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형 퇴직연금' 급물살… 국민연금 사업 참여 법안 발의 금융권, 국민연금 시장진입 반대… 공공의 과도한 시장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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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공단의 퇴직연금 시장 진출 논의가 공론화하면서 금융권이 반발하고 있다. 

    1000조원 이상의 적립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이 퇴직연금 시장에 뛰어들 경우 국민연금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로 시장경쟁이 위축되고,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으로 구분된 다층연금체계가 무너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 국민연금이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자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하자 전국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는 지난달 초 고용노동부에 이에 대한 공동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이 법안은 상시 근로자 100인 초과 사업장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이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자로 참여하고, 100인 이하 사업장은 근로복지공단이 기금형 퇴직연금을 관리, 운용하는 내용이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도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에 긍정적이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 제도(푸른씨앗)를 운용모델로 한 기금형 퇴직연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금형 퇴직연금이란 투자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별도의 중개 조직이 투자정보가 부족한 가입자(회사 또는 근로자 본인)를 대신해서 적립금을 관리하면서 집합적으로 투자하거나 퇴직연금 사업자(민간 금융기관)를 상대하는 것을 이른다. 

    국민연금의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 참여 논의가 공론화하면서 민간 퇴직연금 사업자인 금융권은 강력히 반발했다. 

    무엇보다 국민연금(1층), 퇴직연금(2층), 개인연금(3층)으로 이뤄진 다층연금체계인 현행 연금제도의 상호보완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특정 기관이 1, 2층 연금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연금의 집중화 리스크를 키우고 시장 근간을 해치게 될 것”이라며 “민간 주도로 성장해 온 퇴직연금 시장에 공공기관인 국민연금이 참여하는 건 공공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퇴직연금 시장까지 장악하면 현재 1400조원 수준의 운용규모가 2040년경에는 3000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경우 국민연금이 시장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국민연금이 연금 투자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통해 민간기업의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연금 사회주의'가 만연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재원조달, 수령방식, 운용방식이 모두 다른 만큼 현재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지급시기와 규모가 정해졌지만 퇴직연금은 연금 수령 시점이나 인출 방식을 가입자가 결정하기에 운용방식과 수익률이 차이 날 수밖에 없다.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1.94%인 반면 국민연금은 7.63%다. 

    또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적립금운용위원회 구성, 운용 의무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실물이전제도 등이 운영되는 만큼 이 성과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제도 보완 노력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기금형 퇴직연금 시장 참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은 자체 자산운용만으로도 벅찬 상황인데 기금형 퇴직연금까지 따로 운용하는 건 지배구조 차원에서 단기간에 가능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미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법안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기금형 퇴직연금 운용을 위한 법 개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연금이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에 뛰어들면 국민 입장에서는 수익률과 납입료 면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국민연금의 시장지배력이 과도하게 커지고 시장경쟁이 무너질 수 있다는 단점이 명확하다”면서 “국민연금이 이 사업에 참여하려면 시장경쟁을 촉진 시킬 수 있는 세심한 방안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