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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가입자가 800만명에 달하고 있지만, 가입자 이탈 가속화는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정부가 나서 40여 개의 달하는 알뜰폰 업체들을 절반으로 줄이거나, 이통사와의 합병을 통해 시장 재편을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약정할인, 요금제 개편 등 알뜰폰 선택 이유 사라져
통신 업계는 이통3사로 가입자의 이동이 늘어나면서 알뜰폰의 설자리가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선택약정할인 25% 시행, 이통사 요금제 개편, 알뜰폰 경쟁사들의 1만원대 10GB 데이터 유심요금제 등장 등이 그 이유로 꼽히고 있다. 사실상 저가 요금이라는 알뜰폰의 장점이 사라진 것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이동통신시장 번호이동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이동통신시장 번호이동 건수는 42만 6989건에 달했다. 이 중 알뜰폰에서 이통3사로 옮겨간 가입건수는 5만 2502건,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가입건수는 2만 9510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알뜰폰 사용자 2만 2992명이 이통3사로 이동한 셈이다. 지난해만 총 12만 7851명이 이통3사로 번호 이동을 했다.
최근에는 홈플러스(2017년 11월), 이마트(2018년 4월)가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알뜰폰 사업을 중단했다. 이지모바일(가입자 61만명, 업계 4위권)은 고객센터 운영중단 등 어려움을 겪다 2018년 9월 파산 신청을 했다.
남아있는 알뜰폰 사업자들도 지속적인 적자와 가입자 확대 제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알뜰폰 업체들의 총 누적 적자는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알뜰폰이 5G 서비스를 시작하게되면 5G 망 도매대가가 올라갈 수 밖에 없어 허리는 더 휘어질 전망이다. 망 도매대가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이통3사로부터 망을 빌려쓰는 대가로 내는 돈이다.
단말기 제조사가 향후 LTE 단말기를 줄일 것으로 보여 알뜰폰 역시 조만간 5G 서비스를 운영해야 한다. 5G 설비에 막대 한 금액을 투자한 이통사들이 망 도매대가를 높게 책정할 수 밖에 없다. -
◆CJ헬로 "1위 사업자인 우리도 힘들다…인수 원해"
상황이 이렇다보니 1위 사업자인 CJ헬로 역시 LG유플러스에게 미디어 사업은 물론, 알뜰폰 사업부문 역시 넘기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를 추진 중인데 알뜰폰 사업부문 인수를 놓고 경쟁사와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알뜰폰 사업부문도 인수 대상에 같이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경쟁사 들은 분리 인수을 주장하고 있다.
CJ헬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이통사가 알뜰폰 요금제의 가격과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알뜰폰 만의 차별화된 상품을 만들기 어렵다"며 "요금 및 상품의 독자 결정력이 없는 상황에서 독자 생존은 불가능하며 LG유플러스와의 결합이 헬로모바일 생존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양사의 결합은 '시장의 메기'를 출현시키는 것으로 5G 투자에서 규모 및 범위의 경제 확보를 가능하게 하는 한편, CJ헬로의 특화 영역인 지역 활성화 영역에서도 사업적 시너지를 갖출 것으로 본다" 며 "현재는 가계통신비 인하, 5G를 통한 통신생태계 구축 등 알뜰폰 진흥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알뜰폰 활성화 방안'이 정부의 기업결합 심사의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CJ헬로는 또 '독행기업' 임을 거부했다. 독행기업이란 시장 내에서 혁신을 일으켜 경쟁을 촉진하는 기업이다. 이통3사의 경쟁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며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을 뜻한다.
회사 측은 "독행기업의 역할을 하려면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증가했거나 장기간 일정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헬로모바일은 매출액 증가율 추이나 점유율 등 시장에서 독행기업의 지위를 갖고 있지 못하다"며 "2013년 약 24%에 달하던 가입자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현재는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통사는 알뜰폰 업계가 지속적으로 '상생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요구했음에도 망도매대가 인하협상, 신규 요금제 및 부가서비스 적시제공 등에서 매년 갈등을 빚어왔다"며 "이통사가 알뜰폰을 응원하는 듯한 발언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야기한 사태… 대기업 중심 '구조조정' 절실
업계는 정부가 보편요금제 도입을 강제하면서 이통사들의 요금제 개편이 잇따라 진행됐지만, 이에 따른 알뜰폰 대책이 미비했다고 입을 모은다.
또 도매대가 협상이 1년 단위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사업 계획만 세울 수 있다고 덧붙인다. 알뜰폰이 경쟁력 있는 요금제가 아닌 일회성 단기 요금제 출시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일각에선 정부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의 알뜰폰 기업들에게 동종 혹은 이종과의 인수합병을 알선해 자발적으로 사업을 정리하게끔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알뜰폰 업체는 40여 곳까지 수가 늘어나며 출혈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대기업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해 다양한 실마리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알뜰폰이 기존에 있는 인프라를 통합해 시너지를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유료방송 및 이통사와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통사와 지역밀착형 알뜰폰 사업자가 연계한다고 한다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경쟁력 있는 상품도 존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그 첫 신호탄으로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결합은 시장의 다양한 서비스 형태를 양산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가격 경쟁이나 프로모션 경쟁이 아닌 서비스 경쟁으로의 전환도 가능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창직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사무국장 역시 "알뜰폰은 정부 도움없이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M&A 규제를 풀어 시장 활성화 여건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재 국민은행 등 다양한 사업자가 관련 사업에 도전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극단적이고 무리한 구조조정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