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침체, 금융으로 전이 가속… 저축은행 절반 연체율 두 자릿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 여파 등으로 저축은행 79곳 중 절반가량은 두 자릿수 연체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전반에 자산건전성 악화가 이어지면서 금융 당국은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1일 저축은행 79곳의 3분기 경영실적 공시를 취합한 결과 36곳(45.6%)이 연체율 10%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높은 연체율을 기록한 곳은 안국(19.37%)이었으며, 유니온(16.3%), 스카이(15.83%), 라온(15.8%), 드림(15.22%), 영진(15.21%), 상상인(15.06%)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연체율이 두 자릿수 이상인 곳은 17.7%인 14곳이었지만 일년 사이 크게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비율이 20% 넘어선 곳도 솔브레인(36.9%), 안국(24.81%), 대아(22.65%), 상상인(22.27%) 등 4곳에 달했다.

저축은행들의 건전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이달 2곳에 적기시정조치를 준비 중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3월 말 기준 자산건전성 지표와 관련해 실시한 경영실태평가에서 이들의 자산건전성 등급을 4등급(취약)으로 통보한 데 따른 후속 절차다. 애초 3곳을 통보했지만 1곳은 자산건전성 지표가 개선되며 적기시정조치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에서는 적기시정조치 단계를 가장 낮은 ‘권고’로 내다보고 있다. 권고 등급을 부과받은 저축은행은 ▲ 인력·조직운영 개선 ▲ 경비 절감 ▲ 영업소 관리 효율화 ▲ 유형자산 등 투자 제한 및 신규업무영역 진출 제한 ▲ 부실자산 처분 ▲ 자본금 증액 ▲ 이익배당 제한 ▲ 특별대손충당금 설정 등 조치를 해야 한다.

정부는 이달 적기시정조치를 내리면서 예금자들의 불안감과 혼란을 차단하는 데에도 주력할 전망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앞서 진행된 월례 간담회에서 “일부 건전성 부분에 있어 절차에 따라 해야 할 대상이 조금 있다”면서 “다만 이는 업권 전반에 미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 역시 최근 “저축은행 1~2곳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이야기가 있는데, 단순 부실 정리가 아닌 경영 개선과 정상화를 유도하는 과정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번 적기시정조치 이후에도 6월 말 기준, 9월 말 기준 경영실태평가에서 취약 등급을 받은 저축은행 수 곳을 추가로 금융위에 통보할 예정이다.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화를 노리는 등 시장 재편 움직임도 관측된다. 실제로 금융권에 따르면 OK금융그룹은 이달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한 실사 작업에 착수한다.

상상인저축은행의 3분기 BIS비율은 10.23%로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 11%를 밑도는 등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상상인저축은행 이외에도 현재 시장에서는 HB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OSB저축은행 등을 잠재 매물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