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민라면으로 자리잡은 팔도 도시락철저한 현지화 전략 주효작년 100억루블 매출 달성, 한국 대비 7배 팔렸다
  • ▲ 블라디보스토크 레미 팔도 도시락 매대. ⓒ임소현 기자
    ▲ 블라디보스토크 레미 팔도 도시락 매대. ⓒ임소현 기자
    두만강 위쪽, 동해에 인접해 있는 연해주의 대표 도시 블라디보스토크. '동방을 지배하라'는 의미를 가진 블라디보스토크는 시베리아횡단열차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최근 더 넓은 세계로 향하려는 한국 브랜드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삼성'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곳곳에서는 한국 기업 광고가 눈에 띈다. 식품부터 화장품, 호텔까지 소비자들과 밀접한 분야에서 한국 브랜드들의 영향력이 쉽게 느껴진다. 뉴데일리경제는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아 지켜본 한국 기업들의 현재와 미래를 총 5회에 걸쳐 짚어본다.

    지난 9일 찾은 블라디보스토크의 OK!수퍼마켓(프리모르스키 크레이 러시아 690016)에는 10대 소녀들이 팔도 도시락 앞에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9종에 이르는 다양한 맛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들은 두 가지 제품을 카트에 싣고 떠났다.

    자칫, 처음보는 제품인듯 느껴지지만 자세히 보면 익숙한 팔도 도시락. 각진 모양과 반가운 '팔도' 로고가 적혀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국민 라면' 도시락의 인기는 이미 국내 수준을 넘어섰다.

    도시락의 러시아 매출액은 2010년 이후 매년 1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2005년 21억루블(한화 약 382억6200만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처음으로 연매출 100억루블(1822억원)을 돌파했다. 수량으로는 5억개 가량 판매된 것으로 러시아인 1명당 3개씩 먹은 셈이다. 러시아 시장 내 누계 판매량은 45억개로 국내 판매량의 7배에 이른다. 

    수년째 용기면 시장점유율 60%의 부동의 1위다. 국민 라면을 증명하듯 러시아 곳곳에서 도시락을 만날 수 있다. 일부 러시아인들이 라면이란 식품을 ‘도시락’이라 부를 정도로 인기다.
  • ▲ 지난 9일 블라디보스토크 OK수퍼마켓 팔도 도시락 매대 모습. ⓒ임소현 기자
    ▲ 지난 9일 블라디보스토크 OK수퍼마켓 팔도 도시락 매대 모습. ⓒ임소현 기자
    지난 10일 오전에는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에서 15분 정도 거리의 블라디보스토크 주요 체인 할인점 레미(프리모르스키 크레이 러시아 690002)를 방문해봤다.

    주말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는 오전 시간이었던 만큼 많은 현지인들이 장을 보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행사 매대에서는 반가운 제품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팔도 도시락. 다양한 맛의 제품이 깔려 할인행사를 진행 중이었다. 마트 이용객들이 지나는 동선에 위치해있어 많은 사람들이 도시락 할인매대에 시선을 던지는 모습이었다.

    도시락은 팔도(당시 한국야쿠르트)가 지난 1986년 출시한 첫 용기면이다. 도시락이 러시아로 넘어가게 된 것은 1990년대 초 부산항 보따리 상인들에서 부터다. 부산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던 상선의 선원과 보따리상 사이에서 사각형 용기면 도시락은 인기가 높았다. 
  • ▲ 지난 10일 블라디보스토크 레미의 팔도 도시락 할인 행사 매대. ⓒ임소현 기자
    ▲ 지난 10일 블라디보스토크 레미의 팔도 도시락 할인 행사 매대. ⓒ임소현 기자
    원형의 다른 컵라면과 달리 사각 형태의 도시락은 기존 러시아 선원들이 사용하던 휴대용 수프 용기와 비슷했다. 흔들리는 배와 기차 안에서 먹기에 편했다. 칼칼한 맛은 러시아 전통 수프와 비슷했다. 

    선원과 보따리상이 배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들여온 도시락은 점차 도시 전체로 퍼져 나갔다. 러시아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감지한 팔도는 1997년 현지 사무소를 열었고 진출 첫 해 러시아 현지 판매량은 7배 늘어났다. 

    1998년 러시아는 극심한 재정난으로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했다. 악화된 경영환경에 국내외 업체들이 잇달아 철수했다. 하지만 투자 초창기에 매몰 비용이 적었던 팔도는 잔류를 결정했다. 

    위기는 기회로 찾아왔다. 당시 팔도는 블라디보스토크를 넘어 시베리아, 우랄 쪽까지 마케팅을 확대하면서 비어 있던 시장을 빠르게 점유할 수 있었다.

    러시아 소비자들은 팔도를 ‘의리를 지킨 기업’으로 기억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현지 판매량이 연간 2억 개에 육박했고 현지 법인을 설립한 후 두 곳의 현지 생산 공장을 세웠다. 현재 팔도가 아닌 '도시락(DOSHIRAK)'이라는 법인에 총 100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도 성공 비결 중 하나다. 팔도는 러시아에서 치킨, 버섯, 새우 등 다양한 맛의 도시락을 출시했고 원료의 고급화, 우수한 가공기술 등을 바탕으로 제품을 공급했다.

    현재 도시락을 포함한 용기면 6품목 18종과 ‘퀴스티’와 같은 즉석 봉지면 3품목 9종, 일반 봉지면 3품목 5종 및 감자퓨레 3품목 7종을 생산 판매중이다. 

    추운 날씨 탓에 열량이 높은 음식을 선호하는 것에 주목했다. 특히 마요네즈 사랑은 각별하다. 한식을 먹을 때도 쌈장과 고추장 대신 마요네즈를 추가 주문할 정도다. ‘도시락’을 먹을 때도 마요네즈를 뿌려 먹었다. 뜨거운 물에 녹은 마요네즈가 치즈처럼 녹는 것에 열광했다.

    실제 블라디보스토크 현지 마트를 돌아본 결과 우리에게 익숙한 '오뚜기' 마요네즈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에 팔도는 2012년 마요네즈 소스를 별첨한 ‘도시락 플러스’를 출시 현지인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사로잡을 수 있었다.  

    팔도 러시아 현지 관계자는 “도시락은 끊임없는 맛의 현지화와 함께 우수한 가공기술을 바탕으로 좋은 품질의 제품을 공급해 성공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음료, 스낵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 러시아 내 종합 식품기업으로 성장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