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베트남 현지법인 ‘탕콤’, 7300명이 연간 2700만장 의류 생산R&BD 센터에서 원사 개발부터 진행, 바이어에게 역제안 판매박우혁 탕콤 봉제 공장장 “공장 자동화… 올해 2700만장 의류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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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르르륵, 좌르르륵….’여러 대의 재봉틀이 동시에 돌아가는 소리와 경쾌한 음악 소리가 뒤섞인 이곳. 지난 10일 오전 베트남 경제수도 호치민에서 차로 40분을 달려 도착한 ‘탕콤(Thanh Cong Grouop)’ 공장의 모습이다. 30도가 넘는 더위에도 5100여 명의 봉제 공장 직원들은 의류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이랜드는 2009년 베트남 국영기업 ‘탕콤’을 인수했다. 생산기지 확장과 함께 글로벌 패션 사업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의도에서다. 해마다 10% 이상 성장을 지속하면서 연매출은 40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현재 SY비나(우븐 원단 생산), 사비맥스(가구 제작) 등 4개 법인에서 근무하는 직원 수만 1만2000명에 달한다.베트남 이랜드 생산 공장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탕콤’ 본사는 35만6208㎡(약 10만7700평)에 공장 12개동이 들어서 있다. 지난해에만 18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단일 섬유 수출기업으로 베트남에서 수위를 다툰다. 7300명의 직원이 4개의 공장에서 연간 2400만 벌의 의류를 생산해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등에 의류를 수출하고 있다.박우혁 탕콤 봉제 공장장(45)은 “탕콤은 원사 생산부터 편직, 제직, 염색, 가공, 봉제 등 자체적으로 수직계열화가 구축된 드문 기업”이라며 “이랜드 전체 그룹사의 니트 아이템 중에서 40~50%는 탕콤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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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본사 건물 3층에 있는 사업화기술개발(R&BD)센터를 둘러봤다. 먼저 개발한 원단과 원단으로 완성된 옷을 전시해놓은 쇼룸에 도착했다. 탕콤 공장을 방문하는 바이어들이 들르는 필수코스로, 원단과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쇼룸에는 ‘탕콤’에서 개발한 첨단 소재부터 기능성 소재를 활용한 원단 400개가 12개의 콘셉트로 구분되어 전시됐다. UV와 불을 막아주는 소재부터 방수 소재 등 다양한 원단과, 그 원단을 사용한 완제품의 옷(가먼트)도 함께 전시됐다.그동안 탕콤에서 납품했던 기업들의 샘플도 함께 전시됐다. 유명 글로벌 프랜차이즈 유니폼에서부터 국내 스파오 제품, 국내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뉴발란스 등의 니트를 한눈에 볼수 있었다.박 공장장은 "탕콤은 단순히 바이어에게 주문받은 상품만 제작하는 다른 공장과 달리, R&BD센터에서 자체 개발한 원사나 원단을 바이어에게 역제안한다"며 "2년 전부터 R&BD센터를 본격적으로 운영해 바이어에게 보여주며 활용하고 있다. 베트남 모든 의류 공장 중 R&BD 센터를 보유한 곳은 얼마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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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향한 봉제 공장에선 국내 출시 예정인 니트 제품들이 쉴 새 없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수십 개의 라인에서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능숙하게 재봉틀을 돌리고 있는 모습은 마치 80~90년대 한국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봉제 공장 속 한 모습 같았다.다만 드라마와 다른 점이 있다면, 모든 공정이 전산화돼 실시간으로 모니터 되고 있다는 점이다. 12개의 생산 라인마다 천정에는 모니터가 부착됐다. 화면에는 생산 라인 당 직원수와 생산량, 공정률 등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기계에 붙어있는 센서로 공정의 정확도를 체크할 수 있었다.첫 번째 라인에서는 22명의 직원들의 이름과 그들이 현재 만들고 있는 옷의 물량수가 명시됐다. 이날 1라인에서 만들어야 할 ‘뉴발란스 키즈’의 목표 수량은 1800장. 하지만 생산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화면에는 ‘83.0%’라는 공정률과 함께 노란색 불이 켜졌다. 이를 본 작업자는 현재 부족한 수량을 확인하고, 더 빨리 작업에 임할 수 있었다.박 공장장은 “현재는 라인마다 매니저가 한 명씩 있다. 나중에는 기계에 센서를 달아서 곧바로 체크할 수 있게끔 하는 스마트팩토리로 순차적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예전에는 미싱 박는 소리가 많이 났다면, 지금은 자동화돼 소리가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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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단이 사람의 손을 거쳐 점차 옷의 틀을 갖춰 나가고 있는 모습이 한편의 책이 빠르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옷은 다림질 이전에 2번의 검사와 출고 전 검사를 통과한 후 포장 단계로 넘어 간다.포장된 옷은 다시 한번 공항 보안대와 같은 바늘 확인 검침기를 통해 마지막 안전 테스트를 거친다.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혹시 모르는 바늘이나 불량품이 섞여 있음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최종 포장된 옷은 공장 한쪽에 셀 수 없을 정도로 켜켜이 쌓인 박스로 하나씩 포장됐다.이들은 공장 앞에 대기하고 있는 트럭을 통해 곧바로 호치민 향으로 간다고 했다. 박 공장장은 주문 후 트럭에 싣고 한국으로 도착하는 데까지 5일이 채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더 급한 주문은 비행기를 실어 시간을 단축한다고 했다.박 공장장은 “지난해 연 생산 케파가 2400만장이었다면, 올해는 2700만장을 충분히 선회할 것 같다. 매년 15% 생산 신장을 목표로 직원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