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환자, 건기식·영양제 복용 시 신중한 고민 필요 당초 취지과 다른 결과… 호르몬제 효과 입증→ '반감'환자의 질문에 명확한 대답 구하는 연구 지속적 추진
  • ▲ 박경식 건국대병원 유방암센터 교수. ⓒ건국대병원
    ▲ 박경식 건국대병원 유방암센터 교수. ⓒ건국대병원
    유방암 환자에게 생약추출물 에모딘(Emodin)을 사용할 경우 항호르몬제 효과가 떨어진다는 논문이 발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간 암환자들은 건강기능식품, 영양제, 첩약 등을 동시에 복용하면서 치료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사실 이 연구는 항호르몬제와 건강기능식품 등의 병합 투여 시 긍정적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설계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뒤바뀐 결과로 논문이 발표됐다고 한다. 

    최근 본지는 논문을 작성한 박경식 건국대병원 유방암센터 교수(외과)를 만나 일련의 얘기를 나눴다. 

    그는 SCIE급 저널 ASTR(Annals of Surgical Treatment and Research)에 대표적인 유방암 세포주(MCF-7, T47D, ZR-75-1, BT474)에 항호르몬제 성분인 엔도시펜(Endoxifen)과 갱년기 여성에게 좋다고 알려진 생약 성분인 에모딘을 병합해 투여한 결과를 발표했다. 

    쟁점은 항호르몬제만 투여했을 때와 비교해 생약 성분인 에모딘이 동시에 투입되면 암세포 억제 능력이 오히려 감소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영향은 세포의 단백질 단위까지 변화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에모딘은 하수오 등의 식물에 존재하는 성분이다. 주로 생약 추출물로 쓰이며 건강기능식품, 영양제 등에 들어가 있다. 

    박 교수는 “항암치료를 하면서 몸이 힘들어지니 보조제 역할을 하는 식품 또는 첩약을 복용하는데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 물어보는 유방암 환자가 많았다. 그래서 연구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연구목적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었는데 연구를 진행해보니 결론이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바뀐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그래도 환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줘야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유방암 환자가 항호르몬치료를 하는 경우는 3명 중 2명 꼴이다. 항호르몬 치료에서 일부 생약성분이 효과를 저해할 수 있다고 나온 만큼 건강식품이나 영양제를 선택할 때 의사와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권고했다.

    다만, 여성호르몬 수용체가 존재하지 않는 환자의 경우는 에모딘 등 반감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추후 구체적인 연구를 통해 그 결과를 입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 “환자의 질문에 원하는 답을 주는 연구”

    사실 박 교수는 이른바 ‘돈 되는’ 국책과제 수행은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은 ‘돈 안되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자비를 털어 연구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사업성이 충분한 연구과제를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궁금증을 풀어주는 질문에 명확한 대답을 해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박 교수는 “교과서에 나오는 답안은 한정적이다. 수시로 변화하는 정보에 대처하는 것이 어렵다. 환자들이 어려 질문을 던지지만 어떤 대답을 해줄지 근거가 필요한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유방암뿐만 아니라 갑상선암도 다루는데, 최근에는 갑상선암과 비만과의 연계성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역시 갑상선 수술을 받은 후 “살이 찐다”는 환자들의 민원을 연구를 통해 규명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3년간 3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고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는 “큰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국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연구를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환자가 원하는 답을 시원하게 말해줄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 실제로 환자를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