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SK온, 12분기 만에 첫 흑자S&P, SK이노 신용등급 BB+→BBB- 상향정제마진 6.35달러로 손익분기점 웃돌아실적 개선 및 E&S와의 사업 시너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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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이노베이션이 '자산 100조' 에너지 공룡으로의 상쾌한 첫발을 내디뎠다.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첫 분기 흑자로 '만년 적자'를 탈출했고, SK이노의 글로벌 신용도는 '투자 적격 등급'을 회복했다. SK이노의 석유사업도 4분기 개선될 전망으로, 본격적인 사업 시너지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7조6570억원, 영업손실 4233억원, 순손실 588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2% 줄었고 영업손실은 1조5631억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순손실도 1년 전 7296억원의 이익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 석유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유가와 정제마진이 하락, 재고관련 손실이 불가피했다. 실제 3분기 석유사업에서만 6166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며 전체 실적을 발목 잡았다. 화학사업은 주요 제품 스프레드 하락 영향으로 144억원의 손실을 냈다.

    석유 및 화학부문 성적표는 시장에서도 이미 예상했던 일로, 이번 실적발표에서는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배터리 사업에 관심이 집중됐다. SK온은 3분기 매출액 1조4308억원, 영업이익 240억원을 기록하며 첫 분기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배터리 사업이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지 12개 분기 만이다.

    SK온은 분사 첫해인 2021년 3조368억원의 연 매출 달성 이후 2022년 7조6177억원, 2023년 12조8972억원 등 매출 성장세를 나타내왔다. 그러나 대규모 투자 이후 찾아온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영향으로 공장 가동률 저하, 재고량 증가 등을 겪으며 흑자 전환 시기가 지연됐다.

    SK온은 올 2분기에도 4601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바 있다. 하반기 들어서도 대외적 불확실성이 지속됐으나 이익폭을 크게 개선하며 첫 흑자를 달성했다. 특히 IRA(미국 인플레이션 방지법)에 따른 AMPC(첨단제조세액공제) 수혜금이 줄어든 가운데서 이룬 흑자로, 더욱 값진 성과로 풀이된다.

    전기차 캐즘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제조 원가 경쟁력 강화를 바탕으로 한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실제 기술 노하우를 활용해 2분기 상업 가동을 시작한 헝가리 3공장의 램프업(가동률 확대) 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했고, 원료 가격이 비쌀 때 사놨던 재료로 만든 고단가 재고를 소진하고 비교적 저렴한 원재료를 투입해 수익성을 개선했다.

    SK온은 4분기 실적 역시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객사의 북미 신규 완성차 공장 가동 및 2025년 상반기 신차 출시 준비 등 영향으로 판매량이 소폭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의 합병을 통해 배터리 원소재 조달 능력 및 재무 건전성을 강화해 사업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지난 1일 SK E&S와의 합병을 완료한 SK이노는 아시아·태평양지역 민간 최대 에너지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이날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SK이노의 장기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 등급인 'BB+'에서 투자적격 등급인 'BBB-'로 상향했다. 지난 3월 'BBB-'에서 'BB+'로 하향된 지 약 7개월 만에 투자 적격 등급을 회복했다.

    S&P는 SK이노에 E&S의 안정적인 사업이 더해지며 정유·화학 부문의 높은 경기 민감도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SK이노는 E&S의 도시가스와 발전 사업이 창출하는 현금 흐름을 이용해 필요한 투자에 활용할 수 있게 된 점도 신용도 상향 근거로 제시했다.

    SK이노의 석유사업은 4분기 회복이 예상된다. 정유사 실적 바로미터인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3분기 평균 배럴당 3.6달러로 손익분기점(4~5달러)를 밑돌았다. 그러나 지난달 5달러대를 회복한 데 이어 이달 1일 기준 6.35달러로 상승, 손익분기점을 웃돌며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SK이노는 강화된 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재무안정성과 수익성을 확보해 미래 성장 동력을 유지할 계획이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동참해 합병의 효과가 가시화되는 2027년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 10%와 주주환원율 35%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와 내년도 주당 최소 배당금은 2000원으로 설정했다.

    김진원 SK이노 재무본부장은 "SK E&S와의 합병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향후 시너지 창출 가속화 등을 통해 주주환원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