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6640명 대상 대규모 전향적 코호트 연구연간 16만명 규모, 신규 환자 발생률 감소 등 후속연구 예정
  • ▲ 국내 60세 이상 노인 대상 조사에서 아증후 우울증, 경도우울장애, 주요우울장애의 유병률 비교. ⓒ분당서울대병원
    ▲ 국내 60세 이상 노인 대상 조사에서 아증후 우울증, 경도우울장애, 주요우울장애의 유병률 비교. ⓒ분당서울대병원
    국내 노인인구 10명 중 1명이 ‘아증후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증후 우울증은 비교적 가벼운 우울증에 속하지만 인지기능, 기대수명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쳐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질환이다.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연구팀(1저자: 오대종 임상강사)은 노인 아증후 우울증(subsyndromal depression)의 역학적 특성을 제시하고, 주요우울장애 및 경우울장애와 구분되는 독립적 질환임을 최초로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국내 60세 이상 노인 6640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의 전향적 코호트 연구로 2010~2012년의 기저 평가를 시작으로 2년(2012-2014년과 2014-2016년) 단위로 2번의 추적 평가가 이뤄졌다. 

    그 결과, 아증후 우울증은 국내 60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 정도가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하게 나타났다. 주요 우울장애와 경우울장애 같은 심한 우울증의 2.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매년 16만명 이상의 아증후 우울증 노인 환자가 새롭게 발생하고 있다. 심한 우울증의 발생 환자 수보다 5배 가량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환자와 가족들은 물론 의료진마저 치료가 필요한 아증후 우울증을 진단하는 방법에 익숙치 않아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김기웅 교수 연구팀은 지난 10년 동안 직접 진단기준을 개발해 아증후 우울증을 진단한 후, 유병률과 발병률, 위험인자 등 역학적 특성에 대한 비교 분석을 통해 주요 우울장애 및 경우울장애와의 객관적인 차이를 최초로 제시하는데 성공했다. 

    주요우울장애와 경우울장애는 고령(70세 이상), 운동량이 부족한 노인에서 많은 반면 아증후 우울증은 여성, 낮은 수면의 질, 낮은 사회경제수준, 낮은 사회적 지지 수준을 보인 노인에서 호발하는 경향을 보였다. 

    아증후 우울증이 주요 우울장애, 경우울장애와는 구분되는 독립적 질환일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김기웅 교수는 “앞으로 아증후 우울증이 치매, 사망률, 건강수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체계적 후속 연구를 통해 독립질환으로서 아증후 우울증의 실체를 정리해 나갈 것이다. 연간 16만명에 달하는 신규 아증후 우울증 환자의 발생을 감소시키기 위한 질병 예방법과 치료 방법에 대한 연구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불면증 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수면의 질이 낮은 노인들의 경우, 수면 조절만을 목적으로 한 단순 약물치료나 인지행동치료 보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아증후 우울증에 대한 통합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번 연구는 호주·뉴질랜드 정신의학 저널(Australian & New Zealand Journal of Psychiatry) 최신 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