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 에디터 개발한 美 에디타스 메디신, 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 상용화도 선두 주자툴젠 "프라임 에디터 기술 실제 상용화까지 오랜 시간 걸려… 경쟁·대체 관계 아냐"
  • ▲ 툴젠 CI ⓒ툴젠
    ▲ 툴젠 CI ⓒ툴젠

    4세대 크리스퍼(CRISPR-Cas9) 유전자가위 '프라임 에디터'의 등장에 툴젠의 주가가 이틀 연속 급락했다. 툴젠은 해당 기술이 자리잡기 전에 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연구개발에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툴젠의 종가는 6만 1700원으로 전일 대비 3.29%(2100원) 떨어졌다. 지난 23일에 이어 이틀 연속 하락한 것이다. 이날 툴젠은 대부분의 바이오기업 주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전일 대비 6.04%(4100원) 급락한 6만 3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툴젠이 가진 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한계를 극복한 차세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인 프라임 에디터가 개발됐다는 소식의 여파로 분석된다.

    유전자가위란 원하는 유전정보를 정확히 자를 수 있도록 설계된 분자 도구다.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원하는 DNA를 자르면 특정 유전정보를 제거할 수도 있고, 외부 유전자를 정해진 위치에 삽입하거나 염기서열을 원하는 대로 교정할 수 있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1세대 징크핑거뉴클레이즈(ZFN), 2세대 탈렌(TALEN), 3세대 크리스퍼(CRISPR/Cas, RCEN) 등으로 구분된다.

    3세대 유전자가위는 이전 세대에 비해 기능이 뛰어나면서도 대량 생산이 쉽고 활용 범위가 확장됐다는 장점이 있어 유전자교정의 주요 기술로 자리잡은 상태다.

    다만, 3세대 유전자가위는 DNA에서 특정 유전자를 교정하는 과정에서 세포의 자연스러운 복구 작용을 이용하기 때문에 의도치 않은 염기서열이 생기거나 없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에 개발된 프라임 에디터는 이 같은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프라임 에디터는 원하는 부위의 DNA의 이중 가닥을 모두 자르지 않고 한쪽 가닥만 끊어내 원하는 염기서열을 삽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프라임 에디터 기술은 4세대 유전자가위 기술로 각광 받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드 리우(David Liu) 미국 하버드대 화학생물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해당 기술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21일(현지시간) 발표됐다.

    리우 교수는 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보유한 에디타스 메디신(Editas Medicine)를 지난 2013년에 설립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번 기술 개발로 유전자가위 업체 중 한발 앞서나가게 됐다.

    현재 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개발 중인 회사는 한국의 툴젠 외에 미국의 상가모(Sangamo), 에디타스 메디신, 크리스퍼 테라퓨틱스(CRISPR Therapeutics), 인텔라 테라퓨틱스(Intellia Therapeutics) 등이 있다.

    더구나 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 상용화에서 가장 앞선 기업도 에디타스 메디신이다.

    에디타스 메디신은 엘러간과 함께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이 적용된 의약품에 대한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엘러간과 크리스퍼(CRISPR) 기반 치료제 'EDIT-101'를 공동개발하기로 한 지 1년 만의 일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툴젠의 경쟁력이 저하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툴젠 측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프라임 에디터 기술이 실제 상용화되기까지는 많은 시일이 걸리는데다 두 기술을 경쟁·대체 관계로 보기 어렵다는 것.

    툴젠 관계자는 "해당 기술이 상용화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새로운 기술이 나왔다고 해도 기존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에디타스 메디신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 관련 논문이 발표된 시점은 지난 2012년으로 이번에 임상시험에 착수하기까지 7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따라서 프라임 에디터 기술이 임상시험에 돌입하기 전까지 상업화 가능성에 대해 검증 받는 등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프라임 에디터보다 기술적으로 유전자 삽입·제거에는 더 효율적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강점이다. 기존 기술의 장점이 여전히 뚜렷한 상태에서 신기술이라는 이유만으로 임상시험에 착수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유전자 삽입, 제거 등에는 아직까지 크리스퍼가 좀 더 유용한 측면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프라임 에디터 기술이 상용화되더라도 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시장이 어느 정도 형성된 후일 것으로 예측된다. 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시장과 경쟁 관계라기보다는 후속적으로 추가되는 시장으로 보는 게 보다 합리적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툴젠 관계자는 "프라임 에디터 기술의 등장으로 새로운 시장이 확대, 추가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의 장점도 뚜렷하기 때문에 경쟁·대체 관계로만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