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영업익 341억…고로사업 진출 이후 최저1월말 5만2천원 달했던 주가 3만2천원까지 떨어져車강판 가격 인상 시급…노조와 협상서 리더십 보여줘야
  • ▲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현대제철
    ▲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현대제철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이 취임 첫 해에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3분기 영업이익이 고로사업 진출 이래 최저인 341억원에 그친 가운데, 주가도 급락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창립 이래 최초로 노조 5개 지회가 뭉쳐 단일교섭에 임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현재 안동일 사장에겐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 노사 갈등이란 3대 악재를 빠른 시일 내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겨져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현대제철을 정상화하기 위해 안동일 사장이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 지 주목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 29일 열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6.6% 감소한 341억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하회한 것은 지난 2009년 1분기 이후 10년만이다. 

    실적 악화의 여러 요인 가운데 원료 가격 강세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조선, 가전 등 수요업체들과 지지부진한 가격 협상도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그새 주가는 급락했다. 올해 1월 말 5만2000원에 달했던 주가는 현재 3만2000원까지 떨어졌다. 올 4분기와 내년 상반기까지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추가적인 하락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안동일 사장은 제품 가격 인상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현대·기아차에 공급하고 있는 자동차강판 가격을 올리는 것이 시급하단 설명이다.

    현대제철은 최근 몇년간 현대·기아차향 자동차강판 가격 인상에 실패하며 적자폭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3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이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한 애널리스트는 "3분기 실적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며 "현대·기아차에 공급하기 자동차강판 가격 인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그룹과 가격 협상은 일반적인 시장논리가 통하지 않는 거 같다"며 "인상이 가능한가"를 재차 물었다.

    이에 현대제철은 인상 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11월 중순 쯤에는 타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애매모호한 답변만 내놨다.

    현재 현대·기아차도 녹록치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

    3분기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됐던 현대차 영업이익은 일회성 품질 비용 6000억원을 반영하며 378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기아차는 291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비교적 선방했지만 여전히 기대치에는 못 미친다.

    모기업의 이런 상황에 현대제철은 원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자동차강판 가격 인상을 장담할 수 없다. 현대제철이 가격 인상에 최선을 다한다곤 했지만 외부에서 비관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상적으로 주가는 회사 실적과 비례한다. 실적이 좋아지면 주가는 자연스레 오른다는 뜻이다. 현대제철 입장에선 실적이 회복되면 주가 하락이란 또 다른 악재도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4분기 전망은 비관적이다. 철강 최대 생산국인 중국은 올 겨울에 예년과 같은 감산 정책을 펼치지 않을 것이라 발표했다. 중국이 비수기인 4분기에도 생산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국내 시장은 중국산 물량이 증가해 가격을 인상하기 쉽지 않다.

    노조와의 갈등도 문제다. 현대제철은 노동조합과 올해 임협을 마치지 못한 상태다.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에 현대제철은 동결로 양보해 줄 것을 요구하며 팽팽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노사 양측은 31일 다시 한번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실적 발표 이후에도 노조 입장은 변하지 않고 있어, 여전한 진통이 예상된다. 안동일 사장이 적극 나서 해결하지 않는다면, 협상이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동일 사장이 취임 첫 해 여러모로 어려운 입장에 처했다"며 "가격 협상에선 안 사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크지 않을 것이다. 우선 노조와의 협상에서 확실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