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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재건축 아파트에서 시작된 '집값 반등 조짐'이 강남에 이어 서울 전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의 민선 3기 임기 초반을 넘기면서 대규모 개발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부동산시장에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8일 부동산114 '주간 아파트 시장 동향'에 따르면 7월 1주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 변동률은 0.07%로, 6월 2주 이후 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0.18%)와 일반 아파트(0.05%)가 동반 상승하면서 지난주 변동률 0.03%에 비해 상승폭이 확장했다.
이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집값이 약 한 달 간 오름세를 나타내면서 '집값 바닥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라며 "더 이상 집값이 떨어지지 않으리란 인식이 형성된 데다 정비사업 지연에 따른 신규공급 감소가 예상되면서 '내 집 마련' 실수요자들의 매수세가 살아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1년 뒤 서울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 부동산 전문가들이 크게 늘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동향 7월호'에 담긴 '2019년 2분기 부동산시장 전문가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한 전문가 53.8%가 1년 뒤 서울 주택 매매가가 현재보다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승폭이 0~2.5% 사이로 소폭 오를 것이라 예측한 전문가 비중이 전분기 11.3%에서 이번 분기 37.7%로 3배 이상 올랐다. 2.5~5% 사이로 오를 것이라 내다 본 전문가 비중도 3.8%에서 14.2%로 4배 가까이 뛰었다.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은 24.5%에 그쳤다. 현재와 같은 것이라 예상한 비중은 21.7%였다.
김성태 KDI 경제전망실장은 "최근에 특별한 이벤트가 없었음에도 '바닥론' 등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 데 따른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판단했다.
본 조사는 지난달 20~26일 학계, 연구원, 금융기관 및 건설사 등 부동산 관련 전문가 10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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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바닥론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서울시의 대규모 개발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집값 상승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시는 계획한 일정에 따라 사업을 진행할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1조원대 굵직굵직한 개발사업들은 집값을 들썩일 수밖에 없다.
삼성동에 들어서는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는 오는 12월 공사에 들어간다. 수도권지하철 2호선 삼성역부터 9호선 봉은사역을 잇는 총 630m 구간에 지하 6층, 연면적 16만㎡의 복합환승센터를 짓는 프로젝트다. 사업비만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곳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C노선과 도시철도 위례~신사 경전철, 지하철 2·9호선 및 버스·택시 환승시설이 조성된다. 시는 연내 광역복합환승센터 지정고시, 기본설계, 기술제안 입찰, 개발 실시계획 승인 등 후속절차를 거쳐 올해 12월 착공할 계획이다. 2023년까지 센터를 개통한다는 게 목표다.
이와 인접한 입지에는 삼성동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개발사업이 추진 중이다. 2014년 현대차그룹이 10조원을 주고 신사옥을 조성하고자 매입한 옛 한국전력공사 부지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4년 넘게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올해 초 수도권정비위원회가 사업계획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5월 시가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지구단위계획 및 세부개발계획을 수정·가결하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게 됐다.GBC에는 축구장 11배 면적인 7만9342㎡ 부지에 105층 타워 1개동을 비롯해 5개 건물이 들어설 계획이다. 특히 105층 타워 높이는 569m로 계획돼 있어 현존 최고 123층 롯데월드타워(555m)보다 높다.
시는 GBC의 조속한 착공을 위해 도시관리계획 변경 고시, 건축허가 및 굴토·구조 심의 등을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입장이어서 주변 부동산시장에 기대감이 크다.수색역세권 개발사업은 경의중앙선 수색역과 공항철도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 일대 약 32만㎡에서 철로를 제외한 22만㎡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가 1조7000억원에 달한다. 롯데그룹이 상업시설을 짓는 1단계 사업을 2022년 착공할 예정이며 철도시설 부지를 개발하는 2단계 사업은 2025년 착공된다.
이와 관련, 시와 코레일은 수색역세권 개발을 위해 공동으로 기본구상을 수립하고 원활한 인허가 지원 및 사업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지난달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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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권 역세권 개발계획에는 또 5월 도봉구 창동역 일대를 개발하는 '서울아레나 복합·문화시설 사업'이 진행 중이다.
민간사업자 공모절차에 돌입하면서 본궤도에 오른 본 사업은 총 사업비 4000억원 규모로 창동역 인근 5만여㎡ 시유지에 최대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최초의 콘서트 전문공연장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시는 사업제안서를 평가, 9월 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실시협약 체결 및 실시계획 승인 절차를 거쳐 2023년 말까지 완공한다는 목표다.
총 2조6000억원 규모의 사업비로 서울 동북권 최대 개발사업으로 꼽히는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도 표면 위로 떠올랐다. 시가 광운대역 부지 소유주인 코레일과 개발을 위한 사전협상을 본격화하면서다.
본 사업은 2009년 시가 광운대역 인근 15만㎡ 부지에 대해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제도'를 도입하면서 개발을 시도했으나, 민간사업자 공모가 이뤄지지 않아 2014년까지 사실상 방치됐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이 동북권의 새로운 경제 거점으로 본 사업을 지목하면서 꿈틀대기 시작했다. 박 시장의 적극적인 의지로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이 재추진됐고, 2017년 6월 코레일이 HDC현대산업개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구체적인 그림이 나왔다. 시는 코레일과 사전협상을 통해 늦어도 2021년까지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박 시장이 용산과 여의도 마스터플랜 발표를 예고했다가 인근 지역 부동산 폭등으로 발표를 보류한 바 있다"며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어그러질 경우 박 시장의 신임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나 서울시내 대규모 공공개발의 경우 부동산과 연관성이 높은 만큼 정치적인 판단보다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정책적으로 세심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