 해양프로젝트가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주 성공도 장담할 수 없을 뿐더러 올해 실적에도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게자는 "하반기에 기대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지만, 올해 안으로 본계약을 맺기란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조선업계가 환경규제를 앞두고 기대가 컸지만, 이에 따른 신조발주는 더이상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