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총 15명 추가환자 발생, 13명은 대구·경북 지역 환자 질본 관리망 통하지 않는 수도권 외 지역 ‘초비상’음압격리병상·선별진료소 확충 등 정부-지자체 신속한 공조체계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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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의 권고를 무시하고 활동한 대구 지역 31번 환자는 우한 폐렴 ‘슈퍼 전파자’가 됐다. 이로 인해 ‘지역사회 감염’이 확실해졌다. 입국 기록을 중심으로 파악했던 질병관리본부 관리망에서 벗어난 확진자가 발생하자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특히 감염병 관리 인프라가 부족한 수도권 외 지역에서 급속도로 확산이 이어지고 있어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 속 전문가들은 “모든 의료자원을 100% 가동해 방역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19일 오전 우한 폐렴 신규 환자 15명이 발생해 보건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주목할 점은 대구와 경북지역에서만 13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이들 중 대다수는 31번 환자(61세 여성, 한국인)가 연계됐다는 것이다. 

    대구 지역 확진자 10명 가운데 7명은 31번 확진자가 지난 9일과 15일 예배를 본 대구 남구 신천지 대구교회에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한 명은 31번 확진자가 입원했던 새로난한방병원 직원이다. 나머지 확진자 2명은 기존 확진자와 연결고리가 딱히 없는 상황이다.

    이에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감염병 전문가들과 유선상 긴급회의를 진행했다. 슈퍼 전파자의 탄생과 지역사회 감염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날 홍윤철 WHO정책자문관(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은 “이제 (우한 폐렴) 지역사회 감염이 확실시되는 모양새다. 특히 31번 환자는 교회 등 여러 곳을 다니면서 감염을 전파해 슈퍼 전파자로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 어떤 형태의 관리체계를 형성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 자문관은 “현재 대구와 경북지역 주요 병원들은 폐쇄조치를 하고 있는데 그 다음이 없다. 확진자 및 접촉자를 면밀히 관리할 인력도 없고 공간 역시 부족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대구시에는 역학전문조사관이 두 명밖에 없어 관리체계를 형성하기 어렵다. 또 1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추세로 가면 음압병동 자체가 부족하게 된다. 음압병동을 추가로 마련할 방법도 딱히 없다.

    결국 질병관리본부의 감염병 대응은 수도권 외 지역에서 틈을 보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부분에 대한 신속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홍 자문관은 “지역사회 감염이 이뤄진 상황에서는 보건당국과 지자체가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유지해야 한다. 우리는 메르스를 겪으며 초동대처에 대한 실력은 좋아졌지만 앞으로의 상황을 대처할 능력은 부족하다. 이를 정확히 인지하고 의심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선별진료소 확충 방안부터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중국 입국 제한과 민관협의체 즉각 구성 

    이날 대한의사협회 차원에서도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방법을 모색했다. 방역의 ‘골든타임’이 끝나가는 시점, 모든 의료자원을 가동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믿고 싶지 않았던 상황이 발생했다. 지역사회 감염이 이뤄졌다는 것이 확실해진 상황으로 이제 정부는 모든 의료자원과 강력한 방역대책을 가동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당국에 요청한다. 지금이라도 중국 전역으로부터의 입국 제한 조치를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한다. 지금 당장 입국 제한이 이뤄져야 우한 폐렴 확산을 그나마 막을 수 있다. 마지막 기회다”라고 호소했다. 

    또 보건소와 선별진료소 설치 의료기관만으로는 늘어날 검사 대상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지적했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 1차 의료기관 및 중소병원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정부주도 ‘민관 협의체’의 즉각적인 구성을 제안했다. 

    비교적 각종 자원의 활용이 용이한 상급종합병원과 달리 지역사회 1차 의료기관 및 중소병원은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는 만큼, 정확한 현황 파악을 바탕으로 실현 가능한 효율적인 체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즉시 논의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진단이다.  

    쟁점이 되고 있는 31번 환자는 새로난한방병원 의료진의 권고에도 해외방문 이력이 없음을 주장하며 일상생활을 유지했다. 그러나 의사의 권고를 강제화해 선별진료소로 이동시키는 것은 법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도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의사가 우한 폐렴으로 의심돼 검사를 받아보라고 환자에게 권고할 수 있지만 이를 법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강제규정은 없다. 아쉽지만 의료진이 의심환자로 판단하면 이를 따라줘야 한다. 그래야만 확산을 막을 수 있다”라고 당부했다.