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100대 운영과제 설정됐지만 ‘제자리걸음’ 현재 조선대병원만 준비 중이지만 개원은 2023년 예정 김우주 교수 “추후 경증·중증 환자 섞이면 격리병상 부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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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신종 감염병 창궐을 대비하기 위해 ‘감염병 전문병원’ 5곳 설립이 추진됐지만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5년이 지나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발생했는데 이 영역에서 업무를 수행할 병원이 한 곳도 없는 현실이다.일반 병원도 감염병 치료를 위해 음압병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감염병 전문병원은 음압 병실만을 위한 병동을 별도로 구축하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최근 본지가 파악한 결과, 지난 5년 동안 주요 정책과제 중 하나였던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은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역행하는 상황이 됐다. 호남권 소재 조선대병원만이 2023년 개원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메르스 사태가 불거졌던 지난 2015년 9월 박근혜 정부는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질병관리본부를 차관급 기관으로 격상시켰다.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앙감염병전문병원으로 하고 권역별로 3~5곳을 감염병전문병원으로 만든다는 것이 핵심이었다.이어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은 역시 중요한 문제로 거론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100대 운영과제에도 명시됐지만 단 한 곳도 만들어지지 않았다.사업 준비과정에서 질병관리본부는 충남대에 의뢰해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방안 연구개발(2016년)’ 연구를 진행했다.당시 보고서는 “감염병 대비를 위해 ‘5개 권역(인천·중부·영남·호남·제주)에 권역당 50병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하지만 2017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일부 권역은 35병상 규모로 축소됐다. 더 큰 문제는 2017년도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구축 사업 결산 현황 자료에서 보건복지부는 관련 예산 1400억원을 책정했지만 실제 집행된 금액은 없었다는 점이다.더군다나 각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의 선두 역할을 해야 할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은 국립중앙의료원이 맡기로 했는데 올해 사업 예산이 깎이는 상황이 발생했다.애초에 국립중앙의료원은 중구 을지로에서 서초구 원지동으로 이전하면서 음압격리병실 확충 등 현대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는데 전략환경 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소음환경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결국 기획재정부는 국립중앙의료원의 현대화사업에 투입될 올해 예산은 399억원에서 51억원으로 삭감시켰다.◆ 음압병상 선제적 준비 가능했지만 ‘아쉬움’이처럼 감염병 전문병원 사업이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상태에서 ‘우한 폐렴’이라는 신종 감염병이 등장하자 의료현장에서 느끼는 아쉬움은 크다.10일 김우주 교수(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는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지난 2005년부터 음압격리병실 확충을 목적으로 대대적인 감염병 전문병원 사업이 추진됐다. 기대감이 매우 컸지만 지금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애초의 계획이 제대로 추진됐더라면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인 국립중앙중앙의료원에 150개 이상의 음압격리병실이 가동되는 것은 물론 권역별로 지정된 최개 5곳의 의료기관에는 36개 이상의 음압격리병실이 확보됐어야 했다.지금은 광주광역시 소재 조선대병원만이 2023년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선대병원은 298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1병실 내 1병상을 기준으로 36개 이상의 음압격리병상을 준비 중이다.김 교수는 “현 상황에서는 우한 폐렴 확진자를 수용할 수 있는 격리병상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지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 경증환자는 1주일 가량, 중증환자는 2주일 가량 입원한다고 가정하면 환자의 상황이 각기 달라 안정적인 격리병상 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그는 “앞으로 2~3주는 환자 발생 추이를 잘 살펴봐야 하는 시기다. 만약 환자 발생이 가속화되면 메르스 때처럼 격리병상을 찾으러 다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조속한 사업 추진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