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원의 대응 자제하고 기업피해 최소화 대처는 잘못된 판단정치·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현안, 일본 의중 파악부터 서둘러야원론적인 중장기 대책은 전혀 도움 안돼, 현실적 해결방안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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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中 무역전쟁에 이어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국내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대처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 정치·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에서 항의를 하거나 해법 모색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나마 하고 있는 움직임이 피해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7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만나 일본 수출규제 관련 의견을 나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직접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나면서 참석하지 못했다.

    오는 10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30대그룹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정치·외교적으로 풀어주기를 내심 바라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 방향은 많이 다르다. 최대한 일본 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소극적인 대처에 나서고 있어서다. 오는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관련 이슈가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걸 막기 위한 차원이라고 하지만 기업들이 떠안아야 될 피해가 너무 크다.

    또 답답한 것은 일본의 수출규제 배경과 후속 조치 등에 대해 예측할 수 없어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강제징용 피해보상에 따른 정치적 보복 성격이 짙은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와 달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북한 문제를 들먹였다. 아베 총리는 지난 7일 BS후지TV에 출연해 “한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제대로 지켜야 한다”며 수출규제 조치의 배경을 언급했다.

    일본이 무엇때문에 토라졌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책을 내놓는 것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정부는 오는 10일 30대그룹 회동 이후 종합적인 중장기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장의 피해는 손쓸 방법이 없을 것이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핵심 소재·부품·장비의 수입선 다변화, 국제경쟁력 강화 및 국내 조달망 강화 등을 위한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특히 일본 정부가 한국을 안보상 우호국가인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100대 품목을 추려서 대비하고, 일반 부품 연구개발에도 5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이는 원론적인 중장기 대책에 불과하다.

    일본 의존도를 줄이고 수입선을 다변화하면서 국내 자립도를 높이는 것은 당장 이뤄질 수 없다. 그때까지 손놓고 기다릴 수 없는 것이 기업들의 현실이다. 얼마나 급했으면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이 보자고 한 회동에도 불참하고 이재용 부회장이 혼자서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최대한 빨리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아베 총리와 만나 정치·외교적으로 현안을 대처하는 것이 적절하다. 일본의 추가 조치로 국내 기업들이 더 큰 피해를 보기 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