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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얼어붙은 모습이다. 역대급 부동산 규제를 견디지 못한 갭투자자들의 경매 매물이 늘어난 반면 낙찰률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하향세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강남 재건축 시장을 시작으로 서울 집값이 반등하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에 경매시장 분위기가 달아오를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경매 매물이 많아진 지금이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17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서울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경매 건수는 585건으로 전년 동기(541건)보다 8.13% 늘었다. 주택 경기 하락에 따른 갭투자 실패 등으로 매물이 쌓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6월 한달간에만 114건의 아파트 매물이 나와 올 들어 최고 경매건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70건)과 비교하면 44건이나 많다.
경매 건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급매물이 쏟아졌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쌓였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낙찰률과 낙찰가율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50.9%, 낙찰가율은 92.3%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3.8%, 102.2%에 비해 10%p 가까이 하락했다.
대표적으로 서대문구 홍은동에 위치한 '유원홍은' 2동 1202호는 4번의 유찰을 거듭한 끝에 지난달에서야 주인을 찾았다. 감정가는 3억1500만원이었지만 절반도 안 되는 1억4000만원에 낙찰됐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대출 규제, 공시가격 현실화 등의 규제로 경매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분석했다. 하반기에도 규제 기조가 이어지는 만큼 위축된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매업계 한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규제가 이어지는 만큼 아파트 경매 시장은 침체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시장 분위기가 살아나는 모습이라 지금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들어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아파트가 고가 낙찰되는 것이 이런 흐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2일까지 강남3구 아파트 낙찰가율은 100.6%를 기록했다.
아직 조사기간이 짧고 경매 진행건수가 2건에 불과해 낙찰가율이 크게 올랐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지난달에 비해선 응찰자수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경매 낙찰가율이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가 되는 만큼 경매로 집을 마련하는 수요자 입장에선 호재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영진 고든리얼티파트너스 대표는 "대출규제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선 경매로 집을 매매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낙찰가율이 떨어진 지금이 실수요자나 자금여유가 있는 투자자들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