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시장 폭발적 성장, 밀레니얼 세대 잡아야일본 불매운동으로 업체들 울고 웃고오너리스크 직격탄까지 다사다난 한 해
  • 기해년(己亥年)이 저물고 있다. 올해 유통업계는 유난히 다사다난했다. 사상 최악의 실적으로 위기를 맞은 전통의 유통 회사들은 생존을 위해 모두 수장을 교체했고, 내실경영을 강화했다. 전례 없는 생존경쟁에 들어가며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유통업계를 분야별로 나눠 2019년 이슈들을 되짚어 본다. <편집자 주>

    온라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 주체로 떠오른 가운데, 관련업체들은 변화한 시장에 발맞추기 위한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여름부터는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로 또 다시 시장 판도가 바뀌었고, 오너리스크 직격탄을 맞은 업체도 발생했다.

    ◇ 한일 무역전쟁

    올해 7월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로 시작된 갈등은 이어 8월 말,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함과 동시에 국내에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됐다.

    이에 일본 대표 브랜드인 유니클로, 데상트가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 유니클로는 불매운동 초기인 지난 7월에만 매출이 20~30% 이상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SPA시장을 꽉 잡고 있던 일본 브랜드의 부진은 토종 브랜드의 매출 상승로 이어지면서 국내 SPA시장의 판도 변화가 일어났다. 스파오, 탑텐은 11월 SPA시장 점유율을 2배 이상(8개 전업 카드사 매출 기준) 높였다. 
  • ▲ ⓒ유니클로
    ▲ ⓒ유니클로
    일본 화장품 업체들 역시 홍역을 치렀다. DHC가 운영하는 자회사 DHC 텔레비전은 한국을 비하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방송을 내보낸 것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시세이도와 우르오스 등 일본산 화장품 역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고 일본산 원료가 들어간 제품 역시 외면을 받았다.

    ◇ 온라인 시장 폭발적 성장

    백화점과 마트 등 오프라인 매출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는 거세다.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시장이 업계의 화두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10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11조 8055억원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모바일쇼핑은 7조6762억원이었다.

    대형 패션기업들은 올해 잇따라 온라인 전용브랜드를 런칭하고 유통채널 강화, 대대적인 홍보 마케팅을 통해 총력전 양상을 벌이고 있다.

    삼성물산패션부문은 전개를 중단했던 ‘엠비오’를 3년만에 온라인 전용 남성복으로 부활시켰고 여성복에서는 구호의 세컨라인 ‘구호플러스’를 런칭했다.

    코오롱FnC 역시 시리즈의 두 번째 세컨브랜드 ‘에스로우(S’LOW)’를 런칭하고 ‘헤드’를 온라인 전용 브랜드화 했다. 라이프스타일 전문 기업 LF는 3545 남성들을 위한 전문 온라인 편집몰, ‘아우’를 정식 론칭했다. 세정은 일리앤, 올리바아비, 웰메이드컴 등 3개 온라인 브랜드 운영을 시작했다.

    패션전문 온라인 플랫폼들도 매년 큰 폭으로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무신사는 12월 초 세계 최대 벤처캐피탈 ‘세쿼이아캐피털’에서 1900억원을 투자 받아 성장 드라이브에 큰 동력을 얻었고, W컨셉과 29CM는 올해 각각 33%, 100%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 ▲ ⓒW컨셉
    ▲ ⓒW컨셉
    화장품 유통시장 역시 온라인 채널이 올해의 화두였다. 화장품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조1498억 원으로 지난 8월 1조 332억 원을 기록한 이후 3개월 연속 1조원을 넘겼다. 

    화장품 온라인 시장은 간편결제와 함께 편하게 집에서 제품을 받아볼 수 있고 SNS 등을 통한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에 관련업체들은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다.

    ◇ IT기술과 만난 업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예측 가능 패션 솔루션 등이 도입된 것 또한 패션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대형 패션기업들은 패션AI를 통해 소비자 선호도를 예측하고 매출로 연결시키고 있다.

    삼성물산패션부문은 빅데이터 연구업체 더아이엠씨와 협력해 패션 AI텍스토미를 개발했다. 시리스파트너스와 협업한 국내 유명 브랜드는 AI를 활용한 제품을 내년 상반기 선보일 계획이다. 

    뷰티업계에서는 '뷰티 디바이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른바 '셀프뷰티족'이 등장하면서 오랜기간 정기적으로 피부과나 에스테틱을 방문해 피부 관리를 받는 것과 달리 집에서 혼자사 휴식시간을 이용해 간편하게 피부 관리를 할 수 있는 뷰티 디바이스의 매출이 큰 폭으로 올랐다.

    뷰티 디바이스 열풍은 시간 뿐만 아니라 금전적으로도 합리적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기존 중장년층은 물론 2030 소비자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이에 뷰티 디바이스 업체들의 마케팅 활동도 젊은층에 맞춰 공격적이고 활발해진 상황이다.

    ◇ 친환경이 대세

    올해도 패션뷰티업계에 친환경(Eco-Friendly) 바람이 불었다. 가치소비와 착한소비가 최신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지속가능한 패션, 윤리적 패션(Ethical fashion)과 관련된 업체들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자연친화적인 화장품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자연친화적인 재료와 방법으로 제조하면서도 피부에도 좋은 천연화장품과 유기농화장품 등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천연화장품과 유기농화장품 인증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식약처는 지난 6월 천연화장품과 유기농화장품 인증기관으로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을 지정했다.

