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싸움 → 쩐의 대결 → 백기사 논쟁 → 여론전 비화"중국계 자본의 약탈적 M&A" 정조준"SM주가조작 등 배임·횡령" 역공울산시 정치권 백기사로 가세대기업 참전 주목… 당국도 주시
  • ▲ (왼쪽부터)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 (왼쪽부터)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죽여(어)야 한 산다"

    MBK파트너스·㈜영풍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 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중국계 약탈 자본이다" "배임·횡령 의혹이 있다" 등 서로의 아킬레스건을 정조준하며 날이 갈수록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19일 증권가에서는 양측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셈이라며 한쪽이 치명상을 입어야 끝이 나는 '치킨게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75년 동업 체제가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한 건 지난 13일이었다. 그간 최 회장측 공세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측은 깜짝 선언을 했다. MBK파트너스와 연합전선을 꾸려 경영권을 되찾겠다며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선언했다. 이들은 고려아연 주식을 최소 7%(144만5036주)에서 최대 14.6%(302만4881주)까지 사들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뜻한대로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MBK파트너스와 영풍 지분은 47.7%에 이르게 되며, 이후 고려아연 경영은 MBK파트너스가 주도하게 된다. MBK파트너스 측은 매수수수료를 포함해 최대 1조9998억원을 투입할 예정으로, 공개매수 이후 이사회 의결권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MBK “최 회장 체제서 재무 건전성 악화”

    19일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윤범 회장 취임 후 무분별한 투자 등으로 고려아연 부채는 늘고 수익성이 하락한 가운데 경영권 방어목적의 과도한 자사주 매입 등으로 현금력이 약화하는 등 재무건전성이 훼손되고 있다”며 최 회장의 대리인 문제를 지적했다.

    MBK파트너스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부채 규모는 최 회장 취임해인 2019년 41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4110억원으로 35배 증가했다. 연결 영업이익 마진율은 2019년 12%에서 2023년 6.8%로 5.2%p 감소했다.
  • ▲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보배 기자
    ▲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보배 기자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악화된 재무건전성으로 인해 순현금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올해 말에는 순부채 상황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도 최윤범 회장 주도로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거나 고려아연 본업과는 무관한 투자들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MBK파트너스 측은 2019년 이후 고려아연에서 진행된 38개 투자 건 중 30개의 기업의 2021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누적당기순손실은 5297억원에 이른다. 완전자본잠식의 ‘이그니오(Igneo)’, 사법리스크에 휩싸인 ‘SM엔터테인먼트’ 등에 무분별한 투자가 진행돼 회사 차입금 부장이 가중됐다는 설명이다.

    MBK 파트너스는 대리인 문제로 훼손되고 있는 고려아연의 기업가치, 주주가치를 개선을 위해 우선 이사회의 감독 기능과 전문경영진의 경영관리가 조화롭게 작동하는 선진 거버넌스 및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공개매수를 통한 경영권 강화 후 본업과 연관성이 없는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건들에 대해서는 서둘러 투자금을 회수 후 본업 및 신사업 경쟁력 제고 목적으로 해당 자금을 재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김 부회장은 “최윤범 회장 개인의 독단적인 경영 행태에 의해 고려아연의 기업가치,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며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강화한 후 고려아연이 명실상부한 비철금속제련 부문 글로벌 리더로서, 대한민국 경제, 산업의 근간이자 미래 성장 동력을 이끄는 기업,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측 반격…모든 법적 조치 예고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와 장 고문 등 영풍 경영진에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특히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를 적대적, 약탈적 인수합병(M&A)으로 보고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경영권을 지켜내겠다는 각오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공개매수는 대표이사가 전원 구속되고 범죄와 무능 경영을 책임져야 할 영풍의 장 고문과 이사 등이 중국 등 해외 거대자본을 등에 업은 사모펀드와 결탁, 사적인 이익만을 목적으로 다수 주주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법인 영풍을 마치 사유재산처럼 불법행위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 ▲ 고려아연 노조가 19일 광화문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공개매수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고려아연
    ▲ 고려아연 노조가 19일 광화문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공개매수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고려아연
    그러면서 “MBK와 영풍이 공개매수를 위한 이른바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하면서 영풍은 회사 차원 손해를 입게 되는 반면 그 이익은 고스란히 MBK에게 넘어간다”며 “영풍이 이런 자산을 MBK에 모두 넘기고 그 이익 또한 MBK가 얻도록 한 것은 영풍에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위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현재 최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최윤범 회장 1.8%를 포함해 15.6% 수준이다. 현대차·LG·한화·트라피구라 등 우호 지분은 16~17% 수준으로 평가된다. 현재로선 장씨 일가 지분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최씨 측이 백기사를 추가 확보하거나 대항공개매수 등을 통해 반격을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과 최 회장이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시도에 맞대응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공개매수자 및 특별관계자는 공개매수에 대응할 수 없다. 최 회장이 장씨 측과 특별관계자를 해소하면 이러한 법적 장애물이 없어지므로 대항공개매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이 대항공개매수에 나선다면 1조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LG·한화 등이 최 회장 편에 선다고 가정할 경우 최 회장은 추가로 약 6%의 지분율을 추가로 확보해야 MBK 측과 경쟁이 가능해진다. 이때 필요한 자금이 약 8000억원 등 1조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울산 정치권과 고려아연 노조 등도 이번 경영권 분쟁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과 울산시의회는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적대적 M&A’로 보고 반대하면서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선언했다. 노조 역시 MBK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공개매수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