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치매 신약 개발 활기… 국내 BBB 기술업체 수혜 기대유한·일동, BBB 기술에 초기 투자… 에이비엘바이오, 기술수출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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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치매 신약 개발에 열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뇌혈관장벽(Blood Brain Barrier, 이하 BBB) 투과 기술을 가진 국내 바이오벤처에도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의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활력이 돌기 시작하면서 관련 치료제뿐 아니라 BBB 기술을 보유한 국내 바이오벤처에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 글로벌 제약사 치매 신약 개발 활기… 국내 BBB 기술업체 수혜 기대

    최근 미국 바이오젠이 내년 초 식품의약국(FDA)에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카누맙'의 품목허가신청서(BLA)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에 지난 3월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 임상 3상 중단으로 찬물이 끼얹어졌던 치매 신약 개발 열기가 다시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알츠하이머병뿐 아니라 파킨슨병 치료제, BBB 투과기술 개발 업체에도 두루 수혜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마켓 다이렉트(Global Markets Direct)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파킨슨병 치료제는 제약사에서 351개, 학교·연구소에서 60개를 개발하고 있다.

    애브비, GSK 등 글로벌 제약사는 합성의약품 형태의 파킨슨병 치료제 시장을, 로슈, 바이오젠은 생물학적 제제인 항체치료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항체치료제들이 BBB 통과율이 낮은 단독항체 치료제라는 한계가 있다. 뇌는 다른 장기와 달리 BBB로 보호되고 있기 때문에 뇌를 표적으로 한 약을 투여하더라도 극히 미량만 뇌의 중추신경계로 들어간다.

    이 때문에 다국적 제약사들은 뇌질환 치료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BBB 투과 기술을 보유한 업체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실제로 퇴행성뇌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인 다국적 제약사가 BBB 플랫폼 기술을 도입한 사례도 드물지 않다.

    지난 2012년 GSK는 안지오켐(Angiochem)의 BBB 플랫폼 기술을 임상 2상 단계에서 3억 달러 규모에 기술이전했다. 지난 2016년에는 에프스타(F-Star)의 BBB 플랫폼 기술이 비임상 단계에서 4억 7000만 달러에 디날리테라퓨틱스(Denali Therapeutics)로 기술수출됐다.

    ◆ 유한·일동, BBB 기술에 초기 투자… 에이비엘바이오, 기술수출 노려

    국내에서도 BBB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이 있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유한양행과 일동제약은 해당 기술을 가진 바이오벤처에 설립 초기부터 투자를 단행했다.

    이 중 지난 4월에 설립된 신생 바이오벤처인 아임뉴런 바이오사이언스(이하 아임뉴런)는 지난 7월 유한양행으로부터 6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받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아임뉴런은 뇌질환 치료제 연구에 특화된 기업으로, 성균관대 2명의 교수진과 유한양행 출신의 김한주 대표가 공동설립했다. 김 대표는 유한양행 연구개발(R&D) 사업개발 이사를 역임했던 인물이다. 이 같은 인연이 이정희 사장의 과감한 투자를 이끌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은 아임뉴런이 보유한 BBB 플랫폼 기술을 결합해 뇌질환 치료제를 공동개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뇌질환 영역에 대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겠다는 게 유한양행이 전략이다.

    일동제약은 BBB 플랫폼 기술 '약리물질 생체 내 전송기술(TSDT)'을 보유한 셀리버리에 일찌감치 투자를 단행했다.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는 셀리버리 설립 초기인 지난 2014년 10월 개인적으로 5억원을 직접 투자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여 왔다. 윤 대표는 지난해 3월 35억 2212만원의 셀리버리 주식을 처분하면서 무려 6배에 가까운 투자 수익을 거둔 바 있다.

    또한, 일동제약은 셀리버리의 TSDT을 기반으로 한 파킨슨병 치료제 'iCP-파킨(iCP-Parkin)'을 공동 개발 중이다.

    셀리버리는 지난 10월 글로벌 톱3 제약사가 TSTD 플랫폼 기술을 라이선스 아웃하기 위한 최종 검증시험(FSA)을 거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셀리버리를 포함한 4개사의 경쟁 끝에 최종 1개사로 셀리버리가 선정되면 글로벌 기술수출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파킨슨병 치료제 'ABL301'을 뇌까지 전달하는 'BBB 셔틀 기술'을 갖고 있다.

    최근 로슈는 세계 최초로 BBB 셔틀 기술을 활용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RO7126209'의 임상을 개시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로슈의 BBB 셔틀 이중항체가 자사의 ABL301의 2세대 단일 형태와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자사의 신개념 BBB 셔틀을 활용한 ABL301이 트렌스페린 수용체를 사용하는 로슈의 BBB 플랫폼기술보다 안전성이 높다고 자신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내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여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해당 콘퍼런스에서 BBB 셔틀 기술과 ABL301의 기술수출을 추진하기 위해 다수의 글로벌 제약·바이오사와 논의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치매 신약 개발 의지가 다시 강해지면서 BBB 투과 기술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라며 "BBB 기술을 보유한 국내 바이오벤처들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