    ◇ 인건비 상승에 산업 성장 위축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에 타격을 받은 한국 경제는 주52시간 근무제 도입과 맞물려 더욱 힘든 상황이다. 올해 역시 관련업체들에게는 인건비 상승으로 크게 떨어진 사업 효율을 감수해야 하는 한 해가 됐다.

    특히 면방업종은 최저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나날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8사 중 한 곳을 제외한 7곳 매출이 크게 줄었다. 에스마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적자가 지속됐다.

    에스마크는 지난 8월 전체 매출액 대비(2017년 기준) 43.44%에 달하는 섬유부문 생산 중단을 공시했다. 에스마크는 공장 매각에 따른 소유권 이전으로 생산이 중단됐지만 향후 소유권자와 공장임대계약을 체결해 생산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증시상장 1호 기업인 경방은 공장을 폐쇄하고 11월 말 용인공장 장비를 뜯어 베트남 이전을 시작했다. 경방 매출은 1.5% 줄었고 영업이익도 21.5% 감소했다.

    봉제에서 시작된 섬유 제조업의 해외투자가 직물, 면방까지 확산되면서 국내 산업공동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 밀레니얼 세대 소비 주체로

    디지털 활용 능력이 뛰어나고 트렌드에 민감한 밀레니얼 세대가 중심으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올해 역시 이들을 잡기 위한 업체들의 노력이 빛나는 한 해였다.

    온라인, 모바일 플랫폼을 중심으로 하는 이들의 소비 패턴을 이해하고 온오프라인 경쟁력을 모두 갖추는 것이 중심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이들로 인해 패션뷰티업계에는 콜라보레이션 열풍이 거셌다. '뉴트로' 등의 트렌드에 힘입어 다양한 콜라보 제품들이 등장했다. 최근 스파오의 '펭수' 콜라보 역시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협업이다.
  • ▲ ⓒ스파오
    ▲ ⓒ스파오
    ◇ 정부 화장품 산업 활성화 대책 발표 

    올해 화장품 수출 실적은 좋지 못했다. 1월부터 수출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떨어지더니 지난 2월에는 지난해 2월보다 19.1% 수출실적이 늘어나긴 했지만 6월에는 14.7% 떨어졌다.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누계로만 1.8% 감소했다.

    7월 0.004% 수출실적이 늘어난 것을 시작으로 10월까지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긴 했지만 올해 수출실적은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화권 시장의 부진이 전체 수출 실적 상승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반기 들어 광군제 등을 통해 소폭 회복되긴 했지만 장기적인 K-뷰티의 성장을 위해 정부는 지원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최근 'K-뷰티 미래 화장품 산업 육성방안'을 발표하고 2022년까지 세계 3대 화장품 수출국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K-뷰티 화장품 산업을 집중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 로드샵 생태계 H&B스토어로 완전 재편

    올해 화장품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H&B스토어로 완전히 옮겨갔다. 국내 유통 대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고, 세포라 등 글로벌 유통채널이 신규 진입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은 올해 1233개 가량의 매장을 보유하며 독보적인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어 2,3위를 두고 GS리테일의 랄라블라와 롯데의 롭스가 경쟁 중이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H&B스토어 시장의 구조조정에도 착수한해였다. 랄라블라는 최근 적자매장 정리에 돌입했고, 이마트의 부츠는 사실상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1위 LVMH의 글로벌 화장품 전문점 세포라가 지난 10월 국내에 진출했다. 세포라는 지난 10월 첫 매장을 열었고 2022년까지 14개 매장을 낸다는 계획이다. 앞서 '한국의 세포라'를 표방하며 나타난 신세계의 시코르는 3년 만에 매장수를 30개로 늘렸다.

    ◇ 시너지 위한 M&A 열기

    올해 화장품 업계 인수합병(M&A)이 두드러졌다. 에이블씨엔씨는 올해 1월 스틸라, 부르조아 등 해외 색조화장품을 수입, 공급하는 제아H&B의 지분 80%와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셀라피를 생산하는 GM홀딩스의 지분 72.2%를 각각 920억 원과 469억 원에 확보했다.

    에이블씨엔씨는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돼지코팩'으로 유명한 미팩토리의 지분 100%를 324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처럼 잇따라 화장품 회사들을 인수한 에이블씨엔씨는 멀티샵 '눙크'를 런칭했다.

    이처럼 뷰티업체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투자 전략의 일환의 M&A가 활발한 한 해였다. 특히 '코스메슈티컬' 시장의 확대로 뷰티와 제약업종 간의 M&A도 이뤄졌다.

    다국적 화장품 기업인 에스티로더는 닥터자르트를 운영하고 있는 해브앤비의 지분을 전량 인수했고 스위스 유통기업 미그로스그룹도 고운세상코스메틱 지분 51%를 인수했다. 

    ◇ 오너 리스크 직격탄

    올해 화장품 업계에는 유난히 '오너리스크'가 잦았다. 올해 상반기에는 임블리 사태가 업계를 뒤흔들었다. 

    곰팡이 호박즙 논란이 해결되기도 전에 인진쑥 밸런스 에센스의 제조일자 논란까지 겹쳤다. 이후 검찰로부터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초기 소비자 불만 응대에 어려움을 겪으며 여전히 사업 운영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반기에 들어서면서는 한국콜마였다. 한국콜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두둔하는 동영상을 틀었다고 국민의 원성을 샀다. 이에 창업주인 윤동한 회장은 결국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스킨푸드는 조윤호 전 대표가 지난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다만 스킨푸드는 파인트리파트너스 인수가 확정된 상황이어서 조 전 대표와 결별, 충격 덜기에 나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