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 깨지자 환매대란…증권사 피해없이 개인투자자만 대규모 손실당국 "TRS 회수자제"주문 증권사 수용 급한불 껐지만 위기감 여전라임운용 증권사 우선 변제권 인정…개인투자자만 1조 이상 날릴 듯
  • 지난해 기업과 증권사간 계약 과정에서 뜨거운 논란이 됐던 TRS(총수익스와프)가 올해는 자산운용사와 증권사간의 문제로 옮겨왔다.

    특히 이번 자산운용업계의 TRS 거래는 라임자산운용과 알펜루트자산운용에 자금을 투자한 일반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간의 관행의 부작용을 금융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알펜루트자산운용까지 환매중단 공포가 유발된 배경에는 자산운용사가 증권사들과 맺은 TRS가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TRS는 증권사가 자산운용사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받고 주식, 채권 또는 메자닌(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자산운용사 대신 매입해주는 계약을 말한다.

    자산운용사는 투자수익을 가져가고, 증권사는 투자 자산, 즉 빌려준 금액에 대해 통상 1~2%수준의 수수료를 자산운용사로부터 가져간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TRS를 통해 레버리지(차입)효과를 얻는다. 돈을 빌린 만큼 투자할 수 있어 그만큼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 TRS 수수료는 쏠쏠한 수익원이다.

    특히 계약상 펀드 자산을 처분할 경우 일반 투자자보다 선순위로 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자산운용업계의 TRS발 대란은 여기서 시작됐다.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리스크 조짐이 보일 경우 증권사들이 TRS 계약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지켜본 증권사들이 알펜루트자산운용에 TRS 대출금 상환을 갑작스럽게 요구했고, 이에 알펜루트운용은 1108억원 규모 펀드들의 환매 중단을 발표하면서 업계에 공포감은 더 커졌다.

    여기에 현재 국내 20여 개 자산운용사가 주요 증권회사들과 맺은 TRS 계약 규모가 2조원 수준이라고 알려졌고, 증권사들이 이 자산을 한번에 회수할 경우 멀쩡한 자산운용사들이 연쇄 도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개방형 펀드들의 경우 대부분 한 달에 한번 씩 증권사가 자산운용사에 TRS 대출금 환매를 요청할 수 있어 사실상 언제든 자금이 대량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번 자산운용업계의 TRS 공포감은 당국의 다소 강압적인 중재로 일단락되는 양상이다.

    지난 28일 금융감독원은 TRS 계약을 통해 취득한 자산에서 부실 등 불가피한 사유가 아니면 갑작스러운 증거금률 상승 또는 계약 조기 종료 전에 관련 자산운용사와 사전 협의를 긴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같은 날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본래 취지에 맞지 않게 펀드 유동성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증권사들의 TRS 회수 자제를 주문했다.

    이에 증권업계는 사모 자산운용사들과 맺은 TRS 계약을 당분간 유지키로 입장을 정리해 금감원에 전달했다.

    다만, 알펜루트자산운용의 경우 TRS 계약을 맺고 있는 증권사들이 자금 회수 계획은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 투자자들도 알펜루트자산운용 펀드에 대해 환매를 신청한 상태로, 증권사들만 TRS 계약을 종료하지 않고 연장할 경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외형적으로는 큰 불을 끈 모양새지만 라임운용에 돈을 넣은 일반투자자의 대규모 손실은 불가피하다.

    지난해 환매가 중단된 1조6000억원 규모의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자산 가운데 6700억원 정도는 라임자산운용과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일반 투자자보다 우선해 챙길 수 있다.

    이 펀드 자산은 90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게 되고, 삼일회계법인이 3개 모펀드에 대해 실사 결과를 낸 이후 라임자산운용이 부실 자산을 털어낼 경우 환매가 중단된 자산은 9000억원에서 더 축소된다.

    업계는 라임자산운용에 투자산 일반 투자자들의 손실규모가 1조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와 라임자산운용의 상각 규모 등에 따라 손실액이 달라질 수 있지만 만약 펀드 자산 중 50%만 회수할 수 있다는 가정을 세우면 남는 금액은 1000억원에 그쳐 1조4000억원 넘게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라임자산운용 투자자들은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 펀드 판매사인 우리은행을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그러나 법적으로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의 우선 변제권이 인정돼 일반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