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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로 미뤄진 합산규제 논의가 사실상 또 다시 연기되는 분위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인사청문회 이후 관련 일정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9월에는 국정감사까지 예정돼 있는 등 일각에선 연말에서야 해당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최근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와 한상혁 방통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을 확정했다. 한 후보자는 30일, 최 후보자는 다음달 2일 각각 인사청문회를 치른다.
이에 따라 당초 8월로 미뤄진 합산규제 논의가 이번달 안에 개최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다음달엔 국정감사가 예정되 관련 논의가 힘있게 추진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합산 규제는 특정 사업자가 유료 방송 시장의 33.3%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한 규제다. 유료방송 시장이 독과점화 될 수 있다는 의견과 시장 경제 원칙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업계는 관련 결과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국회 여야가 해당 부처들의 수장 교체 시기에 관련 정책을 서둘러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국회 과방위는 올 한해 총 6회 가량의 법안소위를 열었는데 모두 합산규제 결론을 모두 미루며 신중을 기했다. 과방위는 이번에도 관련 논의를 미루고 다음 임기를 맞는 과기정통부·방통위 수장들과 호흡을 맞출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양 기관의 의견 일원화를 통해 해당 결론이 날 수 있는 만큼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 지난달 열린 국회 과방위 법안소위에서 관련 논의가 미뤄진 가장 큰 이유로 합산규제 사후규제안을 놓고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을 꼽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합산규제 및 시장점유율 폐지, 유료방송 요금 신고제 등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경쟁 활성화를 주장하는 반면, 방통위는 유료방송 요금 인가제와 시장집중사업자 직접 지정 등으로 공정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올 연말에서야 해당 결론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의 여유가 생긴 만큼 과방위에서도 더욱 신중한 움직임을 취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당초 합산규제 논의를 두고 방송통신 업계에서는 케이블 업체 딜라이브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가장 큰 리스크로 여겨왔다. 케이블 업계 점유율 3위을 기록하고 있고 KT, SK텔레콤 등과 인수설이 지속돼 유료방송 M&A 시장서 '돌풍의 핵'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딜라이브 채권단이 딜라이브 대주주인 한국유선방송에 빌려준 인수 금융 대출 1조원을 영구채로 출자전환키로 하면서, 딜라이브 매각자 선정에 여유가 생겼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LG유플러스-CJ헬로',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심사와 더불어 과기정통부·방통위 수장들이 취임 후 현안 파악에만 2~3달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딜라이브 리파인낸싱이 끝나며 시장의 여유가 생긴 점도 그 이유가 될 것"이라며 "아울러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국정감사가 열릴 것으로 예상돼 해당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유료방송 개혁이 표류하면서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방위가 신중을 기하는 것을 좋으나, 관련 논의가 1년째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합산규제에 대한 조속한 결론을 통해 해당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 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