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MA 검출 피로감, 유한-한미 전통제약사 명암 뚜렷, 종근당 1조 클럽 첫 진입인보사 사태, 잇단 글로벌 임상 3상 실패에도 5조원대 기술수출 성과 이룬 K-바이오삼바 분식회계 리스크 장기화, SK바이오팜 美 FDA 신약 허가, 첨단바이오법 통과
  • ▲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지난 4월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고개 숙여 사과인사를 했다. ⓒ정상윤 기자
    ▲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지난 4월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고개 숙여 사과인사를 했다. ⓒ정상윤 기자

    2019년 제약·바이오 업계는 잇단 글로벌 임상 3상 실패, 삼바 고의 분식회계 의혹 등 각종 대형 악재가 터졌다. 한편으로는 바이오 업계의 숙원이었던 첨단바이오법이 통과되고, 기술수출 낭보가 돋보인 한해였다. 뉴데일리는 제약·바이오 업계의 2019년 이슈 10가지를 정리해 봤다.

    ◆ 라니티딘·니자티딘 이어 메트포르민까지 발암물질? …업계 피로감 호소

    올해 하반기에는 위장약 성분인 라니티딘, 니자티딘에서 발암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이하 NDMA)'이 검출됐다. 이달 초에는 싱가포르에서 유통 중인 당뇨병 치료제 성분 메트포르민에서도 NDMA가 검출됐다. 지난해 터진 발사르탄 사태의 악몽이 재편된 것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NDMA 검출 사태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해 NDMA가 검출돼 유럽에서 회수된 발사르탄 원료를 사용한 제품에 대해 즉각 판매 중지 조치를 내렸다. 이번에 라니티딘과 니자티딘은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을 점검하고 후속 조치를 결정했다. 라니티딘의 경우 완제품 전 품목에 대해 잠정 판매중지 조치를 내리고, 니자티딘의 경우 허용치 이상 검출된 13품목에 한해 제조중단·판매중지 조치를 내렸다.

    식약처는 메트포르민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메트포르민은 당뇨병 환자의 80%가 복용하는 제2형당뇨병의 1차 치료제인데다 대체약이 없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현재 메트포르민에 대한 불순물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메트포르민은 당뇨병 치료를 위해 지속적으로 복약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환자들은 자의적으로 메트포르민 복용을 중단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 전통제약사 명암… 유한양행 기술수출 성과에 한미약품 잇단 기술 반환 충격

    전통 제약사 중에서는 유한양행이 승승장구하고 한미약품은 악재가 이어져 명암이 뚜렷히 갈렸다.

    유한양행은 지난 1월과 7월에 각각 길리어드와 베링거인겔하임에 NASH 치료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오픈이노베이션의 성과를 거뒀다. 총 계약금액은 각각 7억 8500만 달러, 8억 7000만 달러로 총 16억 5500만 달러(약 1조 9264억원) 규모에 달했다. 항암신약 '레이저티닙' 등 3건의 신약기술 계약금을 수령하면서 유한양행은 지속적인 R&D 증가로 인한 수익성 악화 방어에도 성공했다.

    반면, 한미약품은 지난 1월 릴리에 기술수출한 류머티즘 관절염 파이프라인의 권리가 반환되고 7월에는 얀센에 기술수출한 비만당뇨치료제 'HM12525A'의 권리가 반환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 10일에는 사노피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판권을 다른 기업으로 이전했다. 이 같은 악재가 이어지자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9일 한미약품의 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27일 오전에는 한미약품의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항암 신약 후보물질 '포지오티닙'의 임상 결과, 1차 평가변수인 객관적 반응율(ORR)이 목표치에 미달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우울한 연말을 맞게 됐다.

    ◆ 종근당 '1조 클럽' 진입… 보령·한독 등 중견제약사 5000억 매출 청신호

    올해 상위제약사 중 유한양행과 GC녹십자는 3분기 기준으로 일찌감치 1조 클럽에 안착했다. 한미약품도 3분기 누적 매출이 8107억원으로 올해 매출 1조원 이상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는 종근당이 창사 이래 첫 1조 클럽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웅제약도 올해 1조원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둘러싼 균주 출처 소송과 라니티딘 사태로 인해 직격탄을 맞으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번에 발암물질이 검출돼 조사를 받고 있는 메트포르민 사태로 인한 매출 타격도 우려된다.  대웅제약은 국내에서 많이 처방되는 메트포르민 단일제로 '다이아벡스'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견제약사들의 매출 성장세도 눈에 띈다. 보령제약과 한독 등이 매출 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보령제약은 올해 분기마다 실적을 경신하면서 창립 이래 최대 연매출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보령제약은 고혈압 신약 '카나브패밀리'를 비롯한 전문의약품의 선전으로 이 같은 매출 성장을 이뤘다.

    ◆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사태'로 휘청… 이우석 대표 구속 위기까지

    올해 바이오업계는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주성분이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발칵 뒤집혔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지난 4월1일 이에 대해 밝히고 사과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적극적으로 식약처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5월28일 식약처로부터 인보사의 품목허가가 취소되고, 이 대표와 코오롱생명과학은 검찰 고발까지 받게 됐다.

