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삼성 QLED 8K '기준 미달' 주장삼성 "LG 주장은 1927년 발표된 기준" 반격8K 논란, 우수성 강조하다 '단점'만 부각… '상호 비방'번져
  • ▲ (왼쪽부터) 삼성전자의 QLED 8K TV와 LG전자의 OLED 4K TV 화질 비교. ⓒ이성진 기자
    ▲ (왼쪽부터) 삼성전자의 QLED 8K TV와 LG전자의 OLED 4K TV 화질 비교. ⓒ이성진 기자
    글로벌 TV시장을 선점 중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8K TV'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9'에서 삼성전자의 제품이 8K 표준 규격에 한참 못 미친다며 선공을 날린 LG전자가 한국에서도 이같은 주장을 지속하자 삼성전자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다만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강조하다가 경쟁사 제품의 단점을 노골적으로 부각시키는 등 '상호 비방'을 펼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선공 날린 LG… "삼성 QLED 8K 기준 미달" 

    17일 LG전자는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를 열고 8K 해상도 및 올레드 관련 기술을 소개했다. 사실상 기술설명회 성격 보다는 삼성전자의 QLED 8K TV를 저격하는 성향이 짙었다.

    LG전자는 해상도의 정의와 측정 기준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LG전자는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의 표준규격(IDMS)에 따르면 해상도는 화소 수와 구분돼야 하고, 화소 수는 물론 화질선명도(CM) 요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ICDM이 해상도를 판단하는 측정 기준으로 CM 값을 정의하고, 50% 이상을 해상도 충족 조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같은 기준을 바탕으로 LG전자는 "삼성전자의 8K QLED 제품들의 CM은 세로의 경우 90%에 육박하지만 가로는 10%대에 불과하다"며 "8K 제품이 아직 태동하는 시기인 만큼 국제적으로 합의가 된 규정을 잘 따랐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CM 값을 낮추는 것을 감수하고 올해 신제품부터 8K TV에 시야각 개선 필름을 사용했다는 것이 LG전자 측 주장이다. 시야각은 TV를 정면이 아닌 양 옆에서 봐도 화면 밝기나 색깔이 왜곡되지 않고 표현되느냐를 보는 화질 평가 기준이다. 여러명이 TV를 볼 때 어느 각도에서도 균일한 화질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시야각은 중요한 요소다.

    남호준 LG전자 HE연구소장 전무는 "삼성전자의 올해 신제품 8K TV는 확실히 시야각이 개선됐다"면서 "시야각을 개선한 필름을 사용해 CM 값이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 삼성전자 QLED 8K(오른쪽)의 선명한 화질을 보여주는 용석우 VD사업부 상무. 용 상무 뒷편의 제품은 LG전자의 8K OLED로 동영상 재생이 제대로 되지 않는 모습. ⓒ삼성전자
    ▲ 삼성전자 QLED 8K(오른쪽)의 선명한 화질을 보여주는 용석우 VD사업부 상무. 용 상무 뒷편의 제품은 LG전자의 8K OLED로 동영상 재생이 제대로 되지 않는 모습. ⓒ삼성전자
    ◆"LG 주장 오래된 기준… 다양한 요소 평가해야"

    LG전자의 지속된 공격에 삼성전자도 서둘러 8K 화질 관련 설명회를 열고 반격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LG전자가 주장하는 8K 화질 기준 중 CM 값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개발팀 상무는 "8K 화질은 CM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밝기와 컬러볼륨 등 다른 광학적인 요소와 화질 처리 기술 등 시스템적인 부분이 최적으로 조합돼야 한다"며 "최근 논란이 된 CM은 1927년 발표된 개념으로, 물리적으로 화소 수를 세기 어려운 디스플레이나 흑백 TV의 해상도 평가를 위해 사용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8K와 같은 초고해상도 컬러 디스플레이의 평가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ICDM과 함께 8K 화질 기준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50% 이상의 CM 값을 기준 중 하나로 정하는데 합의했지만, 이후 최신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에는 불완전하다는 내부 의견으로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8K 논란, 상대 제품 '비방전'으로 번져 

    8K 기준을 놓고 양측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8K 논란을 넘어 상대 제품을 대놓고 비방하는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먼저 LG전자는 이날 제품 시연회에서 자사 제품과 삼성전자의 QLED 8K TV를 비교 시연하면서 자사 제품의 화질이 더 우수하다고 주장했다.

    시연 과정에서 밤하늘에 별빛이 반짝이는 영상을 동시에 틀자 QLED TV에는 별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LG전자 관계자는 "꺼진 줄 아셨겠지만, 이 TV가 QLED 8K"라며 "백라이트의 한계로 별이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QLED는 빛샘으로 인해 안개가 낀 것처럼 답답하다"며 "시야각 개선을 주장하지만, 측면에서는 밝기 차이가 크게 난다"고 덧붙였다.

    이정석 LG전자 HE마케팅커뮤니케이션담당 상무도 삼성전자 TV 화면을 전자 현미경으로 비춘 뒤 "현미경 초점이 안 맞은 줄 알았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LG전자 8K TV가 8K 콘텐츠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고 반격했다. LG전자 8K TV가 HEVC(H.265) 코덱이 없어 8K 콘텐츠 구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8K 이미지, 동영상, 스트리밍 등 다양한 콘텐츠를 QLED 8K와 LG전자 제품을 통해 보여주는 비교 시연을 했다. 표준코덱(HEVC)으로 인코딩된 8K 동영상 시연에서 삼성 QLED 8K는 USB 영상과 스트리밍 영상 모두 원활하게 재생한 반면 LG전자 TV에서는 동영상 재생이 되지 않았다.

    또 8K 이미지 파일과 8K 동영상을 띄워 LG전자 TV의 글씨가 뭉개지거나 화면이 깨지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