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부터 12일 직접 블라디보스토크 가보니항공부터 블라디 시내까지 한국인들 인산인해방일 한국인은 줄었지만 블라디 항공권 판매 급증
  • ▲ 지난 1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해양공원에 많은 한국인들이 몰렸다. ⓒ임소현 기자
    ▲ 지난 1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해양공원에 많은 한국인들이 몰렸다. ⓒ임소현 기자
    두만강 위쪽, 동해에 인접해 있는 연해주의 대표 도시 블라디보스토크. '동방을 지배하라'는 의미를 가진 블라디보스토크는 시베리아횡단열차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최근 더 넓은 세계로 향하려는 한국 브랜드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삼성'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곳곳에서는 한국 기업 광고가 눈에 띈다. 식품부터 화장품, 호텔까지 소비자들과 밀접한 분야에서 한국 브랜드들의 영향력이 쉽게 느껴진다. 뉴데일리경제는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아 지켜본 한국 기업들의 현재와 미래를 총 5회에 걸쳐 짚어본다.

    지난 9일(한국시각) 새벽 2시30분께 도착한 인천공항. 곳곳에 잠시 잠을 청하는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띄었다. 여름 휴가 성수기인만큼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새벽 4시 블라디보스토크 행 비행기 체크인 카운터가 열리자 엄청난 인파가 공항에 모여들었다.
  • ▲ 지난 9일 오전 4시께 인천공항 블라디보스토크행 항공기 체크인 카운터 모습. ⓒ임소현 기자
    ▲ 지난 9일 오전 4시께 인천공항 블라디보스토크행 항공기 체크인 카운터 모습. ⓒ임소현 기자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을 따라 체크인 수속을 마쳤다. 비행기는 한국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2시간 30여분을 비행한 끝에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우리 비행기는 지금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착륙했습니다. 가장 가까운 유럽도시 블라디보스토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최근 국내에 일본 불매운동 분위기가 거세지면서 일본 여행 수요가 급격하게 빠진 상황이다. 하나투어는 7월 항공권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6.2% 빠졌고, 모두투어도 28.2%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와 반면 블라디보스토크의 항공권 매출은 크게 늘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특히 항일 독립운동의 근거지이기도 하기 때문에 대체 여행지로 더욱 부상한 것으로 보인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과 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28일까지 일본 항공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블라디보스토크는 같은 기간 129%나 늘었다.

    특히 이 기간 블라디보스토크의 숙박, 투어 상품, 픽업 서비스 등을 총괄하는 A 업체가 운영하는 모바일 오픈 채팅방에는 300여명 이상이 참가하고 있었다.

    이 채팅방에서는 한국인 여행객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여행 동행자를 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긴급상황이 생기면 '통역'을 해주는 서비스, 무료 우산 대여 서비스도 안내하고 있었다.

    10일 저녁에는 한 여행자가 숙박 예약에 문제가 생기자 이들을 픽업해 새로운 숙소로 안내할 수 있도록 서로 도움을 주는 모습도 보였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많은 상점과 식당이 모여있는 '아르바트' 거리에는 늘 한국인들이 많았다. 거리 앞쪽에는 대형 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밤낮으로 한국인들이 버스를 타고 내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아르바트 거리 끝 해양공원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은 먹거리 장터가 서고, 기념품 노점들이 줄지어 있는 관광지다.
  • ▲ 지난 9일 오후 9시께 한국인들이 블라디보스토크 아르바트 거리 버스 집결장소에 모여있다. ⓒ임소현 기자
    ▲ 지난 9일 오후 9시께 한국인들이 블라디보스토크 아르바트 거리 버스 집결장소에 모여있다. ⓒ임소현 기자
    버스 집결 장소에서는 한 러시아 상인이 유명 민예품 '마트료시카'를 파는 모습도 보였다. 한국말로 연신 "만원입니다. 한국 돈 받습니다"라고 외치고 있었다.

    금각교와 블라디보스토크의 전망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야경 '스폿'으로 유명한 독수리전망대에는 한국말 안내판도 적혀 있었다.

    이곳은 인스타그램 등 SNS에 '블라디보스토크'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인증샷 명소이기도 하다. 금각교와 함께 아슬아슬한 난간 끝에 걸터앉은 사람이 한 앵글에 잡히도록 하는 인증샷이 유명하다.

    실제 이 곳을 가본 결과 사진에 나오는 난간 끝으로 가려면 울타리를 넘어가야 했다.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지나는 울타리 사이를 지나 난간 끝에 걸터 앉으면 되는 구조다. 

    100m 정도 높이의 콘크리트 바닥도 아래에 위치해 있었다. 만약 추락 사고가 일어나게 된다 해도 이 바닥 위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콘트리트 바닥이다보니 부상을 피할 수는 없어 보였다.
  • ▲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독수리 전망대 안내판. ⓒ임소현 기자
    ▲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독수리 전망대 안내판. ⓒ임소현 기자
    이 때문에 '추락 위험! 난간에 앉거나 울타리를 넘지 마시오!'라는 안내판이 붙은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지난 11일 저녁 찾은 이 곳에는 여전히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울타리를 넘어 인증샷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맛집'으로 알려진 '수프라', '우흐뜨블린', '파이브어클락', '댑버거' 등은 한국인지 유럽인지 헷갈릴 정도로 한국인들이 많았다. 특히 직원들은 간단한 한국어가 가능했고, 한국어 메뉴판을 구비하고 있었다.

    이 뿐만 아니라 러시아 택시 기사들도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모습이었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던 사전정보와는 다르게 간단한 영어대화가 가능했고, 친절하게 짐을 싣고 내려주기도 했다.

    한 택시 기사는 "나는 너의 택시기사다. 너 어디니?"라고 한국어를 구사하기도 했다. 그는 "이 도시가 좋아요? 나는 한국어 배운다"고 말하며 유쾌한 모습을 보였다.

    4일간 블라디보스토크 시내를 돌아본 결과,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이 소수 보이긴 했지만 대부분의 관광객은 한국인들이었다. 공항에서는 북한에서 온 관광객들도 일부 볼 수 있기도 했다.

    러시아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 관광객 김민정(30·가명)씨는 "블라디보스토크는 처음인데, 혼자 와도 무섭지 않은 도시인 거 같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 또 방문하고 싶다"며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런 좋은 여행지가 있었다니 너무 좋다"고 말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유일한 5성급 호텔이자 한국의 호텔 브랜드 롯데호텔은 이 기간 만실 행렬을 이어갔고, 지난해보다 훨씬 예약자가 많다는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행을 포기하고 블라디보스토크 등 대체 여행지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며 "블라디는 특히 가까운 거리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을 위한 많은 활동들의 근거지가 됐던 만큼 의미 깊은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