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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제약사들이 경영 승계에 속도를 내면서 오너 2·3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보령제약, 유유제약 등 중소제약사의 오너 3세가 대표이사직에 오르고 삼진제약의 오너 2세들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등 경영권 승계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 김정균 보령홀딩스 대표, 김은선 회장 장남… 보령제약그룹 오너 3세 경영 본격화
보령제약그룹은 최근 '오너 3세'인 김정균 씨가 보령홀딩스 대표이사직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3세 경영 체제로 들어서게 됐다.
보령홀딩스는 지난 2017년 1월1일 보령의 투자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된 법인으로, 보령제약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다. 보령제약그룹은 보령홀딩스를 통해 보령제약을 중심으로 지배하는 구조다.
보령홀딩스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신임 보령홀딩스 대표이사에 김정균 운영총괄(사내이사)을 선임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전문경영인(CEO)인 안재현 보령제약 대표이사는 겸직하던 보령홀딩스 대표이사를 사임했다.
김 신임 대표는 김승호 창업주의 장녀인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의 아들이다. 미국 미시간대 산업공학 학사,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 석사 출신인 김 신임 대표는 지난 2014년 보령제약에 이사대우로 입사했다. 이후 전략기획팀, 생산관리팀, 인사팀장을 거쳐 지난 2017년 1월부터 보령제약 등의 지주회사로 설립된 보령홀딩스의 사내이사 겸 경영총괄 임원으로 재직해 왔다.
김은선 회장이 지난해 12월 일신상의 사유로 지난 2009년부터 맡아왔던 보령제약 대표이사직을 사임하면서 보령제약은 창립 이후 첫 전문경영인 대표 체제로 전환됐었다. 당시 김은선 회장이 사임한 것은 오너 3세인 김정균 신임 대표(당시 상무)에게 경영권 승계 절차를 밟기 위한 것 아니겠냐는 추측이 무성했다.
또한, 보령메디앙스는 지난달에만 6만 7508주의 보령제약 지분을 처분해 보령제약 지분율을 5.27%에서 5.22%로 줄였다. 최근 진행된 보령메디앙스의 계열 분리는 김은선 회장이 김정균 대표에게 경영권을 넘기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됐었다.
◆ 유유제약 '오너 3세' 경영권 승계 초읽기… 최대주주와 지분율 차이 1.24% 불과
유유제약도 지난 4월 오너 3세인 유원상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올라서면서 승계 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유유제약은 현재 '오너 2세' 유승필 회장과 유원상 부사장이 이끄는 각자 대표이사 체제다. 유원상 대표는 유승필 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주의 3세다.
유 대표는 미국 트리니티대학교 경제학과와 컬럼비아대학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해 뉴욕 메릴린치증권과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그는 지난 2008년 유유제약에 상무로 입사해 2014년 영업·마케팅 총괄 부사장, 2015년에는 계열사인 유유헬스케어 대표이사를 맡았다.
유 대표는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을 시도했다. 그는 중앙연구소 통합 개소와 신약개발을 이끌며 오픈이노베이션에도 적극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유 대표는 지난 3분기 말 기준으로 유유제약의 지분을 11.32% 보유하고 있어 최대주주인 유승필 회장(12.56%)과 지분율 차이가 1.24%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조만간 유 대표가 최대주주 자리를 꿰차면서 승계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삼진제약, 조규석·최지현 상무 나란히 승진… 오너 2세 경영 승계 작업 가속화
삼진제약도 '오너 2세' 경영을 위한 승계작업을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삼진제약은 지난 13일 내년 1월1일부로 임직원 123명을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 가운데 삼진제약의 오너 2세인 조규석 상무와 최지현 상무가 나란히 전무로 승진해 눈길을 끌었다. 창립자 조의환 회장의 차남인 조규형 이사도 이번 인사를 통해 상무로 승진했다.
삼진제약은 최승주 회장과 조의환 회장이 1968년 공동 설립한 제약사다. 최 회장의 장녀인 최 전무와 조 회장의 장남인 조 전무는 각각 2009년과 2011년 삼진제약에 입사한 후 2015년말 이사, 2017년말 상무로 승진했다.
최 전무는 지난 10월25일부터 지난달 1일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자사주 3만 8692주를 취득해 지분율을 0%에서 0.28%로 늘렸다. 조 전무와 조 상무는 아직 회사 지분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 2·3세로 경영 승계를 진행하는 중소제약사들이 늘고 있다"며 "젊은 피를 수혈하면서 보수적인 제약업계에 세대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