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에버21 파산신청에 韓 철수버쉬카 사업 축소… 홍대점·온라인몰 폐점대형마트 SPA도 철수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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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패션 브랜드를 몰아내며 국내 패션을 좌지우지 하던 해외 SPA(제조·유통·일괄형 의류·패스트패션) 업체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최근 들어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포에버21리테일코리아는 지난 16일 공식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한국 공식 온라인 스토어는 오는 29일 오전 10시부로 종료하게 됐다"며 "그동안 이용해주신 포에버21 고객 여러분께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사이트 종료 후에도 11월24일까지 오프라인 매장인 명동과 홍대 매장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포에버21는 현재 전품목을 대상으로 최대 80% 재고를 할인 판매 중이다.
포에버21은 자라·H&M과 함께 패스트 패션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다. 특히 장도원 회장 부부가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해 1984년 창업한 한인 기업으로 주목 받았다.
초저가 전략으로 패스트패션 붐을 일으켰지만 업계 경쟁 심화에 타격을 입었다. 온라인 패션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매장 확장으로 결국 파산보호 신청을 하고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현재 회생절차 일환으로 현재 47개국에서 8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지만 캐나다, 아시아, 유럽 등 40개 국가에서 350개 매장을 철수할 예정이다.
포에버21뿐만 아니라 버쉬카도 국내 사업을 축소 중이다. 버쉬카는 자라, 스트라디바리우스, 풀앤베어 등 전개하는 세계 1위 패션 공룡 인디텍스그룹의 SPA 브랜드다. 버쉬카는 13~25세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캐주얼 브랜드로 지난 2011년 국내 패션 시장에 진출했다.
버쉬카는 최근 온라인 스토어 폐점은 물론 홍대점의 문을 닫았다. 이에 따라 국내 매장은 홍대점을 비롯해 3곳에 불과하다. 버쉬카 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매 시 글로벌 홈페이지에서만 가능하다. 장기화되는 불황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데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들이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일진그룹이 선보였던 캐나다 SPA 브랜드 조프레쉬는 2016년 론칭 2년만에 시장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SPA 브랜드 후발주자로 나섰지만 낮은 인지도와 현지화 실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패션업체뿐 아니라 롯데마트가 운영해온 SPA 브랜드 테(TE)는 올해 안으로 사업을 철수한다. 롯데마트는 2016년 3월부터 지난 3년간 테 사업을 벌여왔다. 롯데마트 점포에 68개 매장이 입점해 있지만 이달 기준으로 38개를 이미 철수했다. 마트 측은 나머지 30개 매장도 연내 순차적으로 영업을 종료할 계획이다.
SPA브랜드의 이같은 부진의 이유로는 낮은 인지도와 현지화 정책의 부재가 꼽힌다. 한국인의 체형에 맞지 않은 디자인과 사이즈를 선보이며 국내 소비시장의 트렌드를 따라잡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또 이들 브랜드의 제품은 가격에 비해 품질이 좋지 않아 가성비에서도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패션업계는 불황으로 당분간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국내 패션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1.8% 신장한 43조2181억원을 기록했다. 물가 인상분을 고려하면 사실상 시장이 쪼그라든 것과 다름없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중론이다.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올해도 소비자들은 입는 것에 대한 소비를 줄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패션 시장 규모는 44조3876억원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보다 2.7% 증가한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를 제외한 다른 브랜드의 콘텐츠 부재는 물론 디자인이나 가격 등이 차별화가 되지 않았다"며 "국내 SPA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각 브랜드는 생존의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