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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둔화했다. 최근 집값 반등을 이끌었던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다시 관망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도 어두워지면서 건설업종의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1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01% 올랐다. 이달 들어 3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으나 지난주(0.02%)에 비해 오름폭은 줄었다.
강동구 아파트값이 0.01% 오르며 37주 만에 상승 전환했으나 분양가 상한제의 영향력이 큰 강남(0.04%)·서초구(0.02%) 등은 지난주보다 오름폭이 다소 줄었다.지난주 0.05% 올랐던 양천구도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등지의 매수세가 위축되며 상승폭이 0.02%로 감소했다.
최근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의지를 밝힌 이후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거래가 끊기고 호가가 하락하는 등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잠실 주공5단지, 반포 주공1·2·4주구(주택지구) 등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는 3000만∼1억원 이상 호가를 낮춘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세가 붙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파구 잠실동 인근 N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거래가 조금 살아난다 싶더니 분양가상한제 얘기가 나온 이후 문의가 뚝 끊겼다"며 "집주인들도 시장 분위기를 살펴보며 호가를 조금씩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강북권 재건축 아파트들도 일주일 사이에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게 공인중개소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노원구 상계주공아파트 등은 지난달 매수 문위가 크게 늘었으나 최근 거래가 거의 멈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건설사들의 2분기 실적 전망은 양호할 것으로 보이나 분양가상한제 도입 이후 실적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면 재건축·재개발 사업 추진이 어려워서다.
이에 따라 건설주는 연일 약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 건설업 지수는 이달(1∼17일 종가 기준)들어 11.63% 하락했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은 15.3%, GS건설은 14.7%, 대우건설은 10.4%, 대림산업은 7.9% 등 10% 안팎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원가 수준의 분양을 해야 하는 점에서 이번 규제는 강력하다"며 "이는 민간택지 주택사업을 하는 건설사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