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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진짜 '빅 매치'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행사장뿐 아니라 그 주변의 호텔에서 벌어진다."
14일(현지 시각) 글로벌 최대 규모의 바이오 투자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 Morgan Healthcare Conference 2020)'가 진행 중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유니언 스퀘어(Union Square) 곳곳에서는 기술이전 등 성과를 내기 위한 치열한 '물밑 전쟁'이 펼쳐지고 있었다.
유니언 스퀘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기어리(Geary) 거리, 파월(Powell) 거리, 포스트(Post) 거리, 스톡턴(Stockton) 거리 사이에 위치한 1만 1000㎡ 구역을 지칭한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개최된 미국 샌프란시스코 웨스틴 세인트 프란시스(Westin St. Francis) 호텔도 유니언 스퀘어에 있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지난 13일부터 오는 16일까지 진행된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열리는 기간에는 해당 콘퍼런스의 행사장뿐만 아니라 유니언 스퀘어까지 제약·바이오 기업 관계자들과 투자자들로 북적인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철저히 공식 초청을 받은 기업 위주로 행사가 진행된다. 특히 해당 콘퍼런스에서 발표 기회를 받는 제약·바이오 기업은 전 세계에서 500여 개사로 한정돼 있다. 올해 국내에서 발표 기회를 얻은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제넥신, 휴젤, LG화학,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7개사에 불과하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공식적으로 진행되는 메인 트랙 발표, 이머징마켓 발표, 1대 1 호스팅에 참석 기회를 얻지 못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유니언 스퀘어에서 또 다른 기회를 노린다. 콘퍼런스 기간에 글로벌 제약사가 행사장 주변 호텔에서 여는 행사에 참석해 기술수출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다. -
로슈, 머크, 얀센, 일라이릴리 등 다국적 제약사들은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기간에 유니언 스퀘어의 호텔을 빌려 다양한 제약·바이오기업들과 미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화이자의 경우 W호텔의 한 층을 통째로 빌려 침대를 빼고 테이블과 의자를 두고 회의실처럼 꾸며 한 기업당 30분~1시간씩 파트너링 미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라이릴리가 파트너링 미팅을 진행하고 있는 힐튼 호텔 샌프란시스코 유니언 스퀘어점에는 '바이오텍 쇼케이스(Biotech Showcase 2020)'까지 겹쳐 로비가 인산인해를 이뤘다. 유니언 스퀘어에서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참석증 외에도 바이오텍 쇼케이스 참석증을 메고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종종 포착됐다.
바이오텍 쇼케이스에는 50개국 이상의 바이오기업 2200여 개사와 투자사 400개사가 참석해 7800건 이상의 1대 1 미팅이 진행됐다. 투자자만 1000명 이상 몰려들었으며, 참석자는 총 3700명 이상이라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국내 바이오기업 중에서는 유진산 파멥신 대표가 해당 행사에 참석해 회사의 임상, 신약후보물질 등에 대해 발표했다.
해당 행사는 데미 콜튼(Demy-Colton)과 EBD그룹(EBD Group)이 주최하고, 아스트라제네카, 머크, 론자, 바이엘 등이 후원한다. 데미 콜튼과 EBD그룹은 바이오텍·생명과학 관련 행사를 여는 업체로, 매년 바이오텍 쇼케이스를 개최해 왔다. 이외에도 바이오-유럽, 차이나바이오 파트너링 포럼 등 글로벌 파트너링 행사를 제공하는 업체다.
바이오텍 쇼케이스는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와 겹치는 일정이다. 이처럼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유니언 스퀘어에 몰리는데는 JP 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기간에 맞춰 진행되는 행사가 많기 때문이다.
권병세 유틸렉스 대표는 딜로이트가 주관하는 바이오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유니언 스퀘어에 모습을 비췄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기간에 몰려든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스킨십을 늘리려는 목적도 있다. -
유니언 스퀘어에서 마주친 바이오벤처 대표들은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행사장보다는 유니언 스퀘어 주변 호텔에서 '진짜 싸움'이 펼쳐진다"고 입을 모았다. 해당 행사에서 발표를 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기술수출 등의 성과는 다국적 제약사들과의 파트너링 미팅에서 성사된다는 이유에서다.
남수연 지아이이노베이션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파트너링 미팅을 하나라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어떻게 보면 규모가 글로벌 단위로 클 뿐, 투자사의 기업설명회(IR)와 다를 바 없다"며 "빅 딜(Big Deal)은 JP 헬스케어 콘퍼런스 내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그 주변의 호텔에서 진행되는 다국적 제약사의 파트너링 미팅에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공식적으로 발표 기회를 얻었던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허가 취소, 임상 실패 등이 이어지면서 올해 미팅룸을 제공 받지 못하는 불상사도 일어났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발표 세션에 참석하는 국내 바이오기업 외에 SCM생명과학과 메디톡스에만 미팅룸을 부여한 것이다. 국내 바이오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한 영향으로 해석된다.그럼에도 일부 국내 바이오기업의 일탈 때문에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의 공식 행사에 초청 받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까지 평가절하돼선 안된다는 목소리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JP모건 측으로부터 공식 초청을 받은 기업들도 발표뿐 아니라 다국적 제약사와 파트너링 미팅을 활발하게 진행한다.
업계 관계자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의 공식 초청을 받는다는 것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투자 회사로부터 인정받는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공식 초청을 받는 국내 기업이 늘어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