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물류업 혁신방안' 발표본사-대리점-기사 계약구조 흔들… 수익·효율성 의문업계 "현장 상황 전혀 반영 안됐다"
  • ▲ 택배 터미널 자료사진 ⓒ 정상윤 기자
    ▲ 택배 터미널 자료사진 ⓒ 정상윤 기자

    정부가 택배·퀵서비스 특성을 반영한 ‘생활물류법’의 밑그림을 내놨다. 그간 업계는 기존 화물운송법은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성격이 강한 생활물류를 아우르기 어렵다며 새 법 제정을 요구해왔다.

    정부는 26일 제18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통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물류산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물류 사업자에겐 기존 규제를 완화하고, 종사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내용으로 정책을 꾸렸다.

    혁신방안은 △산업 지원체계 혁신 △산업 성장기반 혁신 △시장질서 혁신 등 세 가지 키워드로 마련됐다. 정부는 첨단물류기술 개발을 위해 2027년까지 약 2000억원을 투자하고, 도심권 택배 터미널 구축을 지원하는 등 물류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놨다.

    다만 종사자 권익 보호 관련 일부 방안은 업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정부는 택배기사 직접 고용을 늘리는 기업을 우수 업체로 선정하고, 해당 업체엔 화물차 증차 심사를 면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재 택배차 증차는 1년마다 화물차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만 진행할 수 있다.

    업계는 해당 방안이 현실성이 떨어져, 실제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대부분의 택배 기사는 개인사업자로, 각 지역 대리점과의 계약을 바탕으로 업에 종사하고 있다. 본사는 각 지역 대리점에 물량 지급 관련 계약을, 대리점은 각 기사와 세부 구역에 대해 계약을 맺는 구조다.

  • ▲ 택배사-대리점-택배기사 간 일반적인 계약 구조
    ▲ 택배사-대리점-택배기사 간 일반적인 계약 구조

    업계 관계자는 “택배 서비스가 도입된 1990년대부터 본사-대리점-기사 간 계약 구조로 운영됐으며, 수익성과 효율 측면에서 이 같은 구조가 굳어진 것”이라며 “직영 기사를 늘린다면 전국 수천 곳에 달하는 대리점은 결국 갈 곳이 없어지는 건데, 이 같은 방안은 현 시장 구조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택배 기사는 배송 건수, 물량 영업 등 본인 업무량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는 개인 사업자로, 막상 정책 수혜자인 택배 기사가 직영 전환을 원할지도 미지수”라며 “방안 마련까지 실제 업계 종사자, 사업자 의견 청취 등 시장 상황 조사가 충실히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책 차원에서 대리점과 택배기사 간 사업 계약을 보장하는 방안도 논란이다. 국토부는 기사와 대리점 간 계약을 3년간 의무유지하게 하는 ‘갱신청구권’ 신설을 검토 중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택배기사 이탈 사유의 대부분은 물량이 적고 가구 밀집도가 낮아 사업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나, 터미널 시설 낙후 등으로 근무 강도가 높은 소형사에서 대형사로 이동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형 택배사조차 인력난을 겪고 있어, 사실상 일방적으로 기사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 시장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해, 갱신청구권 도입 취지와 배경이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