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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GC녹십자, 한미약품, 종근당, 대웅제약 등 이른바 제약업계 빅(BIG)5가 동시에 지난해 연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이는 제약업계 역사상 처음이다.
주요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임상 진행 등을 위한 R&D 투자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으면서도 이룬 성적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과 GC녹십자는 지난 3분기에 일찌감치 누적매출액 1조원을 넘어섰다.
유한양행의 3분기 누적매출액은 1조 7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로 소폭 줄었다. 5개사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잠정실적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매출 1위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GC녹십자도 창립 이래 최초로 3분기 누적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서면서 총 1조 369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2.6% 증가한 수치다. 다만 영업이익은 19.7% 감소한 403억원에 그쳤다.
이같은 실적 하락은 수두백신 수출 이연과 외부 도입 상품의 유통 중단 등의 영향에 따른 것이다. 또 4분기에 연구개발비가 집중되고, 일회성 인센티브가 인건비에 반영되면서 '어닝쇼크'를 기록한 영향이 컸다.
한미약품은 2018년에 이어 2년 연속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영업이익도 1000억원을 돌파하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한미약품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 1136억원으로 전년 대비 9.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4.3% 늘어난 103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R&D 비용은 2098억원으로 전년 대비 8.8% 증가했으며, 전체 매출액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18.8%다.
이처럼 R&D 비용 증가와 기술료 수익 감소에도 실적이 증가할 수 있었던데는 자체 제품의 매출 호조 덕분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 기준 한미약품의 최대 품목인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패밀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3.2% 증가한 981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종근당은 창립 이래 처음으로 1조 클럽에 가입하게 됐다. 종근당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 78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9% 늘고, 영업이익은 1.3% 감소한 77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감소는 R&D 비용 증가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종근당은 전체 매출액의 약 13% 수준인 1375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올해는 R&D 비용이 약 15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웅제약도 아슬아슬하게 1조원을 넘겼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 52억원으로 6.5% 늘고 영업이익은 2.2% 증가한 314억 4700만원을 기록했다.
대웅제약은 나보타 소송비용 증가, 라니티딘 사태 등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소폭 성장했다. 나보타의 미국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2분기에 역대 최대 분기 매출액(2634억 4551만원)을 기록한 영향이 컸다.
업계 관계자는 "빅5 제약사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동시에 1조원을 넘어섰다는 점은 성과로 보인다"며 "매년 늘어나는 R&D 비용에 따른 영업이익 개선이 과제로 남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