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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분식회계 증거를 인멸한 혐의에 대한 재판에서 재판부가 검찰이 증거인멸 관련 자료를 특정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판사 소병석)는 8일 증거인멸·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김모 부사장, 인사팀 박모 부사장, 이모 재경팀 부사장, 백모 상무, 보안선진화TF 서모 상무,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 양모 상무와 이모 부장, 삼성 안모 대리 등 피고인 8명에 대한 세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그간 삼성 측은 검찰에 증거를 명확히 특정해달라고 꾸준히 요청해 왔다. 검찰 측이 증거인멸을 지시한 자료가 무엇인지 특정하고 해당 자료와 삼바 분식회계 사건과의 연관성 등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삼성 측은 "(검찰 측이 제시하는) 증거가 특정될 필요 없다는 판례는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며 "해당 판례는 증거인멸을 구체적으로 특정해야만 성립한다고 판단된다면 해당되지 않는 경우나 확인되지 않는 경우에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판시했다"고 언급했다. 삼바 증거인멸 사건의 경우 증거가 남아있기 때문에 이 같은 판례를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앞선 공판준비기일에서도 삼성 측은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에 대해 증거인멸이라고 하는 것인지 검찰이 그 부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특정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삭제된 2000여 개 파일의 제목과 내용이 무엇이고, 해당 파일이 무엇과 관련이 있다는 정도는 설명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무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삼바 분식회계 사건이 무죄로 결론날 경우 범죄로 성립되지 않는 사건의 증거를 인멸했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많은 양형을 받게 된다면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게 삼성 측의 주장이다.삼성 측은 "(타인의 형사사건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분식회계 사건의 기소 여부를 봐야 하지 않나"라며 "이건 본말전도"라고 비판했다. 현재까지 삼바 분식회계 사건으로 기소된 사람은 1명도 없는 상태다.
반면 검찰 측은 타인의 형사사건(삼바 분식회계 사건)의 유무죄 여부가 증거인멸죄를 다투는 데 문제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검찰 측은 "증거인멸 행위를 했다고 보이는 이상 범죄 성립 여부에는 영향이 없다"며 "증거인멸죄는 분식회계 여부와 유무죄 상관 없이 처벌이 가능하고 필요하다는 게 법리이고 법감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판장은 "검찰은 2000여 개의 파일에 대해 특정하지 않으면서 (피고인들도 관련 자료들을) 갖고 있지 않냐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이 형사적 절차에 맞는 주장인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사실상 삼성 측의 요구가 일리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15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