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실적악화 주범… 수요 회복 기미JP모건 "PC·스마트폰 온디바이스 AI가 성장동인"가격동향 주시 … 캐파 확장 나선 중국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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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공격적인 생산능력(CAPA) 확장으로 위기를 맞은 국내 레거시(범용) 반도체 업계가 내년엔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동안 레거시 반도체의 새 활로가 될 것으로 점쳐졌지만 예상보다 성장이 더뎠던 온디바이스 AI(인공지능) 시장이 해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1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JP모건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레거시 D램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면서 "AI 서버를 제외한 레거시 메모리 분야에 현재 부정적인 요소보단 긍정적 측면이 더 많다"고 밝혔다.올 하반기 들어 DDR4로 대표되는 레거시 D램 고정거래가격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상승 흐름을 나타내던 가격이 올 5~7월 3개월 간 보합세를 유지하다가 8월 들어선 하락 국면을 맞았고 이후 소폭이지만 꾸준히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3일 기준 DDR4(16Gb 3200) 평균가격은 전날 대비 0.26% 줄어든 3.13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7월 연중 최고가는 3.875달러 수준이었다.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비롯한 메모리 주요 제조사들 실적에도 타격을 줬다. 특히 메모리 시장 1위 삼성전자는 든든한 실적 버팀목이었던 레거시 사업에서 제품 가격 하락으로 손실이 불가피해져 지난 3분기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삼성전자는 이 같은 실적 타격에 이례적으로 설명자료를 통해 실적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중국 레거시 제품 공급이 급증했다는 점을 꼽았다. 삼성 외에도 다수의 시장분석업체들과 애널리스트들이 중국발 레거시 반도체 공급 폭탄이 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중국은 지난 몇 년 간 미국의 강도 높은 첨단 반도체 규제 속에서 생존길을 모색하면서 규제 밖에 있는 레거시 반도체 시장을 선제적으로 공략하고 나섰다. 중국 정부가 창신메모리(CXMT) 같은 자국 최대 메모리 기업과 SMIC 같은 파운드리 기업에 수백조 원의 지원을 쏟아부어 생산능력을 확장하는데 특히 주력했다.그 결과 CXMT는 D램 생산능력 기준으로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의 턱 밑까지 추격하는데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당장 올 연말 기준으로는 CXMT 생산능력이 마이크론을 넘어설 것이라고 본다. 지난 2020년 기준 월 생산능력이 웨이퍼 4만 장 수준이었던 CXMT는 현재는 이의 4배 수준인 16만 장 규모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에는 30만 장 수준까지 커질 가능성도 높다.중국의 추격이 거세지만 시장 수요 전반이 침체라는 점도 레거시 반도체 시장이 주춤한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공세는 내년에도 이어지겠지만 시장 수요가 전반적으로 살아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올 하반기와 같은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는게 JP모건의 전망으로 풀이된다.무엇보다 아직 제대로 개화하지 않은 온디바이스 AI 수요가 내년엔 본격 성장하게 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아직은 PC와 스마트폰 등 주요 IT 제품에 온디바이스 AI가 탑재된 모델이 많지 않다. AI폰 시장만 봐도 삼성이 연초 내놓은 '갤럭시S24' 시리즈가 선두 격이고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16 신제품에도 아직 제대로 된 온디바이스 AI가 적용되진 않았다.하지만 내년엔 IT 제조사들이 저마다 온디바이스 AI 신제품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제조사들도 내년이 온디바이스 AI 수요에 따른 매출이 본격화될 것이란 예상을 내놓는다.SK하이닉스는 올 초 열린 실적발표에서 온디바이스 AI 관련해 "고객사들의 적극적인 온디바이스 AI 제품 출시로 시장 자체는 올해 개화하지만 실질적으로 유의미한 출하량 증가는 2025년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관측했다.JP모건은 보고서에서 "레거시 시장 가격 방향성이 내달 드러나면 내년 1분기부터는 다시 방향성을 잡고 성장에 대한 확신이 높아질 것"이라며 다음달 레거시 메모리 가격 동향이 중요한 시그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