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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규모 2조원이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더욱 꼬이고 있다.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설연휴 직전 검찰 인사로 해체됨에 따라 관련 수사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라임운용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해체됐다.
기존 사건은 금융조사1·2부, 공판팀으로 재배당한다.
2013년 출범했던 합수단은 6년 반 동안 1000명 가까운 자본시장법 위반 사범을 다루며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려왔지만 법무부의 검찰 직제개편으로 분해됐다.
이에 따라 라임사태를 주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도 당분간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다방면으로 의혹이 불거지는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건이자 속도와 전문성이 생명인 증권관련범죄 수사에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운용사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 사기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 전담부서의 갑작스런 해체와 수사팀 변경은 그 자체로 시간 싸움에서부터 밀리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업계에서 돌고 있는 라임운용의 배후설도 이번 검찰인사로 인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현 정부의 실세 개입 의혹이 업계 안팎에서 퍼지고 있다"며 "만약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면 해당 인물 역시 조사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번 검찰 인사로 수사의 결말을 알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갈수록 불어나는 상황에서도 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목되는 이 전 부사장은 관리와 단속 미비로 사태가 수면위로 떠오른지 3개월 만에 잠적했다는 점도 배후세력에 대한 의심이 커지는 부분이고, 이 역시도 검찰이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고 말했다.
라임사태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주자로는 금감원의 특사경이 꼽힌다.
라임사태 수사가 검찰의 합수단에서 금융조사1·2부로 넘어가지만 시급한 사안이고, 금융조사1·2부 인원보다 특사경 인원이 2배 이상 많은 15명으로 구성돼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를 조사하는 민간경찰 임무를 이번 기회에 각인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라임사태 발생 5개월 동안 뚜렷한 검사 계획이나 결과를 내놓지 못해온 금감원이 충분한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키를 쥐고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의 목소리가 높다.
우선 금감원 내부적으로 어느때 보다 라임사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자본시장 검사·조사·감독 등 현업에서도 당사자인 라임운용은 물론 판매사에 대해서도 "아직 조사 중인 사안이라 언급하기 힘들고, 실제 특별히 금감원이 주도적으로 (사건 판단이나 사후 대책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라임사태 검사를 맡았던 담당 팀장이 지난해 연말 돌연 사직하고 부동산신탁회사 상근감사로 이직하면서 나오는 안팎의 잡음을 의식해 더욱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으로는 결과적으로 정부가 직접 라임사태의 컨트롤타워를 본격 수사 직전 해체시킨 상황에서 금감원이 능동적으로 판단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합수단 폐지로 연휴 직후 시작될 예정이었던 라임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와 책임 공방은 당분간 미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라임운용은 연휴 이후 판매사, 총수익스와프(TRS) 증권사와 펀드자산 회수를 위한 협의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기 전에 컨트롤타워가 변경됐다"며 "합수단 폐지가 정부의 의도적인지 여부를 떠나 수사 지연과 역량 약화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