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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 라임자산운용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른바 '펀드 돌려막기'로 인해 추가로 5000억원 규모의 정상펀드까지 환매 중단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피해 규모가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라임자산운용은 은행·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들에 오는 4월 만기 예정인 '라임 크레디트인슈어런스 무역금융펀드'(CI) 의 환매 중단을 예고하는 공문을 보냈다.
CI 펀드 설정액은 3200억원으로, 미국 폰지사기에 휘말린 ‘라임 플루토TF-1호’와 달리 무역보험으로 안정성을 보강한 상품이다. 신한은행과 경남은행을 통해 각각 2700억원, 200억원 등 총 3200억원 가량 판매됐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메자닌·사모사채·무역금융 3개 펀드의 환매 중단을 선언하기 직전인 9월 CI 펀드 등 정상적으로 운용되는 펀드의 자산 1200억원 정도를 3개 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더해 1400억원어치 판매된 라임의 코스닥 벤처투자펀드들도 '돌려막기' 대상이었다.
CI 펀드는 올해 4월 만기 예정이었으나 '펀드 돌려막기'에 이용된 것으로 알려져 만기가 되더라도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추가로 환매 중단될 펀드 금액은 5000억원에 달해 지난해 10월 1, 2차 환매 중단된 1조5000억원 등 피해 규모는 2조원대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부실 펀드 투자는 금융감독원이 라임의 편법·불법 운용을 검사하고 있었던 지난해 9월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당국을 향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금감원은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전환사채(CB) 편법거래 등 의혹이 제기되자 라임자산운용에 대해 지난 8월 조사에 착수해 그해 10월초 검사를 마쳤다. 금감원이 대대적인 검사를 실시하는 기간 라임자산운용은 '펀드 돌려막기'를 저지른 것. 이는 라임 최고운용책임자(CIO) 이모 전 부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에 대해 추가 검사를 계획 중이다. 금감원은 이달 말 또는 내달 초 삼일회계법인의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대한 실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검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사 불완전판매 주장이 제기되는 주요 은행들에 대한 검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라임사태 피해자들은 100건 넘게 금감원 분쟁조정신청을 낸 상태다. 당초 이번주 예정됐던 펀드 실사 결과 발표가 연기되면서 손실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투자자는 "금감원이 도대체 누구의 편인지 모르겠다"면서 "사고가 터지면 원론적 대책뿐이고, 계속 기다려달라는 말뿐이다. 우리 같은 개인투자자들은 결과를 하염 없이 기다리기만 할 뿐 어떤 상황인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더불어 라임 운용과 관련해 부실 투자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신한금융투자에 이어 KB증권 역시 라임의 위법적 펀드 운용을 사전에 알았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월 금감원은 라임운용과 KB증권 간 총수익스와프(TRS) 거래에 불공정 소지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전격 검사에 나선 바 있다.
KB증권은 라임자산운용과 TRS 계약을 맺고 라임 플루토와 라임 테티스 펀드 운용을 지원해줬다. TRS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TRS 계약에 따라 KB증권이 라임을 대신해 전환사채(CB)를 매입하고, 이를 장외업체에 넘기는 과정에서 'CB 파킹거래(다른 명의로 매수하는 편법 행위)' 의혹이 불거졌다. 코스닥시장 곳곳에서 상장폐지 위험이 불거지고 주가가 고꾸라지면서 부실 CB를 감추는 데 TRS거래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금감원은 현재 이와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 KB증권 측은 "파악된 바 없다"면서 다만 "향후 실사 결과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