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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논의가 본격화된 지난달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들며 '공급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3~4년 뒤 공급 물량을 나타내는 선행 지표로, 공급이 줄어들면서 집값 폭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 인허가 실적은 전국 2만7574가구로, 전년 동월(5만8295가구) 대비 52.7% 감소했다. 최근 5년 평균에 비해서도 53.6%나 줄어든 수치로, 쉽게 말해 '반토막'이 났다.
특히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지난해보다 54.3%나 감소한 1만9227가구에 그쳤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초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발언하면서 건설사와 재건축·재개발 조합 등이 인허가 신청을 꺼린 탓으로 풀이된다.
실제 2007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을 당시 5만가구에 달했던 아파트 인허가 건수는 2008년 2만1983가구, 2009년 2만6626가구 등 평년 대비 40~50% 선까지 급감한 바 있다.
공급절벽 현상은 특히 서울에서 심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서울에서 재건축사업을 거쳐 준공한 아파트 140곳을 분석한 결과, 사업시행인가부터 준공까지 평균 4.8년이 소요됐는데, 하반기 들어 인허가를 신청한 단지가 거의 없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정부는 당분간 입주 물량이 비교적 넉넉하다는 점을 들어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3~4년 뒤를 생각하지 못한 것"이라며 "서울 아파트 인허가 감소가 6개월 정도 지속될 경우 공급 절벽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측은 올해 4만5000가구를 비롯해 2022년에도 4만3000가구 수준의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이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물량이 일정 연기 등 별도의 차질 없이 사업을 진행될 경우에만 가능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금융위기 충격이 완화된 2010년부터는 상한제 시행 상황에서도 상한제 이전 수준으로 충분한 물량의 인허가가 이뤄졌다"며 "수도권 30만호 공급 계획에 따라 서울에서도 예정 물량대로 차질없이 공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