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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바이오벤처들이 마곡으로 둥지를 옮기고 있다. 일부 바이오기업들은 자금을 조달해 부동산 투자에 열올리는 것으로 비춰져 빈축을 사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헬릭스미스, 제넥신 등 바이오벤처들이 최근 마곡으로 둥지를 옮기고 있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9월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 임상 3상을 사실상 실패했음에도 불구, 최근 마곡 신사옥을 완공·이전해 주주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
헬릭스미스는 본점을 지난달 29일 기존 서울대학교에서 서울특별시 강서구에 위치한 마곡 R&D센터로 옮겼다.
마곡 R&D센터는 지난해 5월15일 착공을 시작해 지난 26일 완공된 것으로 전해졌다. 마곡 R&D센터 건립에는 부동산 비용을 포함해 총 950여 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5월 마곡지구 토지에 신사옥을 신축하는 데 472억 7273만원을 투자하겠다고 알렸다. 신규 시설과 관련해 동물실험시험은 39억원, 신축 실험실·연구실 구축 공사는 160억원으로 별도 계약했다. 당시 헬릭스미스 측은 투자 금액이나 기간은 변경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었다.
이를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도 주주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앞서 헬릭스미스는 지난 5월 엔젠시스 임상 3상, 마곡 R&D센터 건립을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16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바 있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지난 4일 IR 뉴스레터를 통해 "(헬릭스미스가) 그간 십 수년을 서울대 안에 있었는데 완전 포화 상태라 직원들이 앉을 공간도, 실험할 벤치도, 기기를 놓을 자리도 없었던 상황"이라며 "마곡으로 이사 오니 무엇보다도 동물실험 환경, 넉넉한 실험실, 충분한 공간이 있어 이제 맘껏 연구·개발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제넥신도 마곡에 신사옥을 건립하기 위해 622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제넥신은 본사를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마곡산업단지로 이전함으로써 경영과 연구·개발(R&D) 업무를 효율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넥신은 최대주주인 한독과 함께 마곡에 공동 R&D센터를 신축하기로 하고 지난 10월30일 기공식을 개최했다. 오는 2021년 11월 완공을 목표로 지난 11월 공사를 시작했다.
양사는 서로 이웃해 취득한 대지에 연면적 약 6만 912㎥ 규모의 사옥과 연구소를 짓기로 하고 다양한 공용공간을 구성하기로 했다. 각 사의 신약개발 효율성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다.
제넥신은 마곡 R&D 센터 건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상증자 없이 판교 사옥을 매각하고 중국 '아이맵 바이오파마'의 지분을 팔아 건설비를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제넥신이 보유한 아이맵의 지분 가치는 지난 9월30일 기준 장부가액으로 639억 5600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일부 바이오벤처가 마곡에 신사옥을 건립하는 것은 마곡지구가 제약·바이오 업계의 신흥 R&D 메카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 코오롱생명과학, 테고사이언스 등이 입주해 있는 것은 물론, 대웅제약, 삼진제약 등 제약사들도 마곡지구에 들어서기 위해 준비 중이다.
업계 일각에선 바이오기업들이 R&D보다는 부동산 투자에 열올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해서 부동산에 투자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헬릭스미스의 경우 회사 규모에 비해 신사옥에 들인 비용이 과도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헬릭스미스가 마곡 신사옥을 완공하는데 비용을 과하게 투입해서 재정적으로 허덕일 수도 있다"며 "아직 입증되지 않은 새로운 기술로 민간 자본을 끌어들인 만큼, 도덕적으로 조심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바이오벤처는 부동산 투자보다는 본질적인 실력을 키우고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일침을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