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분가능소득·금융자산 대비 부채 비율 증가세대출 속도 둔화에도…자영업 채무상환능력 악화이자도 못 버는 기업 32%…한계기업 14%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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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경제의 뇌관인 '대출' 수준이 쉽사리 꺾이지 않는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둔화하고 있어도 여전히 소득보다 부채 증가 속도가 더 빠르고, 대출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 

    사실상 가계부채나 다름없는 자영업자대출도 연체율 상승과 함께 업황 부진으로 채무상환능력이 악화하는 추세다.

    여기에 기업대출도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한 해에 이자도 못 버는 기업이 32%로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한계기업은 14%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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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득보다 빚 속도 빨라…자영업 연체율·상환능력 '비상'

    20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처분가능소득과 비교한 부채 비율은 158.1%(추정치)로 1년 전보다 1.9%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실제 가계가 쓸 수 있는 소득보다 빚이 더 빨리 늘었다는 의미다.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48.1%로 2.1%포인트 상승해 경제여건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와 기업의 부채를 합한 값인 민간신용 비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하면 1분기 말 189.1%로 작년 말보다 1.4%포인트 상승했다. 

    이 가운데 가계부채 잔액은 1분기 말 1540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증가했다. 가계부채는 2017년 이후 증가율이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 요인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비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대출 연체율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영업자대출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연체율이 최근 소폭 상승했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LTI(소득대비 대출비율), 자산대비 부채비율 등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이 일부 업종 중심으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1분기 636조4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3.7%(12조1000억원) 증가했다. 전년 대비 대출 증가율은 11.2%로 작년 말(13.7%)보다 하락했다.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에 더해 개인사업자대출 규제가 시행되면서 대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대출 건전성과 채무상환능력에 대한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특히 최근 업황 부진이 두드러진 도소매업의 LTI는 2017년 239.4%에서 지난해 294.4%로 상승했고, 숙박음식업은 같은 기간 222.1%에서 255.3%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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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대출 상승세…기업 10곳 중 3곳 이자도 못 벌어

    기업대출도 늘어나는 추세 속에 국내 기업 10곳 중 3곳은 이자낼 돈도 못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위기 후 8년 만에 최대치로 심각한 수준이다.

    예금은행의 기업대출은 1분기 말 842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 회사채도 2012년 3분기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순발행을 기록했다.

    사업보고서 공시 기업의 부채비율은 작년 말 75.3%로 하락세를 이어갔으나, 이자보상배율은 2018년중 8.8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떨어졌다. 특히 중소기업이 3.5에서 2.0으로 크게 하락했다.

    이자보상배율은 한 해 동안 기업이 벌어들인 돈이 그 해 갚아야 할 이자에 비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채무상환력 지표다.

    외부감사 결과 공시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배율은 5.9로 전년(6.3)보다 낮아졌다. 특히 전기·전자 업종을 제외하면 3.9로 떨어져 2015년(3.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충당하지 못한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 비중은 32.1%로 전년 대비 2.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0년 이후 최대치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경기가 반등했던 때에는 25.9%였다. 이후 2014년 31.7%로 높아졌다가 2016년 28.4%로 낮아졌지만, 2017년 다시 29.7%로 높아져 현재 30% 수준을 넘은 것이다.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은 대기업(23.6%)보다 중소기업(34.0%)에 많았다. 업종별로는 조선(54.9%)·자동차(37.8%)·숙박음식(57.7%)·부동산(42.7%)에 집중됐다.

    이자보상배율이 2년 연속 1 미만에 못 미친 기업은 20.4%로 1.4% 상승했다. 통상 한계기업으로 불리는 3년 연속 1 미만은 14.1%에 달했다.

    한은 관계자는 "작년 들어 수익성이 저하되고 차입비용이 상승하면서 이자보상배율이 하락하고 있으며, 특히 수익성이 이자보상배율 하락의 주요인이다"라며 "금융기관은 기업 신용위험을 관리하는 한편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자본 확충 등을 통해 손실흡수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기업의 경영여건이 악화할 경우 특히 미·중 무역분쟁이 심해져 매출에 타격이 가해질 시 이자보상배율은 지난해(5.9)보다 더 낮아진 5.1로 추정했다. 이는 매출액이 지난해 대비 평균 3% 감소, 주력 수출업종 6% 감소를 가정한 수치다.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은 매출 충격 시 32.1%에서 37.5%로 더 높게 전망했다. 이들 기업에 대한 여신 비중은 32.1%에서 38.6%로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