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말 한마디에 창문 열고 시트온도 조절까지"… 신형 K5, 더 똑똑해졌다

"오늘 미세먼지 어때?" "창문 내려줘" "시트 따뜻하게 해줘"

옆사람과 대화하는게 아니다. 기아차가 최근 선보인 제 3세대 K5에게 하는 말이다.

신형 K5가 더 똑똑해져 돌아왔다. 기아차는 지난 12일 3세대 K5를 출시하며, 쏘나타 중심의 중형 세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신형 K5는 다이내믹한 외장 디자인과 미래 지향적으로 꾸며진 실내, 차량과 운전자가 능동적으로 교감하는 첨단 ‘상호 작용형 기술'이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다양한 첨단 편의사양과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대폭 강화했으며, 3세대 신규 플랫폼 적용으로 소음과 진동을 개선해 상품성을 높였다.

출시 당일 열린 미디어 시승행사를 통해 신형 K5를 타봤다. 이날 시승은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경기도 파주 헤이리마을 한 카페까지 왕복 170km로 마련됐다.

시승 모델은 K5 가솔린 1.6 터보 시그니처 모델이다. 스마트스트림 G1.6 T-GDi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 어우러져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7.0 kgf·m의 힘을 뿜어낸다. 판매가격은 3141만원이며, 공인연비는 13.8km/ℓ이다.

첫 인상은 잔뜩 움츠린 호랑이를 연상시킨다. 가늘고 길게 뻗은 헤드램프는 양갈래로 찢어진 주간주행등과 조화를 이뤄 신형 K5만의 날카로운 이미지를 완성했다.

기아차 디자인의 상징이었던 ‘타이거 노즈(Tiger Nose)’ 라디에이터 그릴은 헤드램프와의 경계를 과감히 허물고 모든 조형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형태로 진화했다. 세로로는 더 좁아지고 가로 너비가 확장돼, K5 외관을 더 당당하고 돋보이게 만든다.

실내는 대시보드에 원목장식을 더해 고급감을 살렸다. 센터페시아의 10.25인치 디스플레이는 운전석으로 비스듬히 향해 있어 운전자에게 한결 편안한 시야를 제공한다.

센터콘솔 상단에 위치해 있는 변속기는 일반 봉 형태가 아닌 다이얼타입의 전자식이 적용됐다. 좌측으로 한번씩 돌리면 D(주행), N(중립), R(후진)으로 바뀐다. 주차 모드는 다이얼 위에 표기된 P를 한번 눌러주면 된다.

시트 온열, 통풍 조절에 상하버튼을 적용한 것은 색다르다. 여지껏 현대·기아차에서 보지 못한 방식이다. 게다가 크롬장식으로 마감 처리해 고급감마저 살렸다.

이 외에도 버튼식 변속기 주위로 오토스탑, 오토홀드, 주행모드 등 다양한 버튼들이 자리해, 주행 중이라도 언제든 손쉽게 조정할 수 있다.

시동을 걸고 본격적인 주행에 나섰다. 터보 모델답게 가속페달을 밟는 첫 느낌은 매우 가볍고 경쾌하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크게 뒤뚱거리지 않고 바로 중심을 잡는다. 둔탁한 느낌이 바로 전해지지 않는 것으로 봐서 초반 승차감도 괜찮은 편이다.

고속도로에 접어들며 주행모드를 스포트로 변경했다. 신형 K5에는 스마트, 에코, 컴포트, 스포트, 커스텀 등 5가지 주행모드가 적용돼 있다.

스포트로 변경했음에도 가속에는 크게 차이가 없다. 다만 끝까지 받쳐주는 힘이 컴포트와는 약간 차이가 있다.

시속 100km를 넘어 고속구간에 접어들었음에도 뒤뚱거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달린다. 특히 이중접합유리가 적용된 앞좌석은 고속에서도 정숙성을 잃지 않는다. 소음에 크고 작은 진동마저 잡으니 편안한 승차감은 덤이다.

반자율주행은 예전과 달라졌다. 차간거리나 차선 중앙을 유지 못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핸들에서 손을 떼고 주행하는 시간이 확연히 줄었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출시한 더 뉴 그랜저부터 두드러진 현상이다.

최근 모델들은 대부분 반자율주행 지속시간이 길었는데, 이로 인해 운전자가 집중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전 모델 대비 성능이 대폭 향상된 음성 인식 차량 제어가 큰 만족감을 선사한다. "에어콘 켜줘" 등 직접적인 말에 더해 "시원하게 해줘"와 같은 간접 명령도 알아들으니 마치 옆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뿐만 아니라 "창문 내려줘. 트렁크 열어줘" 등의 명령어까지 인지하면서 음성만으로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 늘었다는 것은 매우 인상적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공조뿐만 아니라 창문, 스티어링 휠 열선, 시트 열선 및 통풍, 뒷유리 열선 등을 모두 제어할 수 있다"며 "사람에게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얘기할 경우에도 운전자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한다는 것이 이번 모델의 최대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한시간 남짓 주행한 뒤 계기판에 표시된 연비는 리터당 15.1km였다. 급가속과 감속을 반복한 것치곤 상당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시내주행이 아닌 고속도로 위주의 주행이 이뤄진 결과로 보인다.

기아차는 신형 K5를 출시하며 연간 판매목표를 7만대로 제시했다. 과감한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3세대 K5가 중형 세단 강자인 신형 쏘나타를 상대로 판매목표 달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