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침체 속 경쟁사 대비 영업익 감소폭 최저 눈길SK네트웍스 주유소 인수 등 판매망 기준 업계 2위 우뚝
  • ▲ 현대오일뱅크. ⓒ뉴데일리경제DB
    ▲ 현대오일뱅크. ⓒ뉴데일리경제DB

    현대오일뱅크가 정유4사 가운데 가장 적은 영업이익 손실 폭을 기록하면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룹이 추진 중인 IPO(기업공개)를 본격화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영업성적과 내실 모두를 동시에 도모해야 하는 상황인데, 업황이 여의치 않다. IPO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14일 잠정실적 보고서 분석 결과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1조1168억원, 영업이익 5219억원의 영업성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21조5036억원에 비해 1.79%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6610억원에서 21.0%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경쟁사들에 비해 감소 폭은 가장 적다. 이 기간 정유4사의 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마이너스(-) 6.66%이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2.9%, 70.1%씩 줄어들었다. 전반적인 업황 부진에 비해 선방했다는 평이다.

    정유업계가 석유화학사업 등 비정유 부문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유 부문 비중이 크다보니 글로벌 수급환경에 따라 수익성이 큰 폭으로 흔들리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순이익(658억원)이 3.84% 수준으로 쪼그라들면서 가장 저조한 수익성을 기록했으며 GS칼텍스는 매출액(33조원)이 8.52% 감소했다. 에쓰오일은 1.8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 4개사 중 가장 낮은 이익률을 보였다.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지분법 적용 대상인 현대코스모와 현대쉘베이스오일 실적까지 합치면 전체 영업이익은 6308억원에 달한다. 현대코스모는 방향족 석유화학사업, 현대쉘베이스오일은 윤활기유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휘발유 등 주요 석유제품 수요 감소로 싱가포르 정제마진이 지난해 말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국내외 정유사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정유 부문에서 영업이익 3306억원, 영업이익률 1.7%로 선방했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지난해 4분기 타사에 비해 견고한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중동산 원유 비중이 40%이고, 주로 멕시코에 있는 마야원유를 수입해 효과를 봤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효과 때문에 초저유황선박유(VLSFO)와 같은 고마진 제품 생산 비중이 타사보다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연결 기준 석유화학, 카본블랙, 유류저장사업 등 비정유 부문에서 연간 영업이익 1914억원을 기록했다. 지분법 적용 대상 회사까지 합산한 기준으로 비정유 부문 영업이익 비중은 47.6%다.

    하지만 저하된 수익성과 가중되는 부채로 재무건전성이 흔들리면서 잠정 연기된 IPO 작업이 더뎌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은 2018년부터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 신사업 추진과 지주사 체제 구축,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해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추진해왔다. 2018년에는 자회사 회계처리에 대한 금융당국의 판단이 늦어진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차질을 빚었다.

    지난해 다시 IPO를 준비해왔으나,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인 아람코에 지분 17%를 매각하면서 상장 전 지분 매각(Pre-IPO)이 마무리될 때까지 IPO를 연기했다.

    같은 해 12월 아람코로부터 지분 매각대금 1조4000억원을 수령한 만큼 상장을 재추진할 절차적 여건은 마련됐다. 현대오일뱅크 측도 상장이 완전히 취소된 것이 아니라 연기됐다는 점을 누차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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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대내외 여건이 IPO를 추진할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당장은 부진한 실적이 발목을 잡는다. 연간 영업이익의 경우 2017년 11조3783억원 이후 내리막을 걷고 있으며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9379억원에서 3129억원으로 60% 이상 빠졌으며 이익률은 2016년 7.34% 이후 6.34%, 3.07%, 2.47% 등으로 다운사이클이 지속되고 있다.

    불어난 부채로 재무건전성도 저하됐다. 지난해 부채비율은 136%로 2014년 16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부채 규모가 7조4143억원으로, 2015년 3조5552억원 이후 지속 증가하면서 2008년 이후 지속적인 자본 확충에도 부채비율이 악화됐다.

    송미경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2019년 들어 투자 및 배당소요 등으로 부족자금이 발생한 가운데 리스 회계기준 변경으로 인한 리스부채 계상 등으로 재무제표가 저하됐다"며 "2021년까지 종속기업인 현대케미칼을 통한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및 폴리머 공정 투자에 총 2조7000억원의 투자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정유 부문의 정제능력 확대 및 설비개량 투자 등에 따라 연 평균 7000억원 수준의 투자가 이뤄질 계획"이라며 "중기적으로 대규모 투자소요에 따른 채무 부담 증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최근 만기도래 회사채 차환 등의 목적으로 최대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회사채 발행으로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이자비용 발생으로 재무건전성까지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제마진 하락이 지속되는데다 미중 무역 분쟁, 미-이란 갈등, 신종 코로나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업황도 침체된 상황이다.

    실제 현대오일뱅크의 가치평가 비교기업인 에쓰오일의 경우 아람코의 지분 매각 협상이 진행되던 지난해 1분기 말에 비해 13%가량 주가가 빠졌다. 당초 예상되던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 역시 하락했을 공산이 크다. 아람코가 지분 17%를 1조3749억원에 사들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오일뱅크의 단순 기업가치는 8조원대로 추산된다.

    일각에서는 신중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또 다시 IPO에 실패할 경우 기업 신뢰도에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SK네트웍스 주유소 인수에 나서면서 주유소 수 기준 업계 2위로 올라섰다는 점은 호재다. 업계 2위의 가치가 상장시 시장평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업황 부진으로 재무구조 개선이나 수익성 제고 등이 쉽지 않아지면서 완주가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