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보합→플러스 전환… 4개월 만에 오름으로 전환통계청 "당분간 마이너스 물가 없을 것… 지난해 기저효과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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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물가 하락과 경제활동 침체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D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집세 0.2% ↓, 외식 등 개인서비스 1.6% ↑
2일 통계청이 내놓은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7(2015년=100)로 나타났다. 1년 전과 비교해 0.2% 상승했다. 10월보다는 0.6% 하락했다.
농·축·수산물과 공업제품은 지난해보다 하락했으나 전기·수도·가스와 서비스 품목에서 올랐다.
소비자물가가 플러스를 보인 것은 4개월 만이다. 지난해 12월 1.3%에서 올해 1월 0.8%로 내려앉은 후 줄곧 0%대를 이어오다 지난 8월 마이너스(-) 0.038%를 기록해 사실상 내림세로 돌아섰다. 공식적인 소비자물가는 소수점 한 자릿수까지 따진다. 9월에는 -0.4%로,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65년 이래 사상 처음으로 공식적인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했다. 10월에는 0.0%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품목성질별 증감을 보면 농·축·수산물은 -2.7%로, -3.8% 하락했던 전월보다 낙폭이 줄었다. 본격적인 김장철을 맞아 배춧값이 지난해보다 56.6% 오르고 무와 오이도 67.4%와 50.4% 각각 상승했다. 대신 고춧가루와 마늘은 14.1%와 23.6% 각각 내렸다.
신선식품지수는 5.3% 내렸다. 물고기·조개와 채소는 1년 전보다 0.8%와 1.0% 각각 상승했고, 과실은 15.6% 하락했다.
공업제품에선 한방약이 10.1%, 빵이 4.6% 오른 반면 휘발유와 경유는 각각 4.2%와 4.1% 하락했다.
전기·수도·가스는 전월과 마찬가지로 1.5% 상승했다. 도시가스와 지역난방비도 10월과 같이 3.6%와 3.3% 상승률을 보였다.
서비스품목도 10월과 같은 상승률을 이어갔다. 1년 전보다 0.7% 상승한 가운데 공공서비스는 0.9% 하락했지만, 외식 등을 포함한 개인서비스는 1.6% 상승했다. 공공서비스 중에선 교통비가 올랐다. 택시료는 14.8%, 시내버스료는 4.2% 각각 상승했다. 개인서비스는 공동주택관리비가 5.7% 오르고, 중·고등학생 학원비가 각각 1.7%와 1.9% 올랐다. 외식은 1.2% 상승했다.
집세는 0.2% 하락했다. 전세 -0.1%, 월세 -0.4%를 기록했다. 전월과 비교하면 변동이 없었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0.6% 상승했다. 이는 20년 만에 최저인 지난 9월(0.6%)과 같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0.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생활물가지수는 0.2% 올랐다. 식품은 0.7% 오르고, 식품 이외는 0.1% 내렸다.
지역별로는 강원 0.5%, 서울 0.4%, 대구·광주 0.3%, 경기·충북 0.2%, 부산·전남 0.1% 각각 올랐다. 인천은 변동이 없었다. 충남은 0.5%, 울산·경남은 0.4% 각각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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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던 소비자물가가 4개월 만에 반등하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가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1월 소비자물가는 10월과 비교하면 0.6% 하락했음에도 1년 전과 비교하면 0.2% 상승하며 4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앞선 10월에는 전월보다 0.2% 상승했음에도 전체적으로 0.0%로 보합을 유지했었다.
통계청은 앞으로 마이너스 물가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기록적인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바람에 그동안 기저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은 지난달 10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면서도 당분간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일은 없을 거라고 장담했었다. 내년이 되면 연초 일부 물가가 상승하므로 마이너스 물가는 피할 거라는 견해가 깔렸다.
시장에서는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물가에서 보합을 거쳐 소폭 반등이 이뤄진 만큼 디플레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계기는 마련됐다는 의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