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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부터 내년 초까지 금융권에 인사태풍이 휘몰아칠 예정이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회장을 비롯해 은행장 등 금융권 수장 10여명의 임기가 잇따라 만료된다. 은행별 상황에 따라 연임이 조심스럽게 관측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은행장들의 임기가 짧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1월 허인 KB국민은행장을 시작으로 12월 김도진 IBK기업은행장과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의 임기가 끝나게 된다. 내년 3월부터는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의 임기가 만료되는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4월에는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허 행장은 2017년 행장에 선임된 뒤 안정적인 실적 성장, 디지털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금융이 최고경영자(CEO) 임기를 통상 ‘2+1’ 형태로 보장하고 있는 관례도 연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역시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 째 KB금융을 제치고 리딩뱅크를 수성하고 있는데다 올 3분기에도 KB금융과 격차를 벌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 인수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그룹 계열사 간 협업을 강화하는 ‘원 신한(One Shinhan)’ 전략도 성과를 내며 인정받고 있다. 다만 변수는 신한은행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1심판결은 올해 12월 쯤 나올 예정이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3연임에 성공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교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기업은행은 김도진 행장의 후임 자리를 놓고 벌써부터 하마평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배경이 은행장들의 짧은 임기로 인한 부작용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행장 임기가 짧아 단기성과 위주의 영업에 치중하게 되고 불완전판매를 야기하는 등 금융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이번 국정감사에서 금융사 경영자의 임기를 연장시키는 것이 단기성과 위주의 영업개선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8년간 미국 5대 투자은행(IB)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재임기간은 5.8년으로 파악됐다. 이에 반해 국내 16개 시중은행의 현직 은행장 평균 재임기간은 1.8년에 불과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짧은 임기로 인해 은행장들이 현안 파악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할 뿐만 아니라 중장기 전략을 세우기 어렵고 리스크 관리에 소홀하게 된다”며 “금융사 CEO의 재임기간이 길수록 경영성과가 개선되는 추세인 점을 감안해 CEO임기연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