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릭스미스, 지난 10일 NH투자증권에서 단기차입금 550억원 조달단기차입금으로 CB 조기 상환 후 이달 내로 다시 CB 발행할 예정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CB 조기상환 요청 연쇄 발생 우려도 제기돼
  • ▲ 헬릭스미스 로고 ⓒ헬릭스미스
    ▲ 헬릭스미스 로고 ⓒ헬릭스미스

    지난해 말 신라젠이 1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조기 상환한 데 이어 헬릭스미스(전 바이로메드)도 지난 10일 334억 5000만원 규모의 CB 조기 상환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바이오업계 전반으로 CB 조기 상환 요청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10일 저녁 공시를 통해 단기차입금 550억원 증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이는 자기자본 대비 39.8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차입 목적은 제2회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 조기상환재원 확보를 위한 단기차입금 조달이다.

    헬릭스미스는 NH투자증권에서 지난 10일 조달한 단기차입금(550억원)을 통해 2회차 CB(334억 5000만원)을 조기상환하고, 이달내로 다시 CB를 발행해 NH투자증권에서 빌린 차입금을 갚을 계획이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2018년 9월 1000억원 규모의 2회차 CB발행을 실시한 바 있다. 해당 CB의 표면 이자율은 0%다. 헬릭스미스의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CB 사채권자들이 무이자로 돈을 빌려준 것으로 해석된다.

    헬릭스미스는 당초 24만 2965원이었던 CB 전환가액을 지난 2018년 12월 22만 2131원으로 조정한 이후 지난해 6월 20만 6521원으로 낮춘 바 있다. 이후 CB 전환가액은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돼 현재 전환가액은 당초보다 33.4% 하락한 16만 1872원까지 떨어졌다.

    헬릭스미스의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높다면 CB 사채권자는 전환 청구를 통해 이익 실현이 가능하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했으며,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거의 없는 경우에는 상환 청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일 기준으로 헬릭스미스의 주가(8만 1100원)보다 전환가액이 8만 772원 높다. 때문에 CB 사채권자들이 전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낮아졌다. 즉, 주가 반등보다는 리스크 제거를 위한 투자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2회차 CB 조기상환청구(풋옵션) 행사기간은 내년 3월이다. 헬릭스미스가 만기보다 앞서 조기상환을 단행하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나한익 헬릭스미스 CFO(전무)는 지난해 12월 CB 조기상환 청구를 예상해 금융기관 차입으로 선제 대응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이번 결정으로 인해 주주배정 유상증자 가능성은 줄어들고, CB 조기상환 요구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든 점은 긍정적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이번 조기 상환은 실질적으로 CB 투자자들이 헬릭스미스의 주가 회복을 기다리기보다는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택한 것이다. 즉, CB 사채권자들은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의 임상 3상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신라젠도 지난해 10월 말 1100억원 규모의 CB 조기상환을 결정하면서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신라젠의 항암바이러스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 3상 실패로 주가가 급락하자 기관투자자들이 CB 조기상환을 요구했다. 신라젠은 CB 조기상환 결정 발표 다음날인 지난해 11월1일 주가가 1만 8050원으로 전일 대비 6.23%(1200원) 급락했었다.

    문제는 신라젠 외에도 자금 조달을 위해 CB 발행을 한 바이오기업이 많다는 점이다.

    지난해 CB 발행을 한 바이오기업만 해도 센트럴바이오(500억원), 바이오리더스(261억원), EDGC(200억원), 바이오니아(200억원), 수젠텍(100억원), 현대바이오(70억원), 마크로젠(50억원) 등이 있다. 특히 에이치엘비그룹의 경우 에이치엘비가 400억원,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이 600억원 등 총 1000억원의 CB를 발행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신라젠, 헬릭스미스뿐 아니라 에이치엘비, 강스템바이오텍, 한올바이오파마 등 임상 3상에 사실상 실패하면서 바이오업계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높아졌다. 주가 반등에 비관적인 투자자가 늘어날 경우 바이오기업들에 대한 CB 조기상환 요청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 바이오벤처에 대한 시장 신뢰도가 저하돼서 바이오업계가 많이 힘들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에서는 바이오업계에 대한 옥석가리기에 돌입한 상태"라며 "특정 업체의 일로 인해 다른 바이오기업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