    검찰은 압수수색에 나선 이후 두 차례의 구속영장 청구를 통해 조모 이사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현재 지난 24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대표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이날 밤에 이 대표의 구속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 바이오 업계, 잇단 글로벌 임상 3상 실패 쇼크

    지난 6월 에이치엘비, 8월 신라젠에 이어 9월 헬릭스미스까지 글로벌 임상 3상에서 고배를 마셨다. 에이치엘비와 신라젠의 임상 3상 실패 소식이 번졌을 때는 제약·바이오 주가는 물론, 코스닥 시장까지 뒤흔들린 바 있다. 신라젠 쇼크로 인해 지난 8월5일에는 코스닥 지수가 6.19% 떨어지면서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지난 5월에는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미국 임상 3상이 중단됐다. 10월에는 강스템바이오텍의 아토피피부염 줄기세포치료제 '퓨어스템 AD'가 국내 임상 3상 결과 목표치에 미달했다. 비보존은 지난 24일 임상 3상 톱라인 결과가 사실상 실패했음을 자인하면서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자아냈다. 이두현 비보존 대표는 27일 안내문을 통해 "축배의 시간이 내년 하반기로 연기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국내 바이오업계는 글로벌 임상 3상의 벽을 실감하면서도 잇단 실패를 성장통으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이) 미국 임상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도 상당히 발전한 것"이라며 "임상 실패에 대해 너무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바이오산업이 건전화돼는 과정에 주목해달라"고 당부했다.

    ◆ 국내 바이오벤처 올 한해 5조원 규모 기술수출… K-바이오 저력 '입증'

    잇단 악재로 몸살을 앓던 K-바이오에 연말 들어 기술수출 낭보가 잇따르면서 훈풍이 불었다. 업계에서는 국내 바이오벤처의 저력이 국제적으로 입증됐다고 보고 있다.

    연말 들어 알테오젠(1조 6190억원), 지아이이노베이션(9000억원), 큐라티스(1조 2000억원) 등 바이오벤처들이 1조원대 기술수출을 연달아 성사시켰다. 지난 7월 브릿지바이오(1조 5183억원)의 기술이전을 포함하면 올 한해 바이오벤처 4개사의 기술수출 규모는 5조 2373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제약·바이오기업의 기술수출 계약의 총 규모가 5조 4000억원이었던 것에 견줘보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올 한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수출 규모는 약 8조 2986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내년 1월에 열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글로벌 최대 제약·바이오 행사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기술수출 결실을 안고 돌아올 수 있을지 기대된다.

    ◆ 삼바, 증거인멸 재판 1심 선고 나는 동안 분식회계 재판 시작조차 못해

    지난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화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의 고의 분식회계 판정을 받은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의 '분식회계 리스크'가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검찰은 삼바 분식회계 수사를 진행하다 증거인멸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다 증거인멸 사건의 본류인 삼바 분식회계 재판이 개시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삼바 증거인멸 재판이 먼저 열리고, 지난 9일 1심 선고가 내려졌다.

    증거인멸 사건의 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형사사건인 삼바 분식회계 사건이 본범죄로 성립해야 한다. 따라서 삼바 분식회계 사건의 유무죄를 가리기도 전에 증거인멸 사건에 대해 실형을 선고한 것은 논란의 불씨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내에 기소될 것으로 전망됐던 삼바 분식회계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현재 반부패수사4부가 지난해 12월 분식회계 사건 수사에 착수한 이후 약 1년가량 수사가 진행됐음에도 해당 사건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다.

    ◆ SK바이오팜, 美 FDA 허가 이어 코스닥 시장 출사표

    SK바이오팜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허가 관문을 뚫었다. FDA 승인 신약 2종을 보유한 SK바이오팜은 기업공개(IPO)에도 가속도를 내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FDA의 품목허가를 받았다고 지난달 22일 밝혔다. 국내 제약사가 기술이전이나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십 계약 체결 없이 독자적으로 신약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FDA 시판 허가까지 진행해 성공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SK바이오팜은 지난 3월 FDA로부터 미국 제약사 재즈파마슈티컬에 기술수출한 수면장애 신약 '수노시(성분명 솔리암페톨)'의 시판 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10월25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코스피 상장 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SK바이오팜의 기업가치는 5조원 이상으로 IPO의 대어로 꼽혀왔다. 대형 새내기 바이오기업에 증시에 등판하면서 내년 바이오업종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 보톡스 업계, 메디톡스 vs 대웅제약 싸우는 동안 조용히 성장한 휴젤

    지난 2017년부터 이어져온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톡스 전쟁'이 올 초에는 해외까지 번지면서 더욱 격화됐다.

    메디톡스는 지난 1월 엘러간과 함께 대웅제약과 대웅제약의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이로써 양사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둘러싼 국내 소송에 이어 미국 ITC 소송까지 맞붙게 됐다. 양사의 소송비 부담이 급증하면서 올해 양사의 수익성이 훼손됐다.

    이 때문에 조용히 사태를 관망하던 휴젤이 메디톡스의 시가총액을 앞지르는 이변이 종종 일어났다. 양사의 시총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휴젤이 '보톡스 대장주' 자리를 꿰차기도 했다. 지난해 3분기를 저점으로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휴젤은 내년에도 견조한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 3년간 고대해온 첨단바이오법 통과… 바이오업계 숙원 해소

    3년 여간 제약·바이오 업계의 숙원 법안이었던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하 첨단바이오법)'이 지난 8월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첨단바이오법은 기존 합성의약품과 다른 특성을 가진 바이오의약품을 관리하기 위해 기존 약사법, 생명윤리법 등으로 나뉜 관련 규제를 일원화하는 법이다.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심사기준을 완화해 맞춤형 심사, 우선 심사, 조건부 허가가 가능해져 신약 심사 기간이 3~4년 단축된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일제히 첨단바이오법의 통과를 환영했다. 업계 관계자는 "희귀·난치 질환자에게 줄기세포 치료제를 임상연구 목적으로 국내 의료기관에서 시술할 수 있게 됐다"며 그동안 국내 병원에서 줄기세포 치료제를 투여할 수 없어 일본이나 미국으로 원정치료를 떠났던 환자들에게도 희